이미지 확대보기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청중을 사로잡는 그에게서는 특유의 당당함과 강력한 리더십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거대한 반도체 제국의 수장이 가진 압도적 인기의 비결은 아이러니하게도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닌, 유년 시절 그가 견뎌내야 했던 지독한 가난과 폭력, 그리고 생존의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젠슨 황은 1963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타이완과 태국을 거쳐, 9세가 되던 해 형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부모는 미국 사정에 어두워 그들을 켄터키주의 한 기숙학교에 입학시켰다. 문제는 학교 분위기 였다. 그곳은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품행 장애를 겪는 청소년이나 문제아들을 모아 교육하던 일종의 감화원 격 교정기관이었다. 동양인 이민자 출신의 작고 어린 소년에게 그곳은 약육강식의 야생과 다름없었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던 젠슨 황은 기숙사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고, 불량 학생들의 표적이 되었다. 매일 같이 또래와 상급생 불량배들에게 폭행과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해야 했다. 칼을 품고 다니는 이들과 한 방을 썼고, 화장실 청소를 강제로 전담하는 일상이었다.
"당시 내가 머물던 기숙사의 아이들은 온몸에 문신이 있었고, 호주머니에는 칼을 차고 다녔다. 나는 매일 화장실을 청소해야 했고, 아이들에게 매를 맞았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젠슨 황은 훗날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시기를 담담히 회상했다. 그는 매를 맞는 것에 굴복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환경과 타협하는 법을 배웠다. 자신에게 주어진 화장실 청소를 그 누구보다 깨끗하게 해내며 불량 학생들의 인정을 받았고, 공부를 어려워하던 또래 학생들에게 글과 문맹을 가르쳐주며 거래를 성립시켰다. 폭력의 공포 속에서 소년 젠슨 황이 깨달은 것은 "고통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고 극복하는 것"이라는 생존의 법칙이었다.
"나는 여러분이 극심한 고통과 고난을 겪기를 바란다. 위대함은 지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위대함은 시련을 견뎌내는 성품에서 나오며, 그 성품은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여타 엘리트 경영자들이 완벽한 엘리트 코스를 걸으며 성공을 탄탄대로로 그려갈 때, 젠슨 황은 밑바닥에서부터 단련된 야생성을 바탕으로 기업을 이끌었다.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이후 수차례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우리는 파산까지 30일 남았다"는 위기감을 조직 전체에 내재화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엔비디아 임직원들이 젠슨 황에게 99%의 지지를 보내는 이유 역시 이러한 그의 배경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수직적인 권위를 내세우는 경영자가 아니다. 현장의 엔지니어들과 직접 대화하고, 오류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조성한다. 자신이 과거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워왔기에, 조직 최하단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황은 실패한 프로젝트를 은폐하거나 담당자를 책망하지 않는다. 과거 엔비디아가 초기 3D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치명적인 전략적 오류를 범했을 때도,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직원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궤도를 수정했다.엔비디아에는 전통적인 중간 보고 체계가 드물다. 젠슨 황은 수시로 사내 모든 직급의 구성원들과 수십 개 이상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직접 소통한다.
공유된 시련의 리더십: 그는 AI 혁명이 오기 전,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년 수조 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CUDA(쿠다) 생태계와 AI 반도체에 투자를 지속했다. 주주들의 비난과 시장의 외면 속에서도 직원들에게 "우리가 맞다"는 확신을 심어주며 시련을 함께 견뎌냈다.오늘날 엔비디아는 단순히 반도체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인류가 맞이한 인공지능 혁명의 핵심 인프라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거대 제국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켄터키의 기숙학교 화장실에서 대걸레를 들고 폭력을 견뎌내던 9세 소년, 젠슨 황이 서 있다.
그가 직원들로부터, 그리고 전 세계 IT 업계로부터 거대한 팬덤과 존경을 받는 인기의 비결은 명확하다. 그의 성공 뒤에는 단 한 순간도 쉽게 얻어진 것이 없다. 매맞던 유학 시절의 상처를 무쇠 같은 의지로 바꿔낸 그의 인내심, 그리고 그 시련을 바탕으로 다져진 인간적인 겸손함과 강인함이 그를 오늘날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 올려놓은 진짜 원동력이다.고난을 피해 달아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워온 그의 삶의 궤적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이 시대의 수많은 기업인들과 젊은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울림을 준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