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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투자 2030년 7조달러…월가·보험까지 위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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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투자 2030년 7조달러…월가·보험까지 위험 확산

빅테크도 부채 의존…4대 하이퍼스케일러 임대계약 2077조원 넘어
투자자 수요 둔화·보험 공백·지역 반발…2029년 이후 공급과잉 경고
지난해 4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공동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인공지능(AI) 인프라 부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4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공동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인공지능(AI) 인프라 부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경쟁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2030년까지 7조달러(약 969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월가와 보험업계, 지방정부까지 거대한 투자 위험에 함께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금이 풍부한 빅테크조차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자체 자금만으로 건설하기 어려워 회사채와 프로젝트 금융, 사모신용, 특수목적법인(SPV) 등 외부 자금에 의존하면서 AI 투자의 위험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가속하면서 투자 수익뿐 아니라 기술 진부화, 보험 부족, 지역사회 반발, 인허가 지연, 장기적인 연산 수요 불확실성까지 금융권이 떠안아야 할 위험이 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의 수익 가능성이 큰 만큼 블랙록, 블랙스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KKR,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등 세계 최대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FT는 이같이 전했다.

이들 6개 금융회사는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5000억달러(약 692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최근 협력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물과 그 안에 설치되는 AI 반도체가 자금 상환이 끝날 때까지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지금 건설되는 시설과 반도체가 몇 년 뒤 빠르게 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대 빅테크 임대계약만 2077조원 넘어

FT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건설은 미국 경제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로 커지고 있다.

스테인 판 니우어버그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향후 AI 인프라 건설이 미국 경제 생산의 약 2.8%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19세기 철도 건설이 절정에 달했을 때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했던 비중보다 크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가 AI 붐 이후 체결한 데이터센터 관련 임대계약만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약정까지 합쳐 1조5000억달러(약 2077조원)를 넘어섰다.

MS 한 곳만 올해 약 1750억달러(약 242조원)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했다.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회사채시장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층을 넓히기 위해 달러뿐 아니라 외화 표시 채권까지 발행하기 시작했다.

은행도 데이터센터 대출이 지나치게 한 분야에 집중되자 위험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길 방법을 찾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데이터센터 대출을 장부에 그대로 두면서 금융보증 등을 이용해 손실 위험만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합성위험이전 방식을 검토했다.

모건스탠리가 이끄는 은행들은 구글이 지원하는 미국 텍사스 데이터센터에 대출한 150억달러(약 20조8000억원)의 부채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길 계획이다.

일부 거래에서는 SPV를 이용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빅테크의 재무제표에서 분리하고 위험을 외부 투자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자들 "빅테크 보증이면 안전" 인식 흔들

한때 시장에서는 MS나 구글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이 장기간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면 해당 프로젝트도 사실상 빅테크 회사채와 비슷한 안전성을 가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 때문에 일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실제 건물에 대한 직접적인 담보권이 없는 금융 구조인데도 임차 기업과 비슷한 신용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투자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조지아주 페이엣빌의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QTS가 46억달러(약 6조4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을 당시에는 발행액의 약 세 배에 달하는 투자 주문이 몰렸다. 신용등급이 AAA인 MS와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임대기간이 끝나기 전에 채권 원금이 모두 상환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첫 임대계약이 종료됐을 때 AI 연산 수요가 충분하지 않거나 시설이 기술적으로 뒤처지면 새로운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QTS의 최근 채권 발행 수익률은 7.2%를 넘어 이전 발행 당시의 5.7%에서 크게 상승했다. 정크등급 기업이 부담하는 수준에 가까워졌다.

FT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빅테크가 임차인이라는 사실만 보지 않고 대출기간과 임대기간, 자산의 장기 가치 등을 훨씬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AI칩 담보도 문제…"몇 년 뒤 가치 알 수 없어"

AI칩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금융 구조에도 비슷한 위험이 있다.

엔비디아는 매년 성능이 개선된 새로운 칩을 내놓고 있다. 신형 반도체가 빠르게 등장하면 기존 칩의 경제적 가치가 수년 만에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일부 금융회사는 AI칩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데이터센터 임대계약이 끝나기 전에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자체도 새로운 반도체를 지원하지 못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장기간의 임대료 수입을 전제로 수십 년짜리 금융을 제공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시설과 반도체의 경제적 수명이 대출기간보다 짧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민 반대·인허가도 금융 위험으로

데이터센터 금융의 위험은 기술과 부채에만 있지 않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미국 각지에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건설되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버지니아주의 블랙스톤 지원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일부 대형 프로젝트는 주민 반대와 소송에 부딪혀 취소됐다. 뉴욕주를 포함한 여러 지방정부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일시 중단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미시간주에서 추진되는 1.4GW 규모 오라클 데이터센터도 인허가 지연과 주민 반대로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위스콘신주 공공서비스위원회는 최근 오라클의 신용도를 이유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의 추가 담보를 요구했다.

개발업체가 허가를 잃거나 공사가 중단되면 이미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역시 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반대로 개발업체들은 금융조달이 어려워질수록 인허가에 필요한 선행투자를 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 하나가 보험사 재난위험보다 커져

보험업계도 AI 데이터센터를 거대한 새 시장으로 보고 있지만 위험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의 건설비가 이제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를 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세계 최대 재보험사 뮌헨리는 지난해 가상의 초대형 대서양 허리케인 한 건에 대한 최대 자연재해 위험노출액을 85억유로(약 13조7000억원)로 책정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의 건설비가 세계 최대 재보험사가 거대한 자연재해 한 건에 대비해 설정한 위험 규모와 맞먹는 수준까지 커진 것이다.

수십개 보험사가 하나의 데이터센터 보험에 참여하더라도 자연재해에 필요한 보상 한도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정전처럼 데이터센터에 특히 중요한 위험까지 보험으로 보장하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보험사들은 데이터센터의 사고 위험을 계산할 충분한 과거 데이터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대형 투자회사는 충분한 보험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데이터센터 대출 참여를 거절하기도 했다.

◇19조원 데이터센터도 보험은 일부뿐

보험 부족에도 빅테크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

메타의 미국 텍사스 신규 데이터센터는 사업비가 140억달러(약 19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전체 사업 가운데 일부만 보험으로 보장되고 있다.

재난이나 대규모 정전, 소송이 발생할 경우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보험 없이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FT는 빅테크가 향후 3조달러(약 4153조원)에 이르는 자본지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보험을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려는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분석을 전했다.

테러 위험도 보험사가 경계하는 분야다.

일부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는 수천만달러의 보험료를 지불하면서 테러보험을 들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거대한 데이터센터 한 곳에 위험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해 인수를 거절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029년 이후 연산 공급과잉 경고

가장 근본적인 위험은 현재 건설되는 데이터센터가 결국 모두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AI 기술 발전으로 같은 성능을 훨씬 적은 연산능력으로 구현하거나 예상했던 만큼 AI 서비스 수요가 늘지 않으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좌초자산으로 변할 수 있다.

중국 딥시크가 서구 AI 기업보다 훨씬 적은 자원을 이용해 고성능 모델을 개발한 사례는 막대한 연산능력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는 시장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AI의 기업공개(IPO)도 투자자들이 AI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 가능성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를 시험할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앤디 드브리스 크레디트사이츠 애널리스트는 AI 연산능력 공급이 2029년 이후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가 대규모로 좌초되면 충격은 금융회사와 빅테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 세제 혜택을 제공한 오하이오, 텍사스, 위스콘신 등 지방정부는 세수 부족에 직면할 수 있고 사용되지 않는 대형 시설과 전력 인프라의 비용이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FT는 결국 7조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지속될 수 있는지는 AI가 예상했던 생산성과 수익을 실제로 만들어내고 현재 건설되고 있는 방대한 연산능력을 계속 필요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