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이란 전쟁의 일회성 충격인가 수요 과열인가
판단 따라 금리 인상 여부 갈려…연준 내부도 의견 분열
판단 따라 금리 인상 여부 갈려…연준 내부도 의견 분열
이미지 확대보기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취임 후 첫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미국의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의 물가 상승이 관세와 이란 전쟁 같은 일회성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 경제의 수요가 공급 능력보다 강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인지에 따라 연준의 금리 대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워시 의장이 오는 2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연설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과 연준 내부에서는 그가 인플레이션 원인과 통화정책 대응 방식을 보다 명확히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워시는 취임 이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본연의 임무에 실패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무엇이 지속시키고 있는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회성 충격이면 기다리고, 과열이면 올려야
WSJ가 지적한 핵심 쟁점은 현재 물가 상승세의 성격이다.
관세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처럼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주된 원인이라면 연준이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누르는 것이 반드시 적절한 대응은 아닐 수 있다.
반면 미국 경제가 공급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강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어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면 금리 인상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억제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를 올릴지 말지를 결정하려면 먼저 인플레이션이 왜 높은지를 판단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워시는 어느 쪽 설명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시카고대 경제학자 아닐 카시압은 “워시는 자신의 판단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FOMC 내부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시가 잭슨홀에서 어떤 경제 진단을 내놓느냐가 단순한 시장 메시지를 넘어 연준 내부의 통화정책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는 이유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미 금리 인상론 확산
WSJ에 따르면 워시의 판단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FOMC 내부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는 세 명의 위원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인상에 표를 던졌다.
WSJ는 다른 연준 관계자들 가운데에서도 향후 금리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을 열어둔 인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3.75%다.
문제는 이 수준의 금리가 실제로 경제를 충분히 제약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은 과거 최고 수준에서 크게 내려왔지만 여전히 연준 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금리를 상당 폭 올린 상황에서도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유지한다면 현재 금리 수준이 생각만큼 긴축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관세나 에너지 가격 같은 외부 충격이 물가를 끌어올린 것이라면 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것은 경제활동을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FOMC 내부에서도 같은 물가 지표를 두고 정책 판단이 갈리고 있다.
◇말 줄인 워시…시장에는 판단 기준도 불투명
워시가 취임 후 추진해온 새로운 소통 방식도 이번 논쟁을 키우고 있다.
그는 시장에 미래 금리 경로를 미리 알려주는 포워드가이던스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며 연준이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오히려 시장가격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취임 후 기자회견과 공개 발언에서도 향후 금리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소통을 줄이는 것과 연준이 어떤 경제 논리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지 설명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이 어떤 지표와 경제적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알아야 새로운 경제지표가 나왔을 때 정책 변화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시가 금리 전망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상황에서 정책을 바꿀지에 대한 기준은 알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2% 복귀' 약속만으로는 부족
워시는 연준의 2% 물가 목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취임 이후 연준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되돌려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WSJ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현재 통화정책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2% 목표를 갖고 있더라도 현재의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공급 충격으로 판단하느냐, 과도한 수요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정책 처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현재 금리를 유지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일시적인 가격 충격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지, 아니면 경제가 예상보다 강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조차 시장에는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탈세계화·이민 감소도 물가 환경 바꿔
연준이 판단해야 할 환경 자체도 과거보다 복잡해졌다.
WSJ는 탈세계화와 이민 감소, 지정학적 긴장 같은 구조적인 변화가 미국의 물가 움직임을 과거보다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확대와 상대적으로 풍부한 노동력이 오랫동안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그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 확대는 수입 비용을 높일 수 있고 이민 감소는 노동력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
이란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도 에너지 가격을 통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단기적인 충격으로 끝나는지 장기간 지속될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연준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결국 시장이 워시에게 요구하는 것은 잭슨홀에서 특정 금리 결정을 예고하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 인플레이션을 무엇이 만들어내고 있는지,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금리를 올리거나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경제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WSJ는 소통을 줄이겠다는 워시의 전략이 취임 이후 가장 큰 시험을 맞고 있다며 첫 잭슨홀 연설이 시장뿐 아니라 의견이 갈린 연준 내부에 자신의 인플레이션 대응 전략을 설명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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