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까지 낮출 뻔한 관세, 협상 결렬 뒤 50% 위협으로 급변
포드·GM·스텔란티스 공개 반발 자제…UAW도 “캐나다 관세 확대 반대”
포드·GM·스텔란티스 공개 반발 자제…UAW도 “캐나다 관세 확대 반대”
이미지 확대보기수십 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넘나들며 형성된 자동차 공급망에 50%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 자동차업체조차 차량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드·GM·스텔란티스 등 자동차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보다 양국의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협상 재개를 유도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가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50%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북미 자동차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신중한 로비에 나서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가 일단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미국과 캐나다가 각자 진정할 시간을 가진 뒤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포드 픽업 한 대도 美·캐나다 공급망 얽혀
폴리티코에 따르면 북미 자동차 공급망이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지는 포드의 F시리즈 슈퍼듀티 픽업트럭이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 차량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의 새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변속기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차축은 미시간주에서 생산되고 엔진은 다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만들어진다.
한 대의 차를 만들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생산된 부품이 서로 결합되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가 시행되면 완성된 트럭뿐 아니라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부품에도 50%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에서 관세가 높아지면 단순히 캐나다 공장의 비용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 조립 공장과 부품업체까지 충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한다.
북미 자동차업계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이후 이를 대체한 USMCA를 기반으로 국경을 사실상 하나의 생산망처럼 이용해왔다.
부품과 차량이 미국·캐나다·멕시코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는 구조가 북미산 자동차의 해외 경쟁력을 높여왔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주장이다.
◇ 7% 관세 기대했는데 72시간 만에 50% 위협
자동차업계의 충격이 더 큰 이유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관세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 21일 협상이 결렬되기 직전까지 캐나다산 자동차 관세를 최저 7%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궁극적으로 양국 자동차 교역에서 관세를 없애기를 원했지만 7% 수준도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한 개선으로 받아들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협상안을 ‘환영할 만한 개선’으로 평가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러나 21일 밤 미국과 캐나다의 협상이 무너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캐나다와 합의하지 못할 경우 2027년 1월 1일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자동차업계는 불과 72시간 사이 관세 인하 기대에서 북미 경쟁력 자체를 위협하는 고율 관세에 직면하게 됐다.
◇ 한국·일본 차보다 북미산이 불리한 역설
미국 자동차업계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북미에서 생산한 차량이 아시아에서 완성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보다 높은 관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한국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자동차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캐나다와 멕시코를 거치는 북미산 자동차와 부품에는 더 높은 관세가 남아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 처지에서는 북미에서 미국산 부품과 노동력을 활용해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시아에서 완성차를 만들어 태평양을 건너 수출하는 경쟁사보다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는 셈이다.
업계는 이런 구조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미 무역대표부(USTR) 일부에서는 북미 자동차산업이 한국·일본과의 무역협정 때문에 경쟁에서 불리해졌다는 업계의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있지만 행정부 전체가 이에 동의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 UAW도 캐나다 관세 확대에 반대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늘리는 정책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전미자동차노조(UAW)조차 캐나다에 대한 관세 확대에는 반대하고 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캐나다는 강력한 노동조합과 노동기준을 갖춘 국가라며 캐나다를 상대로 한 추가적인 관세 확대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관세를 더 높여야 한다면 자동차 회사가 시간당 3달러 수준의 저임금을 찾아 생산을 이전하고 노동조합을 억압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캐나다 자동차산업의 노동조건이 비슷하고 공급망까지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캐나다 생산을 미국 일자리를 빼앗는 전형적인 해외 생산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공개 반발 대신 트럼프 심기 살피는 업계
그럼에도 자동차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관세와 각종 무역정책을 놓고 자동차업계가 워싱턴에 꾸준히 예외와 정책 변경을 요구하면서 행정부의 피로감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트로이트 자동차업체들이 계속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미국 정부를 포함한 여러 정부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요구에는 행정부가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는 공개적인 대정부 공세 대신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자동차 관세를 담당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을 상대로 조용히 관세 완화를 설득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2025년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산 부품을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따라 일부 관세를 돌려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자동차업계에 예외를 제공하는 데 관여한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과 일본 자동차의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무역협정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 백악관 “제조업 투자 수십억 달러 확보”
백악관은 자동차업계의 우려에도 현재 관세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통해 국내외 자동차업체들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조업 투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데사이 대변인은 캐나다를 비롯한 교역 상대국이 계속 미국에 무임승차하도록 둘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미국인을 우선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가장 먼저 고율 관세의 대상이 된 산업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포드·GM·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3사는 곧바로 반발했고, 북미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를 확보했다.
◇ USMCA까지 불확실성 확대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은 개별 자동차 관세를 넘어 USMCA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처지에서는 자동차와 트럭, 금속에 적용되는 미국의 관세가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USMCA의 구체적인 개편 조건을 협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캐나다나 멕시코 모두 자동차·트럭·금속 관세율을 알기 전에는 USMCA의 세부 조건을 협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는 2027년 1월 1일까지 약 4개월이 남아 있다.
업계는 이 기간 미국과 캐나다가 다시 협상에 나서 50% 관세를 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자동차산업이 미국 제조업 부흥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분야인 동시에 미국에서 거의 100만 명을 고용하고 있어 이번 무역 갈등의 향방이 미국 경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북미 생산을 미국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봐온 자동차업계와 생산을 미국 안으로 더 끌어들이려는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캐나다와의 관세전쟁은 자동차산업 전체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시험하는 문제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