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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보다 시스템"…TSMC는 하이닉스엔 우군, 삼성은 독자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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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보다 시스템"…TSMC는 하이닉스엔 우군, 삼성은 독자 노선

- AI 추론 토큰 500배 증가에 데이터센터·피지컬 AI 투자 가속
- 데이터 이동 60%·가속기 가동률 40%대…2030년 1조 트랜지스터 패키지 전망
- SK하이닉스는 TSMC와 밀착,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로 독자 노선
TSMC 에이프릴 리 AI·고성능컴퓨팅 사업개발이사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AI 추론 토큰량이 2022년 대비 500배로 늘었다며 통합컴퓨팅 시대 전환을 선언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TSMC 에이프릴 리 AI·고성능컴퓨팅 사업개발이사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AI 추론 토큰량이 2022년 대비 500배로 늘었다며 통합컴퓨팅 시대 전환을 선언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TSMC 에이프릴 리 AI·고성능컴퓨팅 사업개발이사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AI 추론 토큰량이 2022년 대비 500배로 늘었다며 통합컴퓨팅 시대 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대만 SEMICON Taiwan 2026 IC포럼에서 모델 성능보다 통합 시스템 구축 역량이 시장 주도권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포커스 타이완이 보도했다.

파운드리 최강자의 이번 전략 전환은 뒤쫓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참고자료이자 한국 업계가 주시할 변수로 꼽힌다.

추론 급부상에 데이터센터 투자


이런 선언의 배경에는 AI 추론 수요의 구조 변화가 있다. 훈련된 모델로 요청에 응답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인 추론은 한때 곁가지 작업으로 여겨졌지만, 리 이사는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작업흐름 안으로 들어오면서 전용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에 대한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추론이 이제 AI 에이전트가 배경에서 끊임없이 작동하며 시스템 확장을 이끄는 가장 큰 동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단발성 질의를 처리하던 과거 모델과 달리 복잡한 추론과 에이전틱 AI 시스템은 훨씬 많은 토큰을 소비한다. 실제 글로벌 추론 토큰량은 2022년 대비 500배로 늘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발언은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나왔다. 피지컬 AI 투자 가속 역시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게 본지 분석이다.

네 가지 병목과 기술 대응


리 이사는 이렇게 늘어난 작업부하가 로직 스케일링, 인터커넥트 효율, 메모리 성능, 전력 공급·냉각 등 네 개 영역에 압박을 준다고 지적했다. 개별 칩이나 모델 하나만 개선해서는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 이동만 시스템 활동의 최대 60%를 차지한다면서 값비싼 가속기 가동률은 40% 밑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연산 성능을 아무리 높여도 데이터 이동 병목 탓에 실제 활용도는 낮다는 뜻이다.
리 이사는 2030년까지 AI 패키지 하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가 1조 개를 넘어설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멀티다이 아키텍처와 이종 통합이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리 경쟁의 무게 중심이 개별 칩 성능에서 시스템 설계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TSMC는 이런 제약에 대응해 첨단 로직·패키징·광인터커넥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대표 사례로 SoIC 3D 스태킹과 CoWoS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 3DFabric 플랫폼, 고속 광데이터 전송용 컴팩트 유니버설 포토닉 엔진(COUPE) 플랫폼을 꼽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베이스 다이에 첨단 로직 기술을 적용해 메모리 성능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별 부품 성능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 설계로 접근을 넓힌 셈이다.

갈리는 삼성·하이닉스 셈법


질의응답에서 리 이사는 TSMC가 "실리콘에서 데이터센터, 토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깊이 이해하고, 생태계 파트너와 가능한 이른 단계에서 기술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웨이퍼를 담 너머로 실어 보내던 시절은 끝났다"면서 발언을 마무리했다. TSMC의 역할이 개별 칩 제조를 넘어 시스템 통합자로 확장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발언은 이미 진행 중인 한국 메모리 업계의 베이스 다이 경쟁 구도와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 베이스 다이 생산을 TSMC 로직 공정에 위탁해 왔으며, 지난 4월 TSMC 심포지엄에서 HBM4E에 3나노급 공정까지 넓히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활용해 베이스 다이를 생산하며 종합반도체(IDM)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TSMC가 제시한 통합 생태계는 SK하이닉스에 협력 강화 명분을 제공하는 반면, 삼성전자에는 독자 노선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통합 시스템 전략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양산 수율과 납기 안정성으로 이어질지는 공정 양산 단계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통합 시스템 전략에서 TSMC와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지, SK하이닉스가 TSMC와의 협력을 HBM4E 이후 어디까지 확장할지가 우선 변수다. 삼성전자가 자체 파운드리 노선만으로 같은 속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함께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