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런당 4.03달러 전망, 2012년 노동절 기록 넘어서
정제제품 수출 10% 증가·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 밑돌아
정제제품 수출 10% 증가·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 밑돌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유시설이 사실상 최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는데도 노동절(9월 첫 번째 월요일) 연휴 휘발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은 98%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지만 휘발유 재고는 최근 5년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 불안,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에 더해 미국의 정제제품 수출까지 증가하면서 공급을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여력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가격 추적업체 가스버디에 따르면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갤런당 약 4.13달러(약 5580원)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평균보다 거의 1달러(약 1350원) 비싼 수준이다.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분석가는 노동절 당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03달러(약 544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세운 종전 노동절 최고 기록인 갤런당 3.83달러(약 5170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휘발유 가격이 미국 역사상 절대적인 사상 최고가는 아니지만 연중 이처럼 늦은 시기에 전국 평균 가격이 이 정도로 높은 적은 없었다고 드한 분석가는 설명했다.
◇ 정유공장 98% 가동…더 만들 여력이 없다
휘발유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 차질 우려가 원유 가격과 정제마진을 동시에 끌어올렸고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은 전 세계 연료 재고를 더욱 빠듯하게 만들었다.
국제유가도 이번 주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행동이 다시 격화하면서 배럴당 90달러(약 12만1500원)를 넘어섰다.
문제는 미국 정유업계가 이미 생산시설을 거의 한계까지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은 현재 98%로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가동률을 더 높여 휘발유 생산을 크게 늘릴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도 연료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이미 내놓았다.
미국 항만 사이의 연료 수송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존스법 적용 면제를 연장했고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여름용 휘발유 관련 요건도 예정보다 일찍 종료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현재 연료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정책·운영상 수단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 휘발유 재고 2억570만배럴…5년 평균보다 1200만배럴 적어
재고 상황도 빠듯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휘발유 재고는 120만배럴 감소한 2억570만배럴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8월 평균인 2억1760만배럴보다 1190만배럴 적다.
미국이 국내에서 생산한 정제제품을 해외에 많이 내보내는 것도 공급을 압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EIA에 따르면 미국의 정제제품 수출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이란 전쟁 이후 다른 국가들이 연료 공급처를 미국으로 돌리면서 수출 수요가 늘었다.
콜로라도주 에버그린에서 매일 왕복 약 40분을 운전해 출근하는 랜디 오브라이언은 높은 휘발유 가격 때문에 한 번에 넣는 연료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유소에서 “지금은 15달러(약 2만250원)어치밖에 넣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유타, 아이다호, 몬태나, 와이오밍, 노스다코타주는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휘발유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지역에 포함됐다.
전국 평균 가격 자체는 캘리포니아, 하와이, 워싱턴주가 가장 높다.
◇ 기름값에 노동절 여행도 축소
고유가는 미국 소비자들의 노동절 연휴 계획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휴스턴에 사는 매디슨 무어는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비가 이미 오른 상황에서 휘발유까지 비싸지면서 노동절 여행 계획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노동절은 자동차와 항공기를 이용한 여름철 마지막 대규모 여행 시기로 꼽힌다.
휘발유뿐 아니라 경유와 난방유 등 중간유분 가격도 크게 올랐다.
걸프오일의 톰 클로자 수석 에너지 고문은 미국 소매 경유 가격이 2022년 6월 기록한 갤런당 약 5.82달러(약 7860원)의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항공 여행객도 부담이 커졌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이번 노동절 연휴 항공권 가격이 지난해보다 20%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가장 쉬운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다.
전국 평균 가격이 올해 상당 기간 갤런당 4달러(약 5400원)를 웃돌면서 에너지 가격 인하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유업체와 연료 소매업체들이 높은 가격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정유공장 가동률이 98%까지 올라가고 재고도 장기 평균을 밑도는 상황에서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 에너지 업계의 진단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