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인텔 140% 급등 뒤 진짜 시험대…이제 실적으로 증명할 차례

글로벌이코노믹

인텔 140% 급등 뒤 진짜 시험대…이제 실적으로 증명할 차례

회생 기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미즈호 목표가 109→92달러
AI CPU 수요·18A 호재에도 파운드리 적자·외부 고객 확보가 관건
인텔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텔 로고. 사진=로이터

인텔이 올해 140% 넘는 주가 상승으로 화려한 부활 기대를 되살렸지만 이젠 시장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구조조정과 데이터센터 사업 회복, 첨단 반도체 공정 진전이 만들어낸 ‘회생 가능성’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앞으로는 높아진 기업가치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전틱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중앙처리장치(CPU) 수요 증가와 18A·14A 첨단공정은 추가 성장의 동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의 대규모 적자와 외부 고객 확보 지연은 인텔의 반등이 지속 가능한지를 가를 최대 시험대다.

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투자전문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인텔 주가가 급등한 뒤 시장의 관심이 추가적인 회생 기대보다 실제 실행 성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정보매체 시킹알파도 인텔의 경영 정상화가 안정화 단계를 이미 넘어섰으며 이제 개선된 실행력이 지속 가능한 이익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400% 치솟았다 30%대 조정…미즈호 “현재 가격 적정”

인텔 주가의 흐름은 시장의 달라진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인텔 주가는 지난 6월 22일 140.94달러(약 18만9600원)까지 올라 1년간 약 400% 상승했다. 이후 조정을 받아 기사 작성 당시 95.80달러(약 12만9000원)로 고점 대비 약 32% 떨어졌다.

그럼에도 연초 대비 상승률은 159%를 웃돌았다. 인텔의 올해 상승률은 약 144%로 집계됐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월가에서는 인텔의 회생 가능성 자체보다 현재 주가가 실적에 비해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일본계 증권사 미즈호증권의 비제이 라케시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목표주가를 109달러(약 14만7000원)에서 92달러(약 12만4000원)로 낮추고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더스트리트는 당시 주가가 미즈호의 목표가격과 거의 비슷한 만큼 이는 인텔에 대한 비관론이라기보다 현재 주가가 적정 가치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인텔의 2분기 실적 자체는 강했다.

매출은 161억달러(약 21조7000억원)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비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EPS)도 예상치를 상회했다. 데이터센터·AI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63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15년여 만에 가장 강한 매출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는 오히려 약 8% 떨어졌다.

구조조정 비용에 따른 일반회계기준 손실과 함께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을 입증할 외부 18A 대형 고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실적만으로는 시장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150달러 낙관론도…“가능하지만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아냐”

반대편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4/7월스트리트는 인텔 주가가 올해 안에 150달러(약 20만2000원)에 도달할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분석 당시 주가는 91.45달러(약 12만3000원)였다. 150달러까지 오르려면 약 64%의 추가 상승이 필요하다.

24/7월스트리트는 “150달러는 가능하지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현재 예상되는 올해 EPS 1.14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150달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32배에 달한다. 그러나 2027년 EPS 시장 전망치가 2.04달러(약 2740원)까지 높아질 경우 PER은 약 73배로 낮아진다.

실적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최근 30일 동안 월가에서는 인텔의 올해 EPS 전망치를 올린 경우가 32차례 있었던 반면 하향 조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

2027년 EPS 전망치도 90일 전 1.51달러(약 2030원)에서 2.04달러(약 2740원)로 올라갔다.

결국 150달러 가능성 역시 단순한 기대감보다는 향후 실적 증가가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얼마나 빠르게 낮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에이전틱 AI가 CPU 되살리나…인텔 최대 성장 기회

높아진 시장 기대를 실적으로 연결할 첫 번째 기회는 AI 데이터센터다.

최근 AI 투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집중돼 있지만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 서버용 CPU의 역할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분석업체 피티아 리서치는 에이전틱 AI 작업을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에서는 기존 AI 훈련 데이터센터보다 CPU가 4~6배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즈호증권 역시 현재 GPU 4개당 CPU 1개 수준인 비율이 장기적으로 GPU와 CPU 1대1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텔 서버 CPU는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아일랜드 생산시설의 서버 CPU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며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AI 투자 확대가 GPU뿐 아니라 CPU 수요까지 끌어올린다면 인텔에는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수요 전망을 실제 매출 증가와 이익률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18A 생산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 고객’

두 번째 시험대는 파운드리다.

시킹알파는 인텔의 18A 생산량이 직전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으며 첨단공정 양산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4/7월스트리트에 따르면 18A 수율이 회사 내부 목표를 웃돌고 생산량이 목표보다 약 25%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제시됐다.

하지만 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생산량 자체가 아니다.

인텔이 자체 프로세서를 18A 공정에서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대만 TSMC와 경쟁할 독립적인 파운드리 사업의 성공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2분기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58억달러(약 7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했다.

외부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파운드리 매출은 2억9300만달러(약 3940억원)에 그쳤다.

즉 파운드리 매출의 대부분이 여전히 인텔 내부 물량이라는 의미다.

더스트리트는 외부 18A 고객과의 예비 협의나 파트너십은 긍정적이지만 확정된 매출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외부 대형 고객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져야 시장이 인텔의 파운드리 회생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세대 14A에서는 상황이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킹알파는 외부 고객과의 14A 논의가 기술 자체에 대한 검토에서 인텔이 얼마나 많은 생산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협의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즈호는 14A가 계획대로 시장에 안착하면 2029년 외부 파운드리 매출이 약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첨단 패키징에서도 별도로 비슷한 규모의 매출 가능성을 예상했다.

◇기업가치 600조원대…“이제 실행이 기대를 따라가야”

문제는 인텔에 남은 시간이 과거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주가가 바닥권에 있을 때는 사업 안정화 자체만으로도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주가가 140% 넘게 오른 뒤에는 같은 성과만으로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시킹알파는 인텔의 기업가치가 약 4600억달러(약 618조7000억원) 수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이제 실행 성과가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자금조달도 같은 양면성을 갖는다.

시킹알파는 인텔의 200억달러(약 26조9000억원) 규모 증자가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자금을 제공하지만 현재의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려면 그만큼 실행 성과가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인텔 입장에서는 생산시설과 첨단공정 투자를 확대할 자금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지분 희석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세 매체의 분석이 가리키는 방향은 비슷하다.

인텔의 회생 자체를 의심하던 단계는 상당 부분 지나갔다. 2분기 매출 회복과 데이터센터 성장, 18A 생산 확대는 턴어라운드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주가가 이를 선반영하면서 다음 단계의 평가 기준은 더 높아졌다.

에이전틱 AI로 늘어나는 CPU 수요를 수익성 높은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18A와 14A에서 대형 외부 고객을 확보해 파운드리를 독립적인 수익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미즈호증권의 92달러 신중론과 150달러까지 열어둔 낙관론의 간극도 결국 이 두 가지를 인텔이 실제 숫자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