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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트럼프 압박에도 금리 올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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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트럼프 압박에도 금리 올린 이유

취임 넉 달 만에 3년여 만의 인상 주도…채권시장은 연준 독립성에 주목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금리 인하 요구와 달리 취임 넉 달도 되지 않아 3년여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주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워시 의장이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이끌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연준이 정치적 압박과 별개로 물가안정을 우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워시 의장이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준의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하고 기술혁신이 물가상승 없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전쟁과 관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면서 정책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 배경이라고 17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연준은 전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는 2023년 7월 이후 3년여 만의 금리 인상으로 FOMC 투표권자 12명 전원이 찬성했다.
◇트럼프는 “금리 1% 이하로 내려야”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결정 이후에도 금리 인하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금리를 신속하게 1% 또는 그 이하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워시 의장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금리 인상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연준 이사진을 “매우 적대적인 이사회”라고 비판하면서도 워시 의장에 대한 신뢰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임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금리정책을 이유로 반복적인 공개 비판을 가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NBC 인터뷰에서는 워시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면 연준 의장 자리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워시가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와 다른 정책을 선택하면서 투자자와 백악관이라는 두 상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분명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라며 물가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권시장은 연준 물가 대응 의지에 주목

블룸버그에 따르면 채권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을 연준이 물가안정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금리 결정 이후 4.74%까지 올라 202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됐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낮아졌다.

단기적으로 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연준의 긴축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제프리 로젠버그 블랙록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워시를 이전보다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연준 의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18명 중 16명, 연내 추가 인상 전망

연준의 새로운 점도표에서도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졌다.

9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4.1%로 6월의 3.8%보다 높아졌다.

전망을 제출한 18명의 정책당국자 가운데 16명은 올해 말 금리를 현재 수준보다 높게 예상했다.

다만 워시 의장은 자신의 금리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반영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인 2%를 5년 넘게 웃돌고 있으며 8월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강해진 것이 이번 인상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연준은 지난 7월까지 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가 스스로 목표 수준으로 내려올 시간을 확보하려 했지만 이후 워시 의장은 물가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강화했다.

◇“공급발 물가에 금리 인상 효과 제한” 반론도

추가 인상이 적절한지를 놓고는 시장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블룸버그는 전쟁과 에너지 공급차질 등 공급 측 요인에서 발생한 물가상승에는 금리 인상이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운 반면 금융여건과 노동시장에는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는 연준 점도표와 달리 9월 인상이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린지 피그자 스티펠니콜라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크게 더 올리는 경로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준의 다음 정책회의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물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통화정책과 정치권의 긴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이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보다 물가안정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인 첫 중요한 시험대였으며 채권시장은 이를 연준의 정책 신뢰성과 독립성을 가늠하는 계기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