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무선 전문 해독…英 순양함 세바스토폴 입항·연합 함대 이동 해군 기록과 일치
이미지 확대보기해독된 전문에는 영국 순양함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도착했고 연합국 함대가 뒤따라올 것이라는 군사정보가 담겨 있었다. 아스트라는 암호를 푸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영국 해군 함정의 항해일지를 찾아 해독 내용과 실제 함정 이동 기록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했다.
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개발자 ‘프린츠’가 GPT-6 아스트라를 이용해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독일군 암호 전문을 해독했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린츠가 지난 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전문은 1918년 11월 27일 송신된 170자 분량의 무선 메시지다.
◇ “영국 순양함 24일 도착…연합 함대 26일 뒤따라”
아스트라가 복원한 독일어 전문은 영국 순양함 한 척이 세바스토폴에 도착했고 연합국 함대가 26일 뒤따른다는 내용이었다.
날짜 일부는 암호 원문상 명확하지 않았지만 아스트라는 이를 24일로 해석했다.
이어 실제 영국 해군 기록을 찾아 해독 결과를 확인했다.
영국 경순양함 HMS 캔터베리의 항해일지에는 1918년 11월 24일 오전 10시20분 세바스토폴항에 정박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11월 26일 기록에는 오전 11시30분 ‘연합국 함대 도착’이라는 내용도 남아 있다.
해독된 전문에 등장하는 순양함의 도착일과 연합 함대의 이동 시점이 실제 기록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 이미 알려진 암호키, 예상보다 일찍 사용
이번 해독의 열쇠는 ‘TRUPPENVERSCHIEBUNG’이라는 독일어 단어였다. ‘병력 이동’ 또는 ‘병력 재배치’를 뜻한다.
이 키 자체가 새롭게 발견된 것은 아니다.
J. 리브스 차일즈가 1935년 펴낸 ‘독일 군사암호의 역사와 원리 1914~1918’에 이미 기록돼 있었다.
아스트라는 이 키를 이용해 170자의 암호문을 19글자 단위로 배열한 뒤 열의 순서를 되돌리고 ADFGVX 치환표를 적용해 독일어 평문을 복원했다.
프린츠에 따르면 기존 연구에서는 이 암호키가 1918년 12월 9일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무선 전문은 그보다 앞선 11월 27일 송신됐다.
기존 연구자들이 12월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암호키를 11월 전문에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해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스트라가 제시한 설명이다.
왜 해당 키가 기존 기록보다 일찍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처음부터 암호키 발견’과는 달라
이번 사례는 아스트라가 아무런 단서 없이 108년 된 암호체계를 처음부터 깨뜨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ADFGVX 암호 방식 자체는 이미 알려져 있었고 독일군이 사용했던 암호키 목록도 남아 있었다. 같은 유형의 무선 전문 수백 건도 이미 인간 암호학자들에 의해 해독돼 있었다.
아스트라가 한 일은 기존 역사자료 속에 존재하던 암호키 가운데 기존 시기 구분과 맞지 않는 키를 해당 전문에 적용하고, 복잡한 문자 배열을 되돌려 의미 있는 평문을 얻은 뒤 이를 별도의 역사자료와 대조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해독 결과가 그럴듯한 문장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HMS 캔터베리의 실제 항해일지와 일치하는지를 스스로 찾아 검증했다는 점이 이번 사례의 특징이다.
톰스하드웨어는 이를 아스트라의 유연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다만 이 전문이 정말로 108년 동안 한 번도 해독된 적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프린츠도 “내가 아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공개된 자료상 해독 내용은 당시 영국 해군 기록과 일치하지만 독립적인 암호학계의 공식 검증이 완료됐다는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사례는 새로운 암호기법을 발명하거나 미지의 암호체계를 완전히 처음부터 깨뜨린 성과라기보다 방대한 기존 자료에서 가능성 있는 단서를 찾아 적용하고 결과를 역사자료로 교차검증하는 AI의 연구지원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