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란전쟁, 엔진오일까지 덮쳤다…美 합성유 원료값 4배 폭등

글로벌이코노믹

이란전쟁, 엔진오일까지 덮쳤다…美 합성유 원료값 4배 폭등

코스트코 판매 제한·정비업체 공급난…호르무즈 차질에 한국 기유업체 원유수송도 타격
코스트코 판매 제한·정비업체 공급난…호르무즈 차질에 한국 기유업체 원유수송도 타격이미지 확대보기
코스트코 판매 제한·정비업체 공급난…호르무즈 차질에 한국 기유업체 원유수송도 타격
이란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이 휘발유와 경유를 넘어 자동차 엔진오일까지 번지고 있다.

최신 차량에 널리 쓰이는 완전합성 엔진오일의 핵심 원료인 그룹Ⅲ 기유 가격이 미국에서 2월 이후 거의 4배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 유통업체는 판매량을 제한하고 일부 자동차 정비업체에서는 공급 부족까지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전쟁으로 세계 윤활유 원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자동차 엔진오일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원자재 가격정보업체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미국의 그룹Ⅲ 기유 가격은 18일(이하 현지시각) 갤런당 12.45달러(약 1만73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이후 거의 4배로 오른 것이다.
그룹Ⅲ 기유 가격 상승폭은 같은 기간 원유와 휘발유, 경유의 상승폭을 크게 웃돈다.

◇ 코스트코 가격 두 배 가까이 올라…구매 제한


엔진오일 가격 상승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자사 브랜드 완전합성 엔진오일 10쿼트(약 9.5ℓ) 제품 가격을 57.99달러(약 8만500원)로 올렸다. 지난해 약 30달러(약 4만1700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다.

코스트코는 구매량도 고객당 1개로 제한하고 있다.

월마트 온라인몰에서도 이번 주 여러 엔진오일 브랜드의 재고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자동차 정비·엔진오일 교환 체인 지피루브에서도 일부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마우리시오 케사다 지피루브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인 품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약 2100개 지피루브 매장에서는 엔진오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이란 공격으로 카타르 셸 공장 피해


FT에 따르면 이번 공급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지난 3월 이란의 공격이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과정에서 카타르에 있는 셸의 대규모 가스액화(GTL) 시설을 공격했다.

이 시설은 고품질 완전합성 엔진오일 제조에 사용되는 그룹Ⅲ 기유의 주요 생산거점이다.

시설 피해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의 군사적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공급난이 더욱 심해졌다.

특히 페르시아만에서 한국의 주요 기유 생산업체로 향하는 원유 해상운송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세계 윤활유용 기유 수출량은 하루 약 35만배럴에 불과하다.

하루 1억배럴이 넘는 세계 전체 석유시장과 비교하면 작은 시장이지만 자동차 내연기관 내부를 윤활하는 데 필수적인 원료여서 공급 차질의 영향은 크다.

◇ 발보린 윤활유 비용 60% 상승


대형 자동차 정비업체도 비용 상승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자동차 오일교환 체인 발보린은 약 2500개 매장에서 아직 제품 부족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 이후 윤활유 조달비용이 약 60% 상승하면서 엔진오일 교환가격을 5~7달러(약 6900~9700원) 올렸다.

발보린의 주요 엔진오일 공급업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다.

로리 플리스 발보린 CEO는 이번 주 골드만삭스가 개최한 유통업계 콘퍼런스에서 향후 가격 전망을 묻는 질문에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되더라도 그룹Ⅲ 기유 공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4~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 중소 정비업체는 물량 확보도 어려워


대형 정비체인보다 상황이 심각한 곳은 대형 석유회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지 못한 독립 정비업체와 엔진오일 제조업체들이다.

미국 독립윤활유제조업협회의 홀리 알파노 CEO는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은 업체들도 필요한 물량 전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 공급계약이 없는 업체들은 그룹Ⅲ 기유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저지주에서 자동차 정비업체 래피드루브를 운영하는 마이크 테일러는 완전합성 엔진오일 대량 공급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뉴저지 정비업체는 최근 제너럴모터스(GM) 차량에 필요한 특정 규격의 엔진오일 확보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GM은 공급업체와 딜러들과 협력해 공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 美석유협회, 긴급 임시인증까지 도입


자동차업체와 윤활유 제조사들은 공급 부족을 줄이기 위해 다른 기유를 이용한 엔진오일 배합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석유산업의 제품규격을 정하는 미국석유협회(API)는 다른 기유로 전환하려는 업체들을 위해 긴급 임시인증 제도까지 발동했다.

그러나 완전합성 엔진오일은 제조 배합과 성능시험 기준이 엄격해 원료를 즉시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세계 엔진오일 시장은 원유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공급망이 일부 고품질 기유 생산지역에 집중돼 있어 이란전쟁과 호르무즈해협 차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이 원유와 휘발유, 경유에서 자동차 유지에 필수적인 엔진오일까지 확산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유지비 부담도 한층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