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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조절론 뒤 엇갈린 셈법…아모데이 vs 젠슨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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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조절론 뒤 엇갈린 셈법…아모데이 vs 젠슨 황

앤스로픽은 공동 속도조절·中 견제 강조…엔비디아는 “안전은 공학 문제” 개발 가속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실리콘밸리의 논쟁이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대립으로 압축되고 있다.

아모데이 CEO가 첨단 AI 모델의 개발 속도를 업계 차원에서 늦춰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황 CEO는 새로운 법이나 업계의 인위적인 속도제한보다 기술적 검증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 모두 AI의 장기적인 잠재력에는 동의하지만 각 회사의 사업구조와 시장에서의 이해관계는 상당히 다르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황 CEO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AI 개발 가속론을 대표하는 인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며 양측의 안전 논쟁 이면에는 AI 산업의 주도권과 수익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아모데이 “속도 늦춰야”…황 “안전은 공학 문제”


황 CEO는 지난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의 드림포스 행사에서 “AI 안전은 최우선 과제이지만 기본적으로 공학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과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 출시하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다.

아모데이 CEO는 이보다 앞서 업계가 공동으로 최첨단 AI 모델의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검증과 안전 연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일정한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앤스로픽 자체의 AI 개발을 중단하지는 않고 있다.
WSJ은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의 사업상 이해관계에도 주목했다.

엔비디아는 AI 개발 경쟁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직접적인 수혜기업이다.

황 CEO는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취재진에게 AI 수요를 이유로 내년 칩 판매량이 올해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움직임은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칩 수요 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 엔비디아, AI 기업 많을수록 유리


WSJ에 따르면 AI 산업의 경쟁구조에서도 엔비디아와 앤스로픽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엔비디아는 오픈AI를 포함한 여러 AI 기업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칩을 공급하고 있다.

앤스로픽 역시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한다.

엔비디아는 앤스로픽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고 최근 로이터가 보도했다.

그러나 AI 시장이 소수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엔비디아에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앤스로픽과 오픈AI가 스마트폰 시장의 애플·구글처럼 AI 모델 시장을 양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세계 최대 AI 칩 공급업체인 엔비디아라도 소수 대형 고객에 대한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다양한 AI 기업들이 경쟁하며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려 할수록 엔비디아의 고객 기반은 넓어지고 칩 수요도 커진다.

WSJ은 이런 점에서 엔비디아가 AI 업체 간 경쟁이 활발하게 유지되는 시장구조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앤스로픽은 폐쇄형 모델…中 추격 경계


앤스로픽의 이해관계는 다른 방향에 있다.

앤스로픽은 자사 AI 모델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모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 기업이나 다른 경쟁업체들이 미국의 첨단 AI 모델을 이용해 자체 모델을 훈련하는 이른바 ‘증류’ 방식으로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에 따라 앤스로픽은 중국으로 첨단 AI 반도체가 수출되는 것을 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아모데이는 AI 개발 속도조절론을 제안하면서도 중국 등에 대한 첨단 반도체 밀수와 무단 모델 증류를 차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이는 AI 모델 개발 경쟁을 늦추자는 주장과 동시에 중국 등 후발주자가 기술격차를 좁히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엔비디아는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AI 인프라 시장이 확대될수록 엔비디아의 반도체 판매 기회도 커지기 때문이다.

◇ 황, AI 가속론 대표주자로 부상


황 CEO는 최근 AI 위험론에 대한 공개적인 반박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14일 올인 팟캐스트 행사에서 AI가 인류에게 심각한 재앙을 가져올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부 주장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AI 기업들이 위험을 경고하기보다 제품을 충분히 시험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접근이라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행사 도중 전화 연결을 통해 AI 위험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비판했다.

황 CEO는 이에 동의했다. 이어 17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주최한 스코틀랜드 AI 회의에서도 AI라는 기술 자체와 개별 AI 제품의 위험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충분한 검증을 거쳐 안전하지 않은 제품은 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WSJ은 이런 행보를 통해 황 CEO가 최근 AI 업계에서 개발 가속론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 안전 논쟁이 시장 주도권 경쟁으로


아모데이 CEO와 황 CEO의 논쟁은 AI가 위험한지 여부만을 둘러싼 기술적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AI 개발 속도와 규제방식은 반도체 수요와 모델 경쟁, 중국과의 기술격차, AI 시장의 경쟁구조까지 바꿀 수 있어서다.

엔비디아는 가능한 많은 AI 기업들이 빠르게 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는 시장에서 이익을 얻는다.

반면 앤스로픽은 최첨단 모델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경쟁업체가 자사 모델이나 미국의 첨단 칩을 이용해 빠르게 추격하는 것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서로의 사업에도 의존하고 있다.

앤스로픽에는 엔비디아의 칩이 필요하고 엔비디아 역시 앤스로픽을 포함한 AI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성장이 필요하다.

WSJ은 이처럼 긴밀한 사업관계 속에서도 AI 개발 속도와 규제를 둘러싼 두 회사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AI 안전을 둘러싼 논쟁이 기술적 위험뿐 아니라 누가 AI 시장을 통제하고 수익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산업 주도권 경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