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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서 멀어진 비만 치료제 복용자, 향수 매장으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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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서 멀어진 비만 치료제 복용자, 향수 매장으로 향하다

-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복용자의 향수 지출, 일반인 대비 26% 증가
- 신제품 개발 내 식도락 향수 비중, 2년 만에 9%에서 24%로 급등
- 한국 화장품 ODM업계의 제형 다변화와 글로벌 기업들의 원료 독점 리스크
지난 10월 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인근 베르수아(Versoix)에 위치한 글로벌 향수 제조사 코티(Coty)의 감각 분석 구역(sensory area)에서 한 직원이 테스트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비만 치료제 사용자의 향수 지출이 일반 소비자보다 26%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월 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인근 베르수아(Versoix)에 위치한 글로벌 향수 제조사 코티(Coty)의 감각 분석 구역(sensory area)에서 한 직원이 테스트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비만 치료제 사용자의 향수 지출이 일반 소비자보다 26%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로이터
체중 감량 약물을 복용하는 소비자들이 식욕 억제로 줄어든 음식의 즐거움을 향수에서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비만 치료제 사용자의 향수 지출이 일반 소비자보다 26% 많았다.

식도락 관련 향수의 수요 확대는 한국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의 제형 연구와 원료 수급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 치료제 약물, 화학 감각에 영향 줄 수도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업체 엔아이큐(NIQ)의 조사 결과 미국 내 비만 치료제 복용자의 향수 지출은 일반 소비자보다 26%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월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으로 대표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식욕 억제와 함께 구역질이나 위장 장애 같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의료 연구자들은 이 약물이 알코올 갈망 감소와 충동 쇼핑 억제 효과뿐만 아니라 후각과 미각 인지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후각미각센터의 폴 조셉 공동 소장은 해당 약물이 화학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향료 기업 아이에프에프(IFF)의 셀린 마네타 디렉터는 비만 치료가 향수를 통한 감각적 즐거움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로레알 파리의 레티시아 투페 대표 역시 소비자들이 미각의 즐거움을 향기라는 다른 형태의 유희로 보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향료 기업 지보단의 아르노 구겐불 총괄은 음식을 통해 얻지 못하는 만족감을 향으로 달래려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엔아이큐(NIQ)의 애나 메이요 뷰티 부문 부사장은 GLP-1 계열 치료제 복용 소비자들이 뷰티 전반에 걸쳐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짚었다.

식도락 향수 비중 24% 급증… 단맛 넘어서는 향의 확장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분석에 따르면 신제품 개발 영역에서 음식이나 디저트를 연상시키는 식도락 향수(구르망 향수)의 비중은 최근 1년 사이 24%로 상승했다. 2년 전 집계치인 9%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식도락 향수는 현재 꽃 향기 계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신제품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달콤한 케이크나 과일 향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바노피 파이, 파네토네처럼 디저트의 겹겹이 쌓인 향을 복합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향의 스펙트럼도 단맛 중심에서 매콤하거나 짭짤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향수 기업 푸이그의 그레고리오 솔라 조향사는 위스키, 럼, 테킬라 같은 주류 향과 타바스코, 카카오의 쌉싸름한 성분이 제품에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피엘 아로마스(CPL Aromas)의 넬리 디 메르쿠리오 디렉터는 제트(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참깨, 미소(일본식 된장), 쌀, 트러플, 말차 향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고 밝혔으며, 코티의 장 홀츠만 책임자는 새로운 식도락 향수가 달콤함을 넘어 맛과 질감을 표현하는 단계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뷰티 ODM업계 제형 다변화 착수… 글로벌 독점은 변수


비만 치료제 확산에 따른 감각 소비의 변화는 한국 화장품 및 향료 산업에도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한국의 주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은 이 같은 트렌드에 대응해 식도락 계열 향수 성분이나 이색 감각 성분을 접목한 퍼스널케어 제형 개발을 검토 중이다.

다만 한국 향수 완제품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현재 공시된 자료가 없어 구체적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식도락 향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경우 향료 원료를 공급하는 한국 정밀화학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지보단이나 아이에프에프 같은 글로벌 메이저 향료사들의 원천 기술 독점이 강화될 경우 한국 원료사들의 입지가 위축될 위험도 공존한다.

만약 북미와 유럽 내 비만 치료제 보급률 증가세가 꺾이거나 감각 소비 트렌드가 타 분야로 전환될 경우 이 같은 향수 수요 확대 흐름은 정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