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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로까지 방위비 둔갑…日 'GDP 3.5%' 꼼수 증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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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로까지 방위비 둔갑…日 'GDP 3.5%' 꼼수 증액 논란

미국 요구 명목 GDP 3.5% 달성 명분…인공지능·위성·항만·철도까지 합산 검토
달성 시 연간 24조 엔 필요해 현 방위비의 2.5배…역대급 재정난에 수치 명기 회피
자민당 내부서도 '눈속임 증액' 비판…알맹이 빠진 편법에 미국 신뢰 추락 경고
일본인들이 해상자위대의 함정을 견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인들이 해상자위대의 함정을 견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본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안보 분담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도로, 철도 등 일반 사회간접자본 예산까지 방위 관련 항목으로 끌어모아 지출 규모를 대폭 부풀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는 22일 일본 정부가 인공지능과 사회간접자본 정비 예산까지 방위 관련비로 끌어들여 명목 지출을 부풀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라는 가혹한 방위비 목표에 맞추려는 고육지책이지만, 정작 연말 개정할 안보 문서에는 목표 수치 명기를 피하려 해 실효성을 둘러싼 거센 안팎의 역풍이 일고 있다.

AI·도로까지 방위비 둔갑 꼼수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와 직결된다는 명분을 앞세워 방위비로 분류할 수 있는 유관 예산의 범위를 전례 없이 넓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무인 드론 개발은 물론 인공지능 알고리즘, 인공위성 발사, 첨단 연구개발(R&D), 심지어 군용 수송에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민간 항만과 고속도로, 철도망 정비 예산까지 방위력 예산 후보군에 대거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이 같은 무리수는 연간 24조 엔에 달하는 방위비를 순수 군사비로 감당할 재정 여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성장 전략에 포함된 이른바 전략 17개 분야 예산 중 상당액을 방위 관련비로 이중 계상해 서류상 총액을 3.5% 근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타격 능력이나 무기 체계 획득이 빠진 통계 왜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4조 엔 벽과 국채 40조 엔 캡


미국이 요구하는 GDP 3.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6년도 명목 GDP 전망치를 기준으로 매년 약 24조 엔의 천문학적인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이는 올해 당초 예산에 편성된 정규 방위비 약 9조 엔보다 2.5배 이상 급증하는 규모다.

국가 채무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이러한 지출 폭증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내년도 일본 예산의 개산요구액은 이미 143조 엔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며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40조 엔 수준으로 엄격히 묶어둔 탓에, 추가 국채 발행으로 군사비를 조달할 통로마저 막혀 있다. 식품 소비세 감면과 경기 부양책까지 겹쳐 있어 가용 재원이 바닥나자, 결국 숫자만 갈아 끼우는 장부상 분식에 매달리게 된 셈이다.

무늬만 증액 경고와 美 균열 반증


여당인 자민당 내 국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강한 경고음이 나온다. 평시 체제에 안주하던 안보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예산 규모의 겉치레만 키우는 것은 자위대의 실질적 억지력 구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일본 정부가 구상하는 방위비 외형 확대의 안착 여부는 겉포장만 바꾼 예산 편법을 트럼프 행정부가 용인할 것인지와 국채 발행 상한선 속에서 실질 재원을 짜낼 수 있는지에 좌우된다. 실질적인 전력 증강 없는 통계 마사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파한 미국 정부가 방위 조약 재검토를 압박하며 독자 방위를 요구한다면, 꼼수 증액으로 안보 무임승차를 꾀하려던 일본 정부의 외교 전략은 치명적인 파국을 맞을 공산이 크다.

키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2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스스로의 국가는 스스로 지킨다는 원칙이 방위력 정비의 근본이며, 모든 조치는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추진될 것"이라면서도 "사전에 설정된 목표 금액에 얽매이기보다 핵심은 방위력의 실질적 내용이며, 향후 방위비 수준이나 관련 경비 항목에 대해 현시점에서 확정된 방침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