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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사태 발생 후 6개월, 미얀마는 코로나로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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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사태 발생 후 6개월, 미얀마는 코로나로 이중고

- 비상사태로 금융과 물류가 마비된 가운데 코로나 악재 겹쳐 -
- 산업현장 곳곳에서 경제위기 현실화 -



비상사태 장기화와 지속되는 정치 불안


군부가 지난 2월 정권을 장악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얀마의 정세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2월에는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경제 중심지인 양곤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했으며, 유혈 충돌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최근에도 거리 곳곳에서 산발적 시위가 이어지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범지원협회(AAPP: 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는 이 같은 폭력사태로 지금까지 시민 998명이 사망하고 7,313명이 체포됐으며 이중 5,711명은 아직까지 구금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기가 계속되자 국제사회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이미 비상사태 초기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국이 군부와 연관된 미얀마 기업 13개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으며, 아세안(ASEAN)도 지난 4월 미얀마 군부와 체결한 ‘아세안 5대 합의안’에 따라 최근 특사를 파견하는 등 정치외교적 개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8월 초에는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美 국무장관이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와 메콩 5개국 장관회의에 잇따라 참석하여 미얀마 사태의 민주적 해결을 요구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반면, 미얀마 군부는 비상사태 후 임시로 운영하던 국가행정위원회(SAC: State Administration Council)를 과도정부로 개편하고 군정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ng) 위원장이 스스로 총리에 취임하는 등 장기집권 의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내년 2월 초로 약속했던 재선거를 2023년 8월로 잠정 연기하며 조속한 혼란 종식과 국가 정상화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금융, 외환 위기 속에 이어진 정상화 노력


국내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압력이 더해지자 미얀마의 금융, 외환 인프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특히 만성적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서방국 제재로 투자유치마저 경색되자 외환이 고갈되고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얀마 중앙은행(CBM)에 따르면 비상사태 발생 직전인 1월 29일 달러당 1330짜트(Kyat)였던 환율은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여 8월 13일에는 달러당 1650짜트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역시 명목상 수치일 뿐으로 실제 사설 환전소에서는 달러당 1750짜트에 외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얀마 환율 변동 추이
(단위: 짜트)

자료: 미얀마 중앙은행

이 같은 대외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5월에는 경제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에 참여했던 공무원과 은행원들이 직장에 복귀하며 공공기관 업무와 물류, 금융 서비스가 일부 정상화됐기 때문으로, 비상사태 선포 직후 급감했던 수출과 수입 역시 인프라 정상화에 따라 다소 반등하며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듯해 보였다.

코로나 3차 대유행과 경제 붕괴


그러나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코로나19가 6월 말부터 다시 급격히 확산되며 힘겹게 수렁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미얀마 경제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현재 미얀마의 하루 확진자 수는 4천 명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누적 확진자는 8월 16일 기준 356,985명, 사망자는 13,445명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다수의 의료진이 여전히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 중인데다 치료센터도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에 검사 받지 못한 감염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약품 및 장비 부족 또한 심각한 상황으로 중증 환자 치료용 산소발생기를 구하고자 하는 가족들의 행렬이 생산시설 앞까지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미얀마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자료: World O Meter

이런 가운데 군부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제한, 강제 휴업 및 재택명령(Stay at home) 조치를 잇따라 시행하자 소비가 얼어붙으며 내수경제마저 침체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강제휴업 기간 중 대부분의 공장이 조업을 중단했기 때문에 생산을 위한 원자재 수입과 가공품 수출이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

산업 분야별로 감지되는 경제 붕괴의 여파


국가 경제의 기반인 금융과 물류 서비스가 붕괴하고 대외무역마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시장 또한 활로를 찾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경제와 관련된 지표들 역시 일제히 부정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경제 상황의 심각성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사실적으로 분석해보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피해 또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비상사태와 코로나 악재 속에 고군분투하며 현지에서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는 우리 진출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산업현장에 드러난 경제위기의 실체를 파악해 보았다. 특히 미얀마 제조업을 대표하는 봉제 산업에서 오랫동안 선도적 역할을 해온 우리 교민기업들과, 금융, 물류, 유통 등 기간산업 및 건설,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진출한 우리기업들로부터 분야별 전망과 대응방안을 확인해 보았다.

※ 담당자들의 요청에 따라 기업명을 기재하지 않음

◈ 봉제업계에서 전하는 현지 상황


비상사태 선언 직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며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 봉제기업들도 제품 생산과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개별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다행히 현재는 기존 바이어들의 주문이 속속 돌아오고 있어 공장 운영도 점차 정상화되는 상황이다. 실제 주문량 회복으로 정상조업을 실시하고 있는 공장의 경우 결근율이 3% 미만으로 나타나는 등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바이어들의 주문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부터 주문이 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럴 경우 또다시 임시휴업을 검토하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미얀마 봉제공장 작업 현장

자료: The Global New Light of Myanmar

또한 금융위기로 시중에 현금이 고갈되며 봉제업체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예금이 자산으로써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보니 직원 급여 역시 짜트(Kyat)화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고용인원수가 많은 봉제업 특성상 다수의 직원에게 현금을 지불해야 하므로 기업의 재무 운영이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다. 국경무역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원부자재를 공급받는 업체가 다수인데, 이 역시 물류 대란의 영향으로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업 운영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물류, 유통 분야 진출기업이 전하는 현지 상황


현재 통관 행정은 비상사태 선언 이전의 약 80% 정도가 작동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통관 프로세스 처리속도도 많이 회복되어 예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류 자체는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50% 미만으로 축소된 상태이다. 특히 항공물류의 타격이 심각한데, 운항노선 자체가 사라지는 등 항공편 공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해상물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줄다 보니 미얀마도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얀마의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오른 것도 물류 경색의 요인 중 하나다. 그나마 중국, 태국 등 인접국과의 국경무역 덕분에 유지되는 육상물류도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다. 코로나 재확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홍수 역시 심각한 상황으로 육상운송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미얀마 산업항 CFS

자료: Myanmar Industrial Port

유통업계의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강제휴업과 봉쇄조치로 현지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미얀마에 진출한 유통업체 모두 매출실적이 크게 후퇴한 상태다. 특히 현지 정부의 강제휴업 조치로 영업이 전면 중단된 업체의 피해가 막심하다. 입국 승인, 비자 발급 등 출입국 관련 행정 공백에 따른 경영상 애로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미 허가를 받아 미얀마에 입국했던 임직원이 업무를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재입국 승인 지연으로 미얀마 법인에 제때 복귀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바 있다.

금융 분야 진출기업의 현지 전망


주요 매체들의 보도와 각종 경제지표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미얀마의 금융, 외환 상황은 매우 부정적이다. 심지어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 금융업계에서도 현지 금융, 외환시장의 불안한 징후를 상당수 포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몇몇 현지은행의 부도설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얀마 중앙은행 전경

자료: 미얀마 중앙은행

현금 부족사태 역시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여 적어도 연말까지는 현찰 수급 관련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 고갈로 인한 짜트(Kyat)화 평가절하도 지속되며 고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이 미얀마에 대한 금융제재 추가 시행을 본격화하고 있어 앞으로 해외송금 또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 인프라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전하는 현지 상황


비상사태로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건설, 토목, IT, 발전 및 환경 프로젝트가 모두 중단된 가운데 코로나 확산까지 더해지며 사업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젝트 수주기업에 공급할 목적으로 수출용 자재를 생산해둔 국내 협력사들 역시 망연자실하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은행(World Bank)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다자개발은행(MDB)의 지원금에서부터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원의 수급이 끊기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피스 타워 프로젝트 공사 현장

자료: First Myanmar Investment

또한 공공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는 발주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현지 정부의 행정 원칙이 전혀 없다 보니 상호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이 불가항력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경우 프로젝트 기간 연장이 가능한지를 지속적으로 문의하고 있으나 현지 정부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심지어 발주처가 방침을 갑자기 바꾸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계약서에 연장조항이 명시된 프로젝트들조차 안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입국승인과 비자발급 지연에 따른 출장 애로 또한 심각하다. 특히 출장자 방역에 대한 현지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우리나라와 자가격리 면제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다 보니 백신 접종자들도 미얀마를 방문할 때마다 시설격리와 자가격리를 반복하고 있다. 공휴일마저 원칙 없이 1주 간격으로 연장하고 있어 미팅일정을 잡는 것 또한 어렵다. 심지어 내륙에 위치한 수도 네피도(Nay Pyi Taw)까지 어렵게 찾아간 출장자가 발주처 관계자를 4주 동안이나 기다린 끝에 화상회의만 30분하고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물론 프로젝트 진행상의 이슈는 기업 스스로 대처해 나가야 하겠지만 출장과 관련된 애로사항에 관해서는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특히 우리 정부가 자가격리 면제 등 출입국 패스트트랙에 관한 협의를 이뤄줄 수 있다면 곤경에 처한 기업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재원 수급과 관련해서도 지원의 손길이 절실하다. 특히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가 추가로 시행될 경우 기존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얻은 수익마저 국내로 송금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 역시 기업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나 현지여건이 호의적이지 않다 보니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만이라도 유연하게 재검토 받을 수 있다면 재원 수급과 관련된 상황이 상당 부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우리 기업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을 살펴본 결과 비상사태와 코로나 방역실패의 여파가 실제로 산업현장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금융, 물류 인프라의 붕괴가 다른 연관 산업 전반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코로나 재확산에 군부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미얀마 경제가 정상궤도를 되찾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지닌 동남아시아의 유망시장인 만큼 우리 기업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사업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기업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신남방 개척의 성공 신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 각사 인터뷰, The Global New Light of Myanmar, Myanmar Industrial Port, 미얀마 중앙은행, 정치범지원협회(AAPP), KOTRA 양곤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