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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동국제강 브라질CSP 제철소 고로가동 연기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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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동국제강 브라질CSP 제철소 고로가동 연기 속사정은?

[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동국제강이 브라질CSP 제철소 고로 가동을 내년 2분기로 연기했다.

동국제강은 포스코, 발레(VALE) 합작사인 CSP가 당초 브라질 CSP 제철소의 고로를 연말께 시운전 할 예정이었으나, 화입 시점을 내년 2분기로 변경하고 브라질경제사회개발은행 (BNDES) 등 CSP 대주단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의 CSP 제철소 가동 연기의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번째는 행정절차 등으로 인한 공사 지연이다. 2012년부터 포스코건설이 시공(EPC)을 맡아 10월 말 현재 종합공정률이 95.7%에 이르고 있다. 이는 12월 말 고로 화입을 목표로 하는 당초 계획 대비 약 3.7%포인트 뒤쳐져 있다. 공사 현장에서 노동 환경과 행정 절차 등이 당초 계획했던 상황과 상이해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브라질 주정부가 건설을 약속한 철광석 하역 시스템(하역기, 파이프 컨베이어 등)이나 슬래브 운송 도로와 교량 건설 등 인프라 건설은 계획대비 10% 이상 뒤처져 있어 최소 3개월 이상의 추가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두번째는 너무나도 열악한 철강 시황이다. 현재 세계 철강시황은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은 적자를 내면서도 생산을 줄이지 않으며 전 세계로 밀어내기 수출을 감행하며 철강재 가격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최근 철강재 가격은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후판의 경우 조선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며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동국제강의 조선용 후판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주 고객사인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수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철강업계보다도 상황이 어렵다. 이에 따라 후판 가격도 '배춧값'으로 전락했고, 조선업계에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는 커녕 올해 4분기 역시 인하가 예고돼 있다.

CSP는 후판의 원자재인 슬래브를 생산한다. 동국제강은 자체 고로가 없기 때문에 슬래브를 타 철강업체들로부터 구매해서 후판을 만든다. 이 때문에 자가생산을 위해 CSP를 짓고 있지만 슬래브 구매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후판 판매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도 조선업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불황에서 무리하게 브라질CSP 제철소를 짓고 가동시키느니 다소 가동을 지연시켜 시간을 버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브라질 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개최된 ‘CSP 고로 연와 정초식’ 현장. 이 자리에 참석한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은 브라질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책임진 장본인이다.이미지 확대보기
브라질 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개최된 ‘CSP 고로 연와 정초식’ 현장. 이 자리에 참석한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은 브라질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책임진 장본인이다.

세번째는 장세주 회장의 부재다. 회사는 장세주 회장이 지난 5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어 리더십 부재를 겪고 있다. 장 회장은 10년 넘게 브라질 CSP제철소 프로젝트를 기획단계부터 주도해온 인물이다. 장세주 회장은 룰라 전 대통령이나 호세프 대통령 등을 직접 만나 제철소 건설 지원 약속을 직접 받는 등 가장 직접적으로 CSP 제철소와 연관을 맺고 있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브라질 정부로부터 각종 인프라 지원을 약속 받았던 장 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브라질 연방 정부나 주정부가 인프라 투자 예산 집행에 소극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 장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얘기가 나오면서 지난 4월 초 예정돼 있던 CSP의 30억 달러 장기 대출 계약이 한달 가까이 지연되다 간신히 성사된 바 있다. 브라질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주정부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장세주 회장의 부재는 브라질 정부와의 긴밀했던 협조체계가 약화되면서 도로, 항만 등의 인프라 건설 속도가 지연된 모양새다. 장 회장의 부재로 건설을 완공하더라도 가동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돌발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CSP의 가동을 연기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사유는 언제 해결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CSP 가동과 관련 최적의 시기를 찾으려는 동국제강으로서는 가동을 연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분석된다. 내년 2분기에도 장세주 회장의 부재와 함께 주변 여건이 녹록치 않으면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완공이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동국제강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브라질 고로현장에서의 지분법 손실액이 더 큰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1분기에만 830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기록했다.

고로의 특성상 생산이 안정화되기까지 한동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CSP제철소가 진행되려면 재판 중인 장세주 회장의 복귀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장세주 회장의 부재로 인해 리더십이 약화된 동국제강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철강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