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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효성 51년이 보인다”… 울산·안양공장 그리고 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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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효성 51년이 보인다”… 울산·안양공장 그리고 기술연구소

3일 창립 51주년…타이어코드·스판덱스·시트벨트용 원사·에어백용 원단 ‘세계 1위’

효성이 3일 창립 51주년을 맞았다. 이미지 확대보기
효성이 3일 창립 51주년을 맞았다.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효성이 3일 창립 51주년을 맞았다.

효성은 그간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등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자랑하며 재계 25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효성의 51년을 ▲울산공장 ▲안양공장 ▲기술연구소 등 주요 장소를 중심으로 돌아봤다.

◇ 울산공장, 해외 바이어 한국서 방문한 첫 공장

1968년 준공된 효성의 울산공장. 이미지 확대보기
1968년 준공된 효성의 울산공장.

효성은 1960년대 삼양타이어와 동신타이어 등 수많은 업체로부터 거절당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자동차 2대 중 1대에 이 제품이 쓰인다. 바로 효성의 타이어코드 이야기다.

나일론 타이어코드는 효성(당시 동양나이론)이 1968년 국내 최초로 개발, 울산공장에서 처음 생산됐다. 효성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은 1966년 동양나이론 설립 후 약 2년간 나일론 타이어코드 개발에 몰두한다.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나이롱과 한일나이론 등 선발업체가 포진해 나일론 사업에 대한 시각 자체가 회의적이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효성 간부진이 나일론 제조에 관한 기초 조사를 위해 독일 화학사 바스프(BASF)를 찾았을 때 효성은 도움을 받기는커녕 멸시를 당했다. 바스프 관계자는 “한국처럼 공업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실패하기 쉬우니 사업을 바꾸는 게 어떠냐”고 했다.

하지만 조홍제 회장은 굴하지 않고 나일론 사업을 추진했다. 선발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을 의류용에 이어 산업용으로 확대,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개발했다.

나일론 타이어코드는 불티나게 팔렸다. 1974년에는 타이어코드 수출액이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 태국 카멜 타이어의 사장과 미국의 굿이어사 구매담당 이사가 수출 상담을 위해 울산공장을 찾았다. 해외 바이어가 국내 공장을 찾아 수출 상담을 한 건 처음이었다.

이후 효성은 1978년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생산했다. 첫해 1600t에 그쳤던 타이어코드 생산량은 2년 뒤 2만4600t으로 늘어났다. 효성은 현재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점유율 45%로 세계 1위다.

◇ 안양공장, ‘Q프로젝트’의 시작

글로벌 1위 제품 '스판덱스'는 안양공장에서 처음 생산됐다. 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1위 제품 '스판덱스'는 안양공장에서 처음 생산됐다.

효성의 또 다른 주력 제품 스판덱스는 안양공장에서 시작됐다. 스판덱스의 첫 생산라인 이름은 안양공장의 ‘Q1’. 생산라인에 따라다니는 앞글자 Q는 퀘스천(Question)에서 비롯된다. 효성이 스판덱스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해 프로젝트의 이름을 ‘Q프로젝트’라 지었기 때문이다.

당시 스판덱스 시장은 연평균 20%의 성장을 거둬 전망이 밝았으나 효성은 기술이 없었다. 외국 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해 기술을 이전받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효성은 독자 기술 개발 방식을 택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1992년 자력으로 스판덱스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며 세계에서는 네 번째 개발이었다.

초창기 스판덱스의 연간 생산량은 140t 불과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3위에 그쳤다.

2000년대 중반 중국업체들의 난립과 저가 제품의 물량 공세로 국내 업체들이 도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효성은 흔들리지 않았고, 2010년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다.

안양공장에서 처음 생산된 스판덱스는 중국과 베트남, 터키 등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2700만달러(약 300억원)을 투자해 터키 이스탄불 공장 생산량을 5000t 늘리는 증설 작업을 실시했다. 현재 효성의 스판덱스 연간 생산량은 20만t을 넘는다.

◇ 기술연구소, 효성의 과거이자 미래

지난 1971년 설립된 효성의 기술연구소.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971년 설립된 효성의 기술연구소.

타이어코드를 비롯해 스판덱스와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용 원단 모두 효성의 세계 1위 제품이다. 효성이 글로벌 1위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연구소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연구소의 설립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섬유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원가 절감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은 필수적이었다. 이에 효성은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 부설 연구소를 지었다.

기술연구소 초창기에는 15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이들은 휴일에도 연구소에 나와 신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기술연구소에 ‘불이 꺼지지 않은 연구소’란 별명이 따라다닌 이유다.

효성은 1980년 연구개발실 4곳을 신설하고 연구소를 증축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 결과 현재 직원수만 수백 명에 이른다.

늘어난 직원 수만큼 효성의 제품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나일론 타이어코드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카펫용 원사 제조 기술은 이 연구소에서 개발됐다. 차세대 섬유라 불리는 탄소섬유와 폴리케톤 개발도 연구소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효성은 최근 탄소섬유와 폴리케톤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용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하다. 폴리케톤은 올레핀과 일산화탄소로 이뤄진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로 나일론 대비 충격 강도는 2.3배, 내화학성은 30% 이상 우수하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