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와 반도체를 비롯한 에너지 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온 최태원(60) SK그룹 회장의 ‘뚝심 경영’이 SK그룹의 체력을 단련해 코로나19 파장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빛을 내는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 SK그룹 전체로 확산하는 최 회장 ‘뚝심 바이러스’
최 회장의 ‘뚝심’은 마치 '긍정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며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래 먹거리 사업인 제약·바이오에서 최 회장에 이어 사촌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생산하기로 해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바이오팜 상장은 최 회장의 28년 바이오 ‘뚝심 경영’의 결과물이다. 최 회장은 수 차례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투자로 신약 개발부터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그는 또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신약개발 전 과정을 독자 진행해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허가를 획득했다.
SK바이오팜의 역대급 청약흥행은 예견된 일이다.
지난달 23~24일 이틀간 진행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청약증거금이 무려 30조9000억 원이 몰렸다. 이는 역대 최대치인 지난 2014년 제일모직 청약증거금 30조649억 원 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아온 최 회장은 1993년부터 바이오 투자에 나섰고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두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8년 SK라이프사이언스의 연구개발(R&D)조직 구축에 이어 2011년 신약개발 사업을 위해 SK바이오팜을 설립한 점이 대표적인 예다.
SK바이오팜에 이어 SK그룹의 또 다른 바이오 한 축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기염을 토하고 있다. 최근 SK케미칼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는 보건복지부,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의 글로벌 공급을 위한 3자 간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최창원 부회장이 지분 40.18%를 보유한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지분 33.47%를,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98.04%를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해 상장까지 이뤄지면 SK바이오팜과 함께 SK그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SK하이닉스 코로나 변수 속 ‘쾌거’…이제 ‘모빌리티’ 고도화 꿈꾼다
최 회장 뚝심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국면에서 SK하이닉스의 건재함과 성장성을 모두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3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9467억 원, 매출액은 8조6065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5.3%, 33.4% 늘어난 수치다. 순이익은 1조2642억 원으로 135.4% 늘었다.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1조8000억 원, 매출 8조3000억 원 내외를 예상하던 증권가 추정치(컨센서스)에 웃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시장의 급성장으로 서버 수요가 급증해 반도체 가격 상승이 SK하이닉스 실적을 이끄는 역할을 한 셈이다.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최 회장 ‘뚝심’이 위기 속에서도 그룹 성장을 이뤄냈다는 세간의 평가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지난 2012년 2월 당시 3조 3000억 원에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최 회장은 2016년 6조 3000억 원 투자, 2017년 10조 3000억원 투자, 2018년에는 16조 원 이상 투자했다.
2017년 매출 30조 원을 돌파한 SK하이닉스는 2018년 매출 40조 원에 영업이익 약 2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해 최 회장은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최 회장의 ‘뚝심 경영’은 이제 전기차 배터리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영역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와 바이오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첨단 기술을 포괄한 모빌리티 산업을 그룹의 또다른 한 축으로 삼고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SK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와 반도체, 에너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고 80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에너지, ICT 등 첨단기술 집약체인 모빌리티가 SK그룹의 간판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은 반도체(SK하이닉스), 배터리(SK이노베이션), 통신기술(SK텔레콤) 등 모빌리티 산업 인프라를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고도의 모빌리티 완성을 위해 최 회장이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부터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순수 전기차(BEV)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州)에 최대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또 추가 증설하기로 하는 등 신흥 배터리 강자로서 앞으로 전개될 배터리 대전(大戰)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20년 이후 미래 사업을 구상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통과 유혹이 따르면서도 목표를 향해 한결같은 경영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강한 경영철학이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 회장의 ‘뚝심 경영’은 SK그룹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