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두산인프라코어, 지난 1월 북미에서 소형 굴삭기 3종 공개
한 식구였던 두산밥캣과 북미시장 건설기계 주도권 경쟁 나서
과거 지역별·제품별 사업권 양·수도 통해 주력시장 구분하기도
한 식구였던 두산밥캣과 북미시장 건설기계 주도권 경쟁 나서
과거 지역별·제품별 사업권 양·수도 통해 주력시장 구분하기도

과거의 한 식구를 숙명의 경쟁자로 만나게 됐다.
건설기계업계에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과 북미시장을 놓고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9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북미시장에 미니굴착기 3종을 출시할 에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신형 10t(톤)급 중소형 불도저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건설기계업계에서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과 함께 북미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과거 한식구였던 두 회사가 이제는 숙명의 라이벌로 북미시장에서 만나게 된 셈이다.
제품별로 구분해 신사협정
두산밥캣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당시 두산인프라코어)가 2007년 인수한 미국의 소형건설장비 업체다. 두산그룹은 당시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로 출범시켰는데, 이후 밥캣까지 인수하면서 2008년 글로벌 건설장비기계 기업 중 7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모자관계였던 두 회사는 이후 반복된 재무위기로 인해 많은 부침을 겪어야 했다. 두산그룹은 49억달러(당시 한화 4조5000억원 규모)에 인수했는데, 이중 10억달러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금액은 차입을 통해 해결하면서 대규모 부채부담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이후 두산그룹은 오랜 기간에 걸친 구조조정과 두산밥캣 상장 등에 나섰지만, 결국 지난해 7월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겨야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현재의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된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 2017년 9월 두산밥캣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당시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시했던 글로벌 사업 재편 전략이다.
당시 두산그룹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의 유럽과 북미, 대양주(오세아니아) 법인으로부터 중대형 기계 판매·유통 사업권을 넘겨받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2015년에는 두산밥캣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중국 등 신흥국의 소형 건설기계 판매·유통사업권을 인수받기도 했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 권역별로 사업을 진행하던 두산밥캣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사업권 양수도를 통해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를 맡고,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건설기계에 주력한다고 밝힌 것이다. 양사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영업활동에 나서지만, 주력제품을 구분해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셈이다.
북미시장 놓고 경합 나설 듯
그러나 반복된 재무위기로 인해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결국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가족이 된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에게 2015년 넘겨줬던 소형 건설기계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융권과 건설기계업계에서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북미시장 내 소형건설기계 사업에 뛰어든 배경으로 중국시장의 침체를 꼽고 있다. 중국의 건설경기가 꺾이자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북미와 신흥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삼고 진출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반면 북미시장은 경기 회복과 정부 부양책 등이 겹치면서 올해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시장 매출액은 1조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가 감소했지만 북미와 신흥국 매출은 각각 36.3%, 55.4%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북미지역 소형 건설기계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결정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10t급 불도저 공개에 이어 올해 초 미니 굴삭기 3종을 북미시장에서 선보인 것도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신호탄이란 관측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속이 달라졌으니 경쟁관계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측도 "글로벌 시장 경쟁을 위해 내린 선택"이라며 답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