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침공 후 구리값 급등에 LS·대한전선 주목 받아
구리가격 변동에 판매가 연동되는 ‘에스컬레이드’ 조항
아연 취급하는 제련업계도 '프리메탈' 조항에 반사이익
국내 방산업계, 동유럽 지역에 전차·자주포 잇달아 수출
구리가격 변동에 판매가 연동되는 ‘에스컬레이드’ 조항
아연 취급하는 제련업계도 '프리메탈' 조항에 반사이익
국내 방산업계, 동유럽 지역에 전차·자주포 잇달아 수출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구리, 아연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가격은 톤당 1만140달러에 거래됐다. 구리가격은 지난 4일 종가 기준 톤당 1만674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전선업계 매출이 뛸 전망이다. 구리가격 변동에 따라 판매 가격 연동되는 ‘에스컬레이터’ 조항 덕분이다. 수주 시점과 전선 공급 시점의 구리 가격 괴리에 따른 위험 회피 수단인 셈이다. 지금처럼 구리 가격이 높을 땐 전선 판매가가 높아져 매출이 확대되는 효과를 불러온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전선업계 수주 프로젝트는 보통 에스컬레이터 조항이 들어가 있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위험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LS전선과 대한전선 매출은 6조1130억원, 1조99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26.5%, 25.1% 증가한 규모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상승한 구리가격이 전선업계 매출 규모 확대에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풍산㈜ 역시 원자재 상승 덕을 보고 있다. 풍산㈜은 구리 광석을 전기분해해 순도를 높인 전기동을 원료로 금속판이나 봉, 선을 생산한다.
풍산㈜의 실적은 재고자산 평가손익과 ‘롤마진(제품가-원재료가)’에 의해 결정된다. 경기회복 여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드에는 올해 풍산의 매출액을 3조7307억원으로, 영업이익을 2285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액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6.3% 늘어난 규모다. 반면 영업이익은 27.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리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상승폭이 줄어 재고자산평가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하지만 예년 수준인 1000억원대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호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연가격도 폭등하면서 고려아연, 영풍 등 제련업체들도 웃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연 가격이 지난 11일 t당 383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연초 대비 6.5% 올랐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약 38% 오른 급등한 수치다.
아연과 연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국내 제련업체 매출도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매출에서 아연과 연의 비중이 40%가 넘는다. 영풍 역시 아연괴(아연 덩어리)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30%를 차지한다.
아연가격 상승은 고려아연과 영풍 등 제련업체에겐 호재다. 제련업체 핵심 수입원은 정광을 제련해준 대가로 광산업체에서 받는 제련 수수료(TC)다. 여기에 같은 양의 정광에서 계약 비율(약 90%) 이상 제품을 생산하면 초과분은 모두 제련업체가 가진다. 이를 ‘프리메탈(freemetal)이라고 한다.
금속 가격 조사회사인 패스트마케츠에 따르면 유럽 제련소 생산 축소 등 여파로 지난달 25일 t당 135~170달러 수준이던 중국 내 아연 스폿 TC는 이달 11일 150~20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고려아연이 올해 연결기준 매출 10조9000억원, 영업이익 1조1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6.2%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풍의 매출은 17.9% 증가한 4조2200억원, 영업이익은 1120억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선·제련업체들이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면 방산업계는 전쟁 그 자체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올해 국내 방산분야 수출액은 지난해 72억5000만달러(한화 8조9973억원)를 두배 가량 넘어선 150억달러(한화 18조6075억원)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에게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이다. 폴란드가 지난 2014년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190문을 수입을 시작으로, 에스토니아가 2018년 K-9 자주포 18문을 주문했으며, 핀란드는 2017년 중고 K-9 자주포를 수입해갔다.

노르웨이도 같은 해 K-9자주포와 K-10 탄약공급차량을 사들인데 이어, 지난해에는 70여대의 신형 전차 도입 사업에서 현대로템의 K-2흑표전차(현지명 K2NO)를 최종후보로 올라놓고 고심 중이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도 국내 방산업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LIG넥스원·한화디펜스·한화시스템 등이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대 규모의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인 ‘천궁-II(M-SAM)’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한화디펜스는 3월 이집트 육군과 K-9 자주포 수출에 서명했다.
한화디펜스의 모기업인 한화그룹도 최근 사우디국제방산박람회에서 사우디아리비아 국방부와 약 1조원대 규모의 비공개 계약을 체결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