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질은 다르지만 생경한 방식으로 표현된 미술품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미술가 윤여선 작가와 함께 동국제강에서 생산한 컬러 강판 '럭스틸(Luxteel)'을 활용한 미술 작품이 오는 18일까지 서울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작가 개인전 '인 비트윈: 사라지는 그러나 영원한'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윤여선 작가의 작품은 한지 캔버스에 그린 것이 아니다. 동국제강의 컬러 강판에 그려 넣어 미술 소재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윤여선 작가의 그림은 동양 관념산수와 진경산수 요소를 서양풍으로 가공한 풍경 요소와 결합해 담아냈다.
윤여선 작가는 파편화된 풍경 이미지를 중첩의 콜라주 방식으로 표현한 뒤 디지털화했다. 그리고 동국제강의 컬러 강판인 럭스틸 강판에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럭스틸 강판 위에는 동양화 특유의 힘과 여운이 은은하고 세밀하게 드러났다.
이 작품을 마주하면 럭스틸 강판에 미술 작품을 옮겨 가정 어느 곳에나 부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범용성을 강조한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표현의 자유를 드러낸다.
디지털화된 윤여선의 작품은 동국제강에서 철판 표면에 질감 그대로 구현했다. 이 과정을 담당한 것은 컬러 강판 시공·가공 전문 센터인 '빌딩솔루션센터'였다. 그리고 전시회용 액자로 만들어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디지털 프린팅 기술은 컴퓨터에 저장된 패턴, 사진, 그림 등을 컬러 강판에 직접 프린트하는 기술이다. 고해상도의 색상과 디자인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창안했다는 평가이다. 이 방법은 2016년 동국제강이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미술품이 철판 위에 표현된 경우는 드물다. 표현은 창조적인 충동이다. 캔버스와 같은 보편적인 미술 소재 범위를 넘어 철판으로 하겠다는 의지는 미술가의 창조적인 본능이며 본질이다. 미술작가 윤여선의 정신은 시대를 앞지르는 창조 그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만일 표현이라는 것이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만족감이 우리를 일깨워서 북돋아 주지 못한다면 우울해질 뿐이다”라고 했던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의 지적이 아니어도 윤여선 작가의 이번 작품은 럭스틸 강판처럼 탄탄한 애정과 은은한 동양화의 멋을 어우러지게 만든다.
윤여선 작가의 럭스틸 강판 소재 선택은 앞선 비전의 선택이다.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출현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질적 차이를 안내한다는 이유이다.
강판 위에 표현된 예술품은 2018년 5월 ‘엘랑비탈’이란 제목으로 사진전을 가졌던 고원재 사진작가의 ‘철판 위에 핀 녹’의 사진작품이 있으며, 미술품으로는 윤여선 작가가 처음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