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이 줄면 잉여 제품이 내수시장으로 몰리게 되고, 이는 시장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내수 위주의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중소 철강 제조업체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는 보고이다.
4분기에 철강 수입 물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수출 감소로 인한 수요 시장의 수급 조절로 전이되는 현상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올 1~3분기 철강재 수출량을 전년 대비 3.7% 감소한 총 1953만 톤으로 전망했다. 월평균 수출량은 163만 톤이다. 올해 총 수출 예상량은 2441만 톤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년 대비 10.0% 감소했다.
연도별 수출 물량은 2017년에 3167만 톤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연속 5년 동안 수출 물량이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수출 전망도 좋은 형편이 아니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의 철강재 수입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중국은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수입을 대폭 줄이고 있다. 또 코로나와 관련된 지역 봉쇄가 단행되면서 철강재의 수입량이 줄고 있고, 특히 부동산 버블로 인한 공사 중단이 철강재 수입을 크게 줄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완성한다는 방침 아래 친환경 설비 구축과 같은 철강 부문의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국내 철강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수출관세 등으로 철강재 수입 규제 조치를 연이어 실행하는 것을 감안하여 미국과 유럽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직접 현지 투어에 나서고 있다.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은 미국 내에 철강 공장을 건설하고 현지에서 직접 철강재를 공급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아제강은 북미 지역 시추 활동이 지속적으로 늘어 앞으로도 강관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면서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세아제강지주는 새 먹거리로 해상 풍력 구조물 사업을 키우고 있다.
세아윈드는 2021년 11월10일 법인 설립 뒤 처음으로 덴마크 오스테드와 모노파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밖에 동국제강은 새로운 시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트남 컬러강판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현지 스틸서비스센터에 지분을 투자했다. 동국제강은 'DK컬러 비전2030' 글로벌 확장 전략에 따라 수출 위주 판매 전략을 지속할 방침이며 미국 지역과 멕시코 지역에 스틸 센터를 증대하고 있다.
휴스틸과 중견 철강 기업들은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에 직접 현지 설비 투자를 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의 철강 산업 환경은 현지 철강사들이 중국계 회사들과 앞을 다툴 만큼 활발한 설비 확장에 나서고 있고,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2030년을 최종 가동 목표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남아 지역에서의 철강재 수입 환경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수입은 크게 감소했지만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올해 1~3분기 중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은 1056만 톤으로 전년 대비 6.3% 줄었다. 월평균 수입은 88만 톤으로 나타났다. 수입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철강재 수입 물량은 연간 1320만 톤을 기록할 전망이다. 역대 수입 물량을 보면 2016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 1239만 톤으로 수입 물량이 가장 적었다. 2021년에는 다시 1455만 톤으로 늘어났다.
수출과 달리 수입은 국내외 시황 및 가격 차이에 따라 변동이 크다. 당장 4분기 수입은 앞서 많은 양이 계약되면서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최근 동향을 볼 때 1200만~1300만 톤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지만, 설비를 대폭 늘리는 동남아와 인도 등이 순수출국으로 전환하는 단계다.
우리나라 철강 산업은 그동안 전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수출해 왔다. 그러나 올 4분기 수출 환경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품목별 수출 물량을 살펴보면 전기강판의 수출은 41만 톤으로 무려 16.2%나 감소했다. 봉강은 14.5%, 형강은 15.5%나 되는 감소율을 보였다. 철근은 9.0%, 선재 7.2%, 냉연강판 7.0%, 석도강판 5.2%, 열연강판 3.2%, 컬러강판 0.5%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관 수출은 135만 톤으로 16.2% 급증했다. 이는 세아제강의 강관 수출이 증가하여 얻어낸 결과이다. 중후판과 아연도강판은 각각 2.4%, 2.2% 증가했다.
수입 물량은 봉강이 45만 톤(41.0%)으로 급감했으며, 철근, 냉연강판, 석도강판, 아연도강판 등의 품목은 30% 이상 감소했다. 컬러강판은 28.2% 감소, 선재 10.7% 감소, 열연강판 8.8%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