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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 스토리] 탄소중립은 철강 산업의 중대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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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 스토리] 탄소중립은 철강 산업의 중대과제

호주 멜베른 센트럴 내부의 샷타워. 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호주 멜베른 센트럴 내부의 샷타워. 사진=위키피디아
‘조지 길버트 스코트’는 옥스퍼드 대학 박물관의 이면에 철과 유리로 된 내부를 만들었다. 당시 영국 공학자들은 철을 적극적으로 선택했으나 건축가들은 철을 꺼려했다. 철강재가 비싼 이유도 있었지만 고딕풍의 정통 기법에서 좀처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오만함(?)이 있었다.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프랑스인 ‘비올레 르 뒤크’이다. 그는 철을 마음대로 사용했다. 금속 소재를 숨기지 않고 건축물에 자유롭게 표출했다. 교회 건물에도 철을 노출시켰다. ‘생토귀스탱’ 교회가 그것이다. 전통기법을 고수하던 건축가들은 일제히 혹평을 내놨다. 그러나 이 교회건물은 세월이 지나면서 호화로운 고딕 장식과 함께 노출된 철 구조의 역작으로 남겨졌다.

금속을 건물의 골격에 채용한 선구자는 미국인 발명가 ‘제임스 보가더스’이다. 그는 영국에서 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고 미국 땅에 완전히 철로 된 프런트를 처음으로 지었다. 14세부터 시계공 수련을 받았던 ‘제임스 보가더스’는 뉴욕으로 건너가 통산 13건의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시계에서부터 선반, 가스계량기, 철제분쇄기, 주철의 건축에 관한 구조술 등 그가 얻어낸 특허 분야는 다양했다.

그는 30채 이상의 주철건물들을 지었다. 주철은 현대사회에서는 더 발전된 철강재로 대체되었지만 당시는 매우 희귀한 건축소재였다. 보가너스가 지은 볼티모어의 ‘선아이언 빌딩’(1850~51, 철거 1904)은 철골에 두 개의 파사드(건물 출입구 정면 외벽 부분:正面)를 갖고 있다. 건축가들에게 파사드의 '소통'으로 이해된다. 돌로는 이런 파사드를 만들기가 어려웠으니 많은 사람들은 이 건축물을 보면서 감탄사와 경외심까지 가졌다.
철강재가 건축물을 통해 사람과 건축물,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 대표적인 건축물로 오늘날까지 모범적인 건축물로 일컬어진다.

미국에서 주철 건축은 근대적 마천루가 등장하기 전까지 30~40년 동안 도시 상업지구의 주된 선택이었다. ‘제임스 보가더스’가 주철 건축을 처음 창안한 이래로 건축 산업에서는 일반적인 문화의 고정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철로 된 최초의 구조물은 뉴욕에 세운 탄환 제조탑(1855)이다. 철 프레임에 벽돌로 외벽을 씌운 이 탑은 납물이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했다. 까마득히 높게 오른 이 탑은 마천루의 등장을 예고했다. 호주 멜버른 센트럴 내부에 있는 'Coops Shot Tower'라 불리는 탄환 제조탑이 있다. 벽돌 건물의 지붕에 철로 만든 지붕은 철의 구조가 방사선으로 설치되어 단단함을 표출한다. 오늘날엔 쇼핑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탄환제조탑의 양상은 독일 베를린, 영국 등에도 남아있다.

21세기는 아직도 철기시대이다. 각국의 인당 철강 소비량이 얼마냐에 따라 선후진국을 가리기도 한다. 작금의 철강 수요는 동남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으로 이전되고 있다. 이 지역의 철강 소비량과 철강 생산량은 엄청나게 폭발하고 있는 중이다. 전 세계의 내노라하는 철강 기업들이 다투어 철강 공장을 건설하거나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수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철강 신소재를 적극 개발해야 하는 과제이다. 그 기술의 중심에는 탄소 중립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이 담겨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숨어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한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정부 지원이 탄소중립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유럽지역의 철강 기업들은 주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탄소 중립을 이루지 못하면 경쟁력이 퇴보하는 현실이다. 우리의 철강 산업도 탄소 중립을 위해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철은 우리의 영원한 유산’이라고 했던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권 회장은 “철은 문명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인간의 사고에도 영향을 주었다. 인류 역사의 흥망성쇠를 안다면 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지구상의 철을 다 쓰고 나면 고로는 필요 없겠지요.”

“철은 리사이클링이 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껏 사용한 철강재를 녹여 전기로에 녹여 쓰면 됩니다.”

“탄소 배출도 해결될 겁니다.”

간단, 명료한 설명이다. 다만 철을 대신할 새로운 소재들의 개발이 이어지겠지만, 그것도 걱정 할 일이 아니다.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철강 신소재를 개발해야 합니다.” 권 회장의 말은 철강재 선택 입안자들에게 무궁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철강 소재를 개발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 옛날, 앞선 선택의 건축가들이 역작을 만들었듯이, 탄소 중립 시대를 살아가는 철강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퍼스트 무버’정신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