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우려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스웨덴은 옛 조선 최강자의 산물인 초대형 범선을 시범적으로 항해 시켰다. 2005년 10월 스웨덴 예테보리 항에 입항한 1척의 선박은 18세기 유럽 조선소들의 유구한 역사와 선박 건조 경쟁력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이 선박은 1745년 9월 중국여행을 다녀오다 예테보리 항 인근에서 침몰한 스웨덴 동인도회사 소속의 무역선을 복원(볼보 후원)한 것이다.
이름은 ‘예테보리’호. 이 배는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거쳐 인도양을 횡단하고 중국 상하이까지 다녀오는 1년 7개월의 시험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선박의 우수성을 증명한 이 선박의 공개는 사양길로 접어든 유럽의 조선기업들이 세계 조선 산업을 석권했던 과거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전시품 같지만 그 깊은 속내는 관람자의 몫이다.
예테보리의 범선과 같은 기능을 가진 범선의 등장을 예고하는 뉴스가 최근에 나왔다. 범선 이야기는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탄소중립이 조선부문의 중대성을 가진 만큼 눈을 크게 뜨게 만든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범선의 등장은 조선분야를 확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범선은 에코클리퍼 협동조합에서 나왔다. 선박의 오염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으로 올해 초 대형 범선 ‘드 투커’(De Tukker)를 구입한 것이 시발점이다.
선박은 운항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중유를 태우게 됨으로써 오염이 극심한 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만약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의 운반선을 범선으로 운송을 한다면, 엄청난 양의 오염물 배출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에코클리퍼 창업자인 조른 랑글란(Jorne Langelaan)은 올해 초 ‘드 투커’의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속한 자금 조달과 개조를 희망했다.
드 투커의 범선 구매 전략은 오염 무배출 화물 운송을 원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랑글란은 처음부터 범선을 떠올린 것은 아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지금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보유한 선박 상태는 예상보다 더 나빠지고 있었다.
에코클리퍼협동조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선박에 담보 대출을 제공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선박 운영을 범선으로 한다면 지속 가능한 운송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범선 리노베이션은 탈스마 조선소에서 이뤄졌다. 선박은 내년에 완성된다. 이 범선이 화물을 출항하고 물류의 길을 트기 시작한다면 많은 일들이 극복될 수 있다. 범선은 지난 10월 29일에 프래네커에 있는 탈스마 조선소에서 일반에 공개됐다고 한다.
에코클립퍼 쿠퍼레이티(EcoClipper Cooperatie U.A.)의 회원이 될 수 있다면, ‘드 터커’의 공동 소유자가 되어 풍력 운송의 미래를 공유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범선으로 물류를 운반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범선의 활용이 늘어나 환경친화적인 선박이 모든 선박에 적용되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희망한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