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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 스토리] 정화 함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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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 스토리] 정화 함대의 부활

현대삼호중공업의 대표 LNG 운반선. 사진=현대삼호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삼호중공업의 대표 LNG 운반선. 사진=현대삼호중공업
오래전부터 선박 건조 능력이 가장 뛰어났던 국가는 중국이었다. 의외의 역사로 보이지만, 故 신영복 교수는 ‘담론’에서 그 증거를 끄집어냈다. 중국의 정화선단은 세계 최고의 항해술 보유 국가였다고 한다. 당시 유럽은 인도보다 평균적인 생활수준이 낮았고, 명나라의 정화함대는 대선단을 꾸려 세계 곳곳에서 물물교환을 했을 정도로 바다를 제패하고 있었다.

정화함대는 연인원 2만여 명이 승선하여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일곱 차례나 왕래했는데 대선단을 지휘했던 본선의 길이는 150m나 되며, 폭은 60m, 높이가 9m였다. 지금의 선박건조 모습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크기이다. 정화함대는 황제의 선물을 싣고 인도나 아프리카로 항해하여 물물교환을 했다는데, 유럽 국가들이 신대륙을 무자비하게 식민지화 했던 무력 항해와는 그 본질이 달랐다.

중국 명나라 대선단의 항해가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중국의 권력이 유교집단으로 이동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핵심은 해외 원정을 주도했던 환관 세력이 몰락하고, 유교를 숭상하던 관료들이 집권하면서 해상 주도권의 시대에서 대륙국가의 모델로 되돌아갔던 때문이다.

당시 중국이 해상권을 주도했다면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생각만 해도 세계의 패권 지도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왜 중국은 바다를 무시했을까? 왜 중국의 조선 산업은 석양의 노을처럼 사라졌을까?
이 대목에서 흥미가 발동한다. 더하여 당시 한국의 왕조는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빠르게 흡수함으로써 우리 역시 먼 바다로의 진출이 미약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 명나라는 자국민의 해외 진출도 막았다. 내륙위주의 정책을 펴고 해군을 육군에 전환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선박을 파괴해서 땔감으로 사용하는 멍청한 일까지 자행했다. 이런 과정들이 세계를 휘젓고 다니던 중국의 앞선 조선 산업을 후대로 계승시키지 못하고 일찌감치 사장된 이유였다.

바다를 외면한다는 것은 세계화를 포기하는 일이다.

명나라가 바다를 외면했던 패러다임 전환은 우리 조선(朝鮮)으로 이전됐었던 것인데 그 결과는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수군을 육군에 흡수시키려 했던 선택도 바로 중국의 내륙위주 정책을 벤치마킹했던 근거들이다.

바다를 외면했던 중국의 조선 정책은 이제 옛날이야기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확 달라졌다. 올해 중국의 LNG운반선 시장 수주 점유율은 세계 1위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1척에 불과했던 중국의 LNG선 수주량은 올 상반기에만 26척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선박 수요가 호조를 보이고, 한국의 3개 주요 야드의 건조 슬롯이 부족해지면서 대형 LNG선 시장에 계속 진출하게 된 것이다. 중국 양지강 조선사는 중국 내 민간 조선소로는 처음으로 대형 LNG선을 수주했다. 중국내 조선사로는 4번째로 대형 가스선을 수주했다. 이 소식은 중국국영조선이 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LNG선 인도를 시작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중국의 2022년 LNG선 수주가 조선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유는 유럽이 송유관으로 운송하던 러시아 가스 공급을 대체하려는 노력을 계기로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카타르가 LNG 생산의 대대적인 확대에 나서면서 중국 해운업 확대에 힘을 실어주었다.

클락슨은 올해 중반 대형 LNG선(14만cbm 초과) 수주는 2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LNG선 수주량은 최소 4분의 1 이상 증가했으며, 글로벌 주문서는 255개의 가스 운반선으로 집계된 연유이다.

벌커, 컨테이너선, 유조선을 건조하는 양지강은 지난 9월 프랑스 GTT와 협약을 체결했으며 LNG선 시장을 공략해왔다. 양지강은 GTT의 봉쇄 기술을 허가하고 있다. 대형 LNG운반선 시장은 전통적으로 한국 조선소가 주도해왔지만 양지강 조선은 중국 민간 조선업체로는 처음으로 이 분야에 진출한 것이다.

중국 조선업계는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가스선 국제 수주에서 빠른 구축을 하고 있다. 이 동향은 한국의 조선사들이 증가하는 비용과 노동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다시 바다에 중국이 건조한 선박들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별로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LNG선박의 신 건조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이 시기에 여타의 인위적인 일들로 인해 수주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은 내륙정책을 앞세웠던 과거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손을 맞잡아야 힘이 덜 든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