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철강 산업 분야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적어도 절반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탄소 부채가 배기관에서 공급체인으로 이동
이런 관점에서 철강 산업의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트럭운송 분야는 철강 산업의 중요한 수요처가 되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트럭 운송은 철강 수요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트럭 한 대에는 약 5톤의 금속이 채용된다.
2021년을 기준으로 대형 버스와 트럭, 그리고 경형 상용차는 전 세계적으로 약 2300만 대가 생산되었다. 향후의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물량은 철강 산업의 변화 즉,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많은 차량들이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 예를 든다면, 트럭 제조업체인 스카니아(Scania)는 2030년까지 트럭의 절반을 전기화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배터리 전기자동차(BEV)가 친환경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비중은 약 85%로 증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주요 트럭 제조업체들의 탄소 부채는 불과 몇 년 안에 배기관에서 공급망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3천년의 기술, 10년 만에 혁신
그렇다면 기업들은 ‘녹색 철강’을 어떻게 조달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의 철강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은 12가지 이상의 기술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철강 제품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많은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한다는 것이 우선된 혁신이다. 일부 혁신은 천연가스를 전환 연료로 사용하고, 또 다른 혁신은 탄소 포획과 저장 기술을 사용하여 굴뚝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차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와 함께 고철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또한 친환경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철광석으로부터 새롭고 고품질의 열연코일을 생산하는 가장 유망한 기술 중 하나는 "H2 DRI + EAF"로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짧은 여행이 필요하다.
약 3,000년 전, 인류는 철분이 풍부한 암석을 숯불 위에 가열해서 액체를 얻었다. 그리고 이 액체가 냉각되면 가단성 있는 금속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철은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 점결탄으로 구동되는 거대한 용광로에서 광석(석회포함)을 섭씨 1600도 이상으로 녹이면 액체 상태의 철이 나온다.
문제는 광석에 의해 방출된 산소가 코크스의 탄소와 결합하여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철강 1톤을 생산할 경우 1~3톤 사이의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게 된다. 이것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이 연간 약 20억 톤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탄소가 무진장 배출되는 전통적인 제조공정을 개선할 수 있는 첫 번째 방식은 DRI, 즉 직접 환원철의 사용이다. 코크스는 이산화탄소가 아닌 부산물로 H₂O를 배출하면서 철을 생성하는 수소로 대체된다. 이 과정에서 녹색 철강이 되려면 수소 자체가 비 화석에너지로 생산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 단계는 코크스 없이 철을 다시 가열하여 탄소 함량을 줄임으로써 철강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은 1850년대 이후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단계에서 EAF 또는 ‘전기 아크로’는 탄소 집약적인 ‘기본 산소’ 용광로로 대체하고 있다.
국내 철강기업 중 전기 아크로를 사용하는 철강 기업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을 비롯한 봉형강 제조업체들이다.
퍼스트 무버
글로벌 철강 기업들은 대부분 DRI-EAF 공정을 실험하고 있지만, 이 기술은 여전히 비싼 틈새시장이며, 세계경제포럼의 퍼스트무버 연합(FMC)이 목표로 하는 방식이다.
FMC는 기업의 구매력을 활용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7개의 ‘축소하기 어려운’ 산업 부문을 탈탄소화하기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역할을 하고 있다.
탈탄소화 달성을 위한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퍼스트 무버’는 가장 먼저 기술혁신에 도전하여 수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관련된 파트너 공급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스카니아의 경우는 첫 번째 조치로 유럽사업부의 방침대로 2030년까지 철강 구매의 100%를 친환경 철강으로 보장하겠다는 강력한 수요 신호를 철강 공급업체에 보냈다. 대담하고 위험하게 들릴 수도 있는 계획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의 뿌리는 미래의 친환경 철강 공급업체와 사전 구매 또는 오프 테이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모델은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다. 스카니아는 기존 제강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95% 감소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H2 그린 스틸에 투자했다. 이 모델의 장점은 R&D에서부터 공급 업체와 협력하여 제품이 응용 분야에 최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혁신적인 기업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철강 투자 위험은 크게 보일 수 있다
이 여정의 도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수량과 가격은 두 가지 중요한 지표이다. 구매자는 충분한 녹색 강철 공급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공급업체는 너무 빨리 움직이면(그리고 기술이 엄청나게 도약하면) 시장이 범람 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친환경을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모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과감성을 유도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격면에서도 얼마나 더 높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스웨덴의 철강 제조업체인 SSAB는 초기의 그린 프리미엄을 20~30%로 책정했지만, 이는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럭 제조업체가 프리미엄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과제이다. 그러나 구매자가 BEV를 선택하기에 충분히 기후를 인식한다면 재료의 탄소 발자국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알려지지 않은 규제도 있다. 정부는 탄소 집약적인 산업 공정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저탄소 대안을 장려하는 조치를 점점 더 많이 취하고 있다. 유럽은 2005년 이후 배출권 거래 시스템 (ETS)을 통해 탄소에 가격을 매기고 최근에는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재생 에너지 및 녹색 수소를 포함한 기후 친화적 기술에 대해 수십억 달러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는 이 퍼즐의 핵심 부분이다. DRI-EAF 공정에서 요구하는 녹색 수소를 제조하는 전해조를 가동하려면 재생 가능하든 원자력이든 엄청난 양의 비 화석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 추산에 따르면, 녹색 수소를 사용하여 전 세계 철강 공급량을 생산하려면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세계의 연간 전기 용량의 거의 두 배가 필요하다고 한다.
스카니아의 조국 스웨덴은 그리드의 90% 이상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에서 좋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청정 전력 부족은 친환경 철강 기술의 대규모 채택을 방해하고 있다.
기회는 여전히 더 크다
모든 도전 속에서 큰 기회를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계가 미래의 재료를 확보해야 된다는 필요성이다.
향후 수십 년 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후 변화가 사라지거나 화석 연료로 만든 재료가 계속해서 저렴하고 이용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는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탄소 배출이 없는 세상을 가리키며, 기후 압력으로 인해 재료 공급이 압박을 받고, 규제로 인한 처벌의 위험은 계속 증가한다. 이미 EU의 초기 입법에서 산업 제품의 수명주기 배출에 대한 입찰 질문에 이르기까지 갖가지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녹색 배출 물질 개발을 시작하는 것은 분명히 옳은 일이다. 이는 비즈니스의 미래를 보장하는 동시에 저탄소 세계가 가져다주는 기후, 자연, 그리고 사회에 막대한 이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하기 위한 것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