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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겹친 금호석화…'3세 박준경' 신사업으로 경영능력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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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겹친 금호석화…'3세 박준경' 신사업으로 경영능력 보여줄까

업황 부진에 실적은 지난해 대비 역성장
박찬구 회장, 8월에 이어 특별사면 무산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 불안한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업황 부진으로 역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오너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린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사장의 경영능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 1~3분기 매출액 6조3301억원, 영업이익 1조334억원, 당기순이익 87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0.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8.1%, 47.1% 줄었다. 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성이 나빠졌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올해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 원자잿값 상승, 수요 부진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탓이다.

내년 사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때 13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현재 70달러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12월 둘째 주 싱가폴 정제마진은 8.7달러로, 11월 7.6달러에서 강보합 수준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도 내년 석유화학 수출은 올해 예상치(561억달러)보다 9.4% 줄어든 508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내년 시장예상치(컨센서스)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올 4분기 매출액은 1조7900억원, 영업이익은 21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적 매출액은 8조12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440억원으로 예측됐다.

전날 발표된 특별사면 명단에 박찬구 회장이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회장이 지난 2018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이후 오너 리스크를 계속 가져가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에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런 대내외적인 경영 위기에도 불구하고 내년 신사업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박준경 사장이 있다. 지난 21일 회사는 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을 담은 인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는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해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뒤 부장, 상무, 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영업본부장을 맡아왔다.

박 사장은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해 회사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신사업으로 구분되는 탄소나노튜브(CNT)와 에피클로로히드린(ECH)에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다. ECH는 전기차, 전자기기 등에서 활용하는 에폭시의 원료다.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로 꼽히는 CNT 생산을 늘리고 있다.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금호피앤피화학은 OCI와 ECH 10만t을 생산하는 합작사를 말레이시아 사마라주 산업단지 내에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사는 총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미 완료했다. 의료용 장갑 등에 사용되는 NB라텍스 생산설비 신설을 위해서도 2560억원을 투자했다.

다만 해당사업은 영업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온 박 사장으로써는 낯선 분야다. 이에 적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주요 제품인 NB라텍스 등의 영업부문을 총괄했던 경험이 있어 기대치는 높다. 여기에 여유있는 현금량도 사업 추진에 원동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평가다. 올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단기대여금 및 기타채권을 더한 현금량은 1조457억원이다.

그마나 희망적인 것은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완화 조치를 완화했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내년 1월 8일부터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시행해온 해외발 입국자 시설 격리를 폐지하기로 했다. 중국 수요가 되살아 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계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석유화학 업계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550억9238만달러) 중 약 40%(218억8459만달러)에 이른다. 기업별로 살펴보더라도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계 실적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3분기 기준 최소 65~70%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 부분에서 중국이 사업적으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며 “중국봉쇄 해제 조치에 대한 영향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소비 심리가 회복된다면 실제로 수요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 "실제로 수요 증대까지 이어진다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