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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4세 이규호' 모빌리티그룹 출범…"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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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4세 이규호' 모빌리티그룹 출범…"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

자동차 넘어 모빌리티 전분야 신사업 발굴 핵심 과제
충전서비스·수소 개발 사업 등 장기적 발전 가능성 커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마곡동 코오롱그룹 본사 전경 사진=코오롱이미지 확대보기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마곡동 코오롱그룹 본사 전경 사진=코오롱
코오롱그룹이 인적분할에 나서며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코오롱가(家) 4세인 이규호 사장이 신설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게 됐다. 격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 코오롱의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7월 수입차 부문을 총괄하는 코오롱모빌리티를 신설해 인적분할하기로 했고, 이달 13일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됐다. 건설과 상사, 스포츠 부문이 코오롱 글로벌로, 자동차 부문은 신설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분할된다. 자동차 부문은 BMW·미니·롤스로이스와 아우디, 볼보, 지프 6개 브랜드와 스피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이 있다. 이 사장은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에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각자대표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사실상 차기 그룹 총수로서 거듭나기 위한 통과의례로 경영 수업을 마친 젊은 사장의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래 성장 전략 수립, 재무역량 강화, 신사업 발굴 등이 그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다.

그는 앞으로 수입차를 더불어 관련 사업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한다.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 부문을 맡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승부수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2019년~2020년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FnC) 부문을 맡았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부임하고 있는 동안 제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패션 부문에서 매출(2019년 연결 기준) 9729억원과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실적은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뼈아픈 과거로 회자하는 부분이다.

반면, 이후 맡았던 코오롱글로벌 자동차(수입차 유통) 부문에서는 주목할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문은 코오롱그룹에서 잘 갖춰놓은 텃밭이기도 했지만, 최근 수입차 판매사를 확대하는 등 메가 딜러로서의 입지도 탄탄히 굳혔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012년 이후 10년간 평균 1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4조477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중 자동차 부문 매출은 전체의 45%를 차지하는 2조187억원을 차지했다.

기존의 유통 부문은 이번에 함께 승진한 전철원 각자대표가 맡고 이 사장은 미래 성장 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철원 각자대표는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사장까지 오른 영업통으로 꼽힌다. 코오롱글로벌 BMW본부장으로 영업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능력자다. 전 사장과 각자대표의 구도로 가는 건 오프라인 중심 유통사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 사장은 2025년까지 매출 3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우선 향후 수입차 유통뿐만 아니라 사업 구조를 개편해 구독 서비스, 중고차 사업, EV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 등 모빌리티 밸류 체인을 확대해 나갈 수 있으며 호텔·골프장과 같은 레저 비즈니스와 연계한 상품 등을 통해 그룹 내 비즈니스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가 젊은 사고로 바라볼 수 있는 신규 사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의 손에 달린 신사업은 수소 사업이다. 현재 코오롱에서 수소 사업은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플라스틱이 맡고 있는데, 양사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산하에 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내부 비즈니스 간 연계 시너지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경영 승계 이후 코오롱을 미래 모빌리티그룹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 연료 전지의 물 공급 등을 관리해 전기 생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수분제어장치’를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및 수소 충전 인프라 사업 등의 신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발족한 국내 수소기업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코오롱그룹이 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코오롱은 2000년대 초부터 수소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소재 개발과 수소경제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며 “수소 경제 전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원앤온리 소재 기술력을 갖춘 수소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월에 그는 코오롱글로벌 임직원들에게 “자기반성적 고찰로 미래 성장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코오롱만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색깔을 만들고 업계에서 당당하게 ‘1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찾자”고 당부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코오롱에서 그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