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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위기와 해법] ⑥디지털 대전환 통해 산업경계 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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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위기와 해법] ⑥디지털 대전환 통해 산업경계 넘어서야

무역적자에 주요 기업 실적도 하향세…KDI “경기 둔화” 진단
디지털트윈·플랫폼 통한 디지털대전환(DX)으로 위기 돌파
삼성·LG·SK·현대차·포스코 등 주요기업, DX로 신사업 발굴
정부·기재부 ‘新성장4.0’ 전략으로 종합적인 지원정책 추진
인천 신항만 전경. 사진=인천항만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 신항만 전경. 사진=인천항만공사
수출 대한민국의 근간을 떠받들고 있는 K-제조업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수출액 대비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472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액에도 지난해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수입액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촉발한 글로벌 고금리 현상이 맞물리면서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 무역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재계는 지난해 무역적자 발생을 단순한 무역수지 역전이나 대외 변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 수출산업의 주역인 K-제조업의 위기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무역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주요 수출업종들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반응이다.

실제 국내 대표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69%나 급감한 수준이다. LG전자 역시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91.2%가 감소했다.

다른 주요 기업들 역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255개사 중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곳이 96곳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증권사 전망치가 있는 285곳 중 무려 133곳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됐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에 따라 국내 경제상황이 경기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고, 금리인상 여파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K-제조업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KDI는 이와 관련, 지난 8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K-제조업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재계 및 경제단체들은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당장 수출산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주요 기업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수출·수입 무역 통계 현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수출·수입 무역 통계 현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 과정에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기술을 통해 분산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는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주목받고 있다. K-제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 운영 프로세스 등을 혁신하면서 이를 토대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대전환을 실제 제조공정에 활용하는 곳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주요 4대 기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디지털 트윈’(가상의 공간에 실물과 같은 시스템을 갖춰 빅데이터를 확보한 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과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혁신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10월 총수로 올라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초격차로 달성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디지털 플랫폼을 무게 중심으로 혁신 활동에 나선 상태다. 기존 가전제품들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싱큐' 앱을 플랫폼으로 삼는 동시에 또 하나의 주력제품인 TV 부문에서는 웹OS를 통한 플랫폼 통합에 나선 상태다.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생산공정 예상도. 그래픽=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생산공정 예상도. 그래픽=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디지털 트윈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회로 패턴을 계측하는 AI 기술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8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우스랩스를 인수해 제조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 역시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AI솔루션을 도입하고 이를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기존 사업의 노하우를 확장하고 신사업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포스코케미칼이 대표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철강업의 용광로와 관련된 내화물 사업에 집중해 오다 코크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소재를 통해 화학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후, 최근 몇 년 새 전기차 필수 소재인 이차전지 소재산업까지 사업범위를 확장했다. 전통 산업에 집중하면서 획득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산업군으로 진출하는 경우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과거 피처폰 및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리튬폴리머 배터리 생산의 노하우를 확장해 현재는 글로벌 이차전지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주력산업의 범위를 확장하는 사례들도 있다. 석유화학업체로 알려진 LG화학의 경우 최근 생명과학 사업에 다시 진출하며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新성장 4.0 전략' 추진방향. 출처=KDB미래전략연구소이미지 확대보기
정부의 '新성장 4.0 전략' 추진방향. 출처=KDB미래전략연구소


정부 역시 K-제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디지털 대전환에 주목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14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성장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미래 첨단산업과 전략산업의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미래 산업 중심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성장 4.0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히면서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R&D, 금융, 글로벌 협력, 인재양성, 규제혁신 등의 지원체계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이에 따라 정부의 '신성장 4.0' 전략을 △新기술: 미래분야 개척 △新일상: 디지털일상 △新시장: 초격차 확보 등 3대 목표로 세분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5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7년까지 25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해 신성장 4.0 전략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란 청사진도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상반기까지 K-제조업의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면서 "올해 경제정책은 '위기극복과 재도약'에 중점을 두고 미래 대비와 민생경제 회복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