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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반도체'…본가는 접었지만 LX·LB 방계는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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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반도체'…본가는 접었지만 LX·LB 방계는 맹활약

LX세미콘, 종합반도체 회사로 변신 중…LB세미콘는 후공정 집중
대한반도체 인수 후 삼성과 경쟁구도…빅딜 과정서 반도체 포기
구본준(왼쪽) LX그룹 회장과 구본천 LB인베스트 부회장. 사진=각 사 취합이미지 확대보기
구본준(왼쪽) LX그룹 회장과 구본천 LB인베스트 부회장. 사진=각 사 취합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방계기업들이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력을 뽐내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에서는 LX세미콘이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을 주력으로 반도체 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구본천 회장의 LB인베스트(옛 LG창업투자) 계열에서는 LB세미콘이 후공정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LX그룹과 LB인베스트는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LX세미콘은 최근 몇년새 덩치를 키우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서서히 늘려가고 있다. 2021년 1분기의 경우 4056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도 592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매출액 5991억원, 영업이익은 1096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지난해 3분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액은 4786억원, 영업이익은 604억원으로 감소했다.

LB세미콘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1분기 매출액은 113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1446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98억원을 달성했다.
두 기업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반도체 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LG그룹을 모태로 삼고 있으면서 최근 반도체 관련사업 규모를 공격적으로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LX세미콘 회사소개. 사진=LX세미콘이미지 확대보기
LX세미콘 회사소개. 사진=LX세미콘

LX세미콘은 국내 1위 팹리스 기업을 넘어 올해 종합반도체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DDI를 포함해 차량용 반도체와 전력반도체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 상태다.

실제 LX세미콘은 지난해 텔레칩스에 투자를 단행해 지분 10.93%를 보유한 2대주주로 올라섰다. 올해부터는 전략적인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텔레팁스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다.

관련업계에서는 DDI 국내 1위 업체인 LX세미콘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텔레칩스와 협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LX세미콘은 지난해 매각이 진행됐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아직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X세미콘은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추진했지만, 최정적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매그나칩반도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DDI와 전력반도체(PMIC)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LX세미콘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LX세미콘이 매그나칩 및 텔레칩스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DDI사업에 차량용반도체와 전력반도체를 추가하게 되면서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LB세미콘 평택 본사 전경. 사진=LB세미콘이미지 확대보기
LB세미콘 평택 본사 전경. 사진=LB세미콘

LB세미콘도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집중하면서 패키징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LB세미콘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노바텍, LX세미콘 등 글로벌 Top3로 불리는 DDI 개발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LB세미콘이 종합 패키징 업체로 성장하려는 것은 관련산업의 성장세가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패키징은 가공을 마친 웨이퍼를 칩 형태로 자른 뒤 쌓고 묶어 포장하는 후공정시스템을 뜻한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미세공정이 기술적인 한계에 다다르면서 최근에는 첨단 패키징을 통한 후공정을 통해 반도체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가고 있다. 패키징 기술력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LX세미콘과 LB세미콘의 최근 2년새 분기별 실적.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미지 확대보기
LX세미콘과 LB세미콘의 최근 2년새 분기별 실적.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편 반도체사업은 LG그룹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사업부문이다. 1979년 대한전선 계열이던 대한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LG그룹(당시 금성일렉트론)은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D램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6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정부 주도 대기업들간의 빅딜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현대전자에 LG반도체의 경영권을 넘겨주며 사업을 접어야 했다.

당시 그룹 총수였던 구본무 선대회장은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정부의 완강한 의지를 확인한 후 측근들과 통음하면서 "모든 것을 다 버렸다"고 한탄했을 정도였다.

이때 현대전자와 합병된 LG반도체는 2001년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변경한 후 새출발했지만, 재무악화로 위기를 겪다 결국 2012년 SK그룹에 인수됐고 현재의 SK하이닉스로 변신한 후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후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에는 일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에는 실트론을 SK그룹에 매각했으며, 유일한 반도체 관련 계열사였던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마저 구본준 회장의 LX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넘겼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