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등극으로 철강 산업의 글로벌 헤게모니 장악 의지

인도 나빈 파트나익 오디샤주 총리와 고위급 대표단 일행은 지난 4일 오디샤주의 투자 기회를 홍보하기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파트나익은 일본제철 관계자들과 만나 오디샤주 정부 간의 잠재적 협력 기회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6일에는 기미츠 제철소와 일본제철의 R&D센터를 방문했다.
파트나익은 일본제철 하시모토 에이지 사장과 회담을 마친 후 오디샤주 켄드라파라(Kendrapara)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인 3,000만톤의 일관제철소 건설 투자를 재확인했다. 투자 금액은 1.02라크 크로어(16조4200억 원)에 달한다.
파트나익 오디샤주 총리는 이 메가 플랜트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오디샤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일관제철소가 건설될 경우 오디샤주의 주요 지역인 켄드라파라, 자가싱푸르, 자즈푸르, 켄두자르, 바드라크 5개 지역 사회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젊은 인재들의 일자리 창출도 늘어나게 된다.
새로 건설되는 일관제철소는 부지 선정과 개토 작업에서부터 설비장착, 완공에 이르기까지 모두 진행되는 그린필드 방식이다. 이 투자는 현재 세계 2위의 철강 생산국가인 인도를 세계 1위의 철강 생산 국가로 만들겠다는 인도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라는 국가적 야망을 실천하려는 일환이다.
인도 오디샤주에 건설되는 대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지난 2021년 12월 22일 이뤄진 합의이다. 사업 주체는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제철의 인도 현지 합작법인인 AMNS(아르셀로미탈 일본제철 인디아)이다. 이 기업이 오디샤에 연산 2,4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하자 오디샤주 총리는 승인 도장을 찍으면서 투자는 현실화됐다. 따라서 이번 오디샤주 총리의 일본제철 방문은 투자에 감사한다는 답방 형식으로 풀이된다.
7년 이내에 오디샤주에 속한 켄드라파라(Kendrapara)에 AMNS가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는 소식은 당시 철강 산업계를 뒤흔든 대형 뉴스였다. AMNS의 투자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미 입찰을 통해 인수한 1,000만 톤 규모의 타구라니와 사가사히 철광석 광산 생산 규모를 1,500만 톤으로 늘리고, 600만 톤의 펠릿공장도 인근에 건설한다고 밝혔다.
새로 건설되는 일관제철소는 녹색기술을 이용한 고품질의 철강생산 설비를 장착하게 된다. 이 곳에는 연간 1,800만 톤에 이르는 시멘트 생산 공장과 일관제철소와 연관된 미니밀 등의 철강 공장이 잇따라 지어질 예정이다. AMNS는 일관제철소 이외에도 하리자 공장의 생산능력을 기존의 860만 톤에서 1,500만 톤으로 두 배 확장하는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 중이다.
철강 생산량 3억 톤으로 늘리려는 인도의 야망
인도는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조강 2위 생산국이다. 세계 조강생산량 중 5%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국가들이 철강생산량을 현상으로 유지하거나 감소하는 것과는 상반되게 인도는 조강 생산량을 꾸준히 증가시켜왔다.
인도 철강부는 2017년에 국가철강정책을 발표하면서 생산량 증대와 외국기업의 적극 유치를 선언했다. 이 계획을 통해 2017년 기준으로 약 1억3000만 톤이었던 철강 생산량을 2030년까지 3억 톤까지 확대한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자국의 힘만으로는 철강 증대가 어려울 것이니 글로벌 철강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이 돋보인다.
인도에는 타타스틸, JSW스틸과 같은 글로벌 철강과 SAIL, RINL 등의 공기업이 존재한다. 특히 글로벌 철강 기업들은 인도에서 활발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 VTB은행은 인도 4위의 철강기업 에사르 스틸을 인수했고, 영국 리버티 스틸도 인도의 아두닉메탈릭스와 지온스틸을 6,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인도에서의 철강 기업 인수합병은 매우 활발한 상황이다.
인도의 철강 산업 형태는 선철, 조강, 강철 완제품 등으로 나뉜다. 수요산업은 건설, 자동차, 철도용 레일 등이다. 이곳에 철강을 공급하는 고로메이커는 SAIL, 타타스틸, TISCO, RINL 3사가 존재한다. 그리고 전기로에서 해면철(sponge iron)과 스크랩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기업은 에사르, 이스팟, JVSL사 등이다. 이 철강사들은 철근과 같은 건설부문에 필요한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다. 2차 가공업체들은 마라슈트라에 대부분 포진하고 있다.
인도 브랜드 자산(IBEF)에 따르면 인도의 철강 생산 능력은 2015~2016 회계연도에 1억2200만 톤이었다. 연평균 5.26%의 증가율을 기록한 생산량이다. 2018~2019 회계연도에는 1억4200만 톤까지 확장됐다. 이 수치 중 고로 생산품(47%)은 5,964만 톤, 전기로 생산품은 3,692만 톤, 유도전기로 방식은 3,834만 톤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인도의 철강생산량은 약1억60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인도 정부는 2017년 국가철강정책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3억 톤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약 1,347억 달러(약 177조 원)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GDP의 2% 차지하는 인도 철강 산업
인도의 철강 산업은 인도 전체 GDP의 2%를 차지한다. 게다가 약 60만 명의 직접고용과 200만 명의 간접고용을 창출하는 등 인도 경제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인도 정부는 철강 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철강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적극 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2019년 새로운 산업정책인 ‘The New Industrial Policy’를 발표한 바 있다. 정책의 골자는 외국인직접투자(FDI)와 민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는 100% 허용된다. 이런 관점에서 AMNS가 인도에 약 16조가 넘는 투자를 감행했을 것이란 예측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인도 철강부는 2021년(7월 23일) 철강제조업인센티브(PLI)도 승인했다. 이 제도는 총 632억2000만 루피(약 9747억 원) 규모로 지정된 제품에 자금이 지원된다. 해당제품은 코팅도금 철강제품, 고강도철강, 특수레일철강. 합금제품과 철선, 전기강판 총 5가지이다.
인도의 모디 정부가 'Make In India'를 내걸면서 인도 자국 내 산업의 진흥과 보호를 위해 해외 수입물품을 적극 억제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수입은 막고 수출은 늘리겠다는 정책이다. 결국 글로벌 철강기업들에게 철강 제품을 인도에 팔지 말고 “인도에 와서 직접 생산하라”는 메시지이다.
한국의 포스코가 제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로 진출할 때 한국 철강 기업에 종사했던 원로 철강인들은 “철강은 동진(東進)한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 했다. 포스코의 위력을 은근히 자랑한 말이겠지만 그 말처럼 철강은 아직도 동진 중이다.
철강 산업의 발원지인 영국이 주도권을 미국으로 넘겨준 이후 그 파워가 일본과 한국으로 넘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으로 등극하면서 철강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었다. 이제 주도권이란 바통이 서서히 인도로 향하는 느낌이다.
중국이 아직 10억 톤이 넘는 철강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도의 ‘철강 3억 톤 생산 체제’라는 도전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와 주변 국가들의 지속적인 인프라 건설과 경제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철강 수요의 증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AMNS의 인도 투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철강 신흥 세력이 점점 더 커지는 소리의 일단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