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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K-배터리,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오랜 연구개발과 치열한 경쟁 밑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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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K-배터리,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오랜 연구개발과 치열한 경쟁 밑바탕"

K-배터리, 십수년 연구개발 통해 우수한 이차전지 기술력 확보
LFP, 전고체 배터리 개발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 예고

위부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CI.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위부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CI. 사진=각 사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이하 K-배터리)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K-배터리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랜 시간 배터리 연구를 통해 쌓은 우수한 제품 경쟁력과 3사의 치열한 경쟁이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LFP(리튬인산철), 전고체 배터리 등 신제품 개발 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하며 CATL, BYD 등 위협적인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랜 경험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 갖춰…모두가 찾는 회사 원동력 됐다


K-배터리는 오랜 시간 연구개발(R&D)을 통해 우수한 이차전지 기술을 확보했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최소 20~30년을 투자했다. 시작은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빨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92년 이차전지 연구를 시작해 1996년 연구조직을 개설하며 이차전지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년 뒤인 1998년에는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삼성SDI는 1994년 삼성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삼성SDI(구 삼성전관)가 인수한 것이 시작이다. 1998년에는 당시 최고 용량인 1650mAh(밀리암페어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했으며 1년 뒤인 1999년에는 1800mAh 배터리 개발에도 성공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1996년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력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5년에는 이차전지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K-배터리가 지금의 3강 경쟁 구도를 갖춘 것은 SK이노베이션이 2006년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용 배터리의 미국 내 실차 탑재 시험을 국내 최초로 성공하면서부터다. 이후 3사는 배터리 연구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며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이는 곧 국내 배터리 위상을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05년 2600mAh급을 일본 배터리 업체보다 한발 앞서 세계 최초로 양산함에 따라 고성능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2009년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GM사의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2013년에는 꾸준한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기존의 사각 형태를 벗어나 쌓고, 휘고, 감을 수도 있는 세계 최초의 미래형 배터리를 개발했다.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 함께 SB리모티브를 출범시켰다. 이후 삼성SDI는 독일 BMW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폭스바겐 등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공급 협약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양극재를 구성하는 금속인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각각 60%, 20%, 20%로 배합한 NCM62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해 2014년 양산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이보다 진화한 NCM811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8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꾸준한 연구개발은 K-배터리가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가지게 한 원동력이 됐다. 현재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K-배터리와 협력해 미국·유럽 등지에 합작 공장을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업체들이 보유한 특허 건수에서도 K-배터리의 위상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2만6641건, 삼성SDI는 2만5569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SK온의 경우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리튬 이차전지 관련 소재, 셀, 모듈, 시스템 분야 특허 출원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상당 수준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예측된다.

인터배터리 2023에서 관람객들이 SK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SK온이미지 확대보기
인터배터리 2023에서 관람객들이 SK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SK온

미래 준비 총력전…LFP·전고체에 집중


K-배터리는 미래 준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들어갔다. LFP 배터리는 K-배터리가 주력으로 만드는 NCM(니켈·코발트·망간)보다 주행거리가 짧고 출력이 약하지만, 안전성이 높고 수명은 길다. 화재 위험도 덜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세운다. 총 3조원을 투자해 총 16GWh(기가와트시) 규모로 건설되는 이 공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LFP 배터리가 생산된다. 올해 착공해 2026년 양산이 목표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 전시된 SK온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품. 사진=SK온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 전시된 SK온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품. 사진=SK온

삼성SDI는 최근 에코프로비엠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진행하는 LFP 전지 개발 사업에 선정되며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을 통해 자사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며 개발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고분자계 배터리를 우선적으로 개발한다. 오는 2026년 양산이 목표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경기도 수원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S라인)을 완공하고 하반기에 시제품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SK온은 2025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 오는 2029년 양산 돌입이 목표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