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정경유착 우려 불식 갈길 멀다"…전경련, 재계와 인사 '엇박자'

글로벌이코노믹

"정경유착 우려 불식 갈길 멀다"…전경련, 재계와 인사 '엇박자'

류회장, 정치가 출신 김병준 상임고문 임명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 "정경유착 의심 인사 다 물러나야"
류진 전경련 회장이 2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이미지 확대보기
류진 전경련 회장이 2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롭게 거듭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새로운 단체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쇄신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 인사부터 재계의 뜻과 엇박자가 나면서 전경련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의 행보는 재계의 의중과 다소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계는 새로운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잘못에서 벗어나 순수한 경제단체로써 재계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한경협의 인사에 정치와는 거리가 먼 순수 경제인사들이 새롭게 임명되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처음부터 정경유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재계의 바람은 전경련의 첫 번째 인사부터 틀어졌다. 류진 전경련 회장이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을 상임고문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김병준 상임고문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류진 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향후 정치 출신 인사의 기용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자신은 출신이나 지역보다 인물의 능력과 성향을 중시 여긴다”면서 향후 인사의 여지를 남겨둔 바 있다.

공석인 상근부회장 인사를 두고도 재계와 뜻이 맞지 않고 있다. 재계는 4대그룹 출신의 인사가 임명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류회장은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새롭게 출범하겠다는 전경련의 첫 인사부터 재계와 엇박자를 내면서 전경련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전경련의 인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은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전경련의 인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은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7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전경련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경우든, 누구든 정경유착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인적 구성원은 다 물러나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전경련 인사에 문제가 있음을 에둘러 비판했다. 특히 "지금 외형 자체가 벌써 정경유착의 고리가 있는 것처럼 의심받을 수 있다"며 "의심받을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해 전경련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대변했다.

재계와 전경련의 의중이 계속 엇박자가 난다면 한경협이 대한민국의 대표 경제단체로써 새롭게 거듭난다는 전경련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4대그룹은 지난 22일 전경련이 임시총회에서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면서 일단 전경련에 승계 가입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 21일 삼성증권은 4대그룹 기업 중 처음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와 이사회의 반대에 따라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경련 복귀 명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전경련을 바라보는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류회장은 앞서 취임간담회에서 전경련에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윤리헌장을 마련하는 등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뿌리내리게 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전경련은 한경협으로 명칭변경을 발표함과 동시에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하이브까지 가입을 요청한데 이어 각종 경제단체 수장을 만나 협력을 논의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