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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진의 나탔수] 기아 PV5, 두 얼굴을 가진 세단 같은 감각의 상용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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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진의 나탔수] 기아 PV5, 두 얼굴을 가진 세단 같은 감각의 상용 전기차

카고와 패신저 트림 두가지
다양한 용도 활용·넉넉한 공간
전기밴의 새로운 기준 제시
기아 PV5 카고 모델. 사진=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PV5 카고 모델. 사진=나연진 기자
기아가 새롭게 내놓은 'PV5'는 단순한 전기 미니밴이 아니다. 카고와 패신저 두 모델을 마주한 순간 그동안 '운송의 도구'에 머물던 상용차의 경계가 한층 확장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19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인천 중구의 한 카페까지 왕복 80km를 직접 시승한 PV5는 도심 물류부터 이동 서비스까지 전방위로 대응할 수 있는 전기 시대의 새로운 모빌리티였다.

외관은 군더더기 없는 직선 위주의 실루엣이 핵심이다. 카고 모델은 긴 휠베이스와 높게 솟은 루프라인이 단번에 눈길을 끌고 넓고 평평하게 디자인된 측면 패널은 기업 로고나 랩핑 광고를 입히기에 최적화됐다. 패신저 모델은 LED 라이트 시그니처와 블랙 글로시 그릴을 적용해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했다. 단순한 승합차라기보다는 미니밴에 가까운 친근한 분위기가 풍긴다.

실내는 모듈형 설계가 강점이다. 카고는 운전석 뒤로 곧바로 이어지는 넓은 적재공간이 자리해 화물 상·하차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반면 패신저는 2열·3열 시트 배열이 자유롭고 필요에 따라 오피스형이나 셔틀형으로 손쉽게 변환할 수 있다. 대시보드에는 대형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버튼이 배치돼 있어 '투박한 상용차'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난다.

기아 PV5 카고와 패신저.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PV5 카고와 패신저. 사진=기아

주행을 시작하자 곧바로 의외의 감각이 다가왔다. 전기 파워트레인이 주는 정숙성 덕분에 도심 저속 구간에서는 일반 승용차에 가까운 매끄러움이 전해졌다. 거친 진동이나 소음 대신 세단 같은 부드러움이 이어진 점이 가장 놀라웠다.

서스펜션 세팅도 모델별로 확실히 달랐다. 카고는 조금 더 단단하게 세팅돼 화물 적재 시 안정감을 확보했고, 패신저는 요철을 넘을 때 흔들림을 최소화해 장거리 운행에도 피로가 적었다.

엑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곧장 뿜어져 나온다. 공차 상태의 카고 모델은 초반 가속이 민첩했고 패신저 모델은 더 다이내믹한 반응을 보여줬다. 고속 구간에선 속도계가 매끄럽고 부드럽게 치솟았다. 무엇보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추진력이 돋보였고 회생제동 시스템 덕분에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을 필요도 없었다.

기아가 새롭게 적용한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3.0'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전방 차량의 흐름, 내비게이션 정보, 운전자 감속 패턴까지 반영해 회생제동 감속량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실제로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얹을 필요조차 없이 차가 매끄럽게 멈추고 가속을 이어갔다.

실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상용차 기준을 뛰어넘었다. 16대9 비율의 12.9인치 대화면은 시인성이 뛰어나고 터치 반응 속도도 빨라 업무 중 내비게이션이나 차량 설정을 빠르게 확인할 때 유용했다. 감각적으로는 최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더 가깝다.

배터리 사양은 71.2㎾h 롱레인지와 51.5㎾h 스탠다드 두 가지다. 패신저 모델은 롱레인지 단일 사양으로 최대 358㎞를 달릴 수 있으며, 카고 롱레인지는 377㎞, 카고 스탠다드는 280㎞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급속 충전 시에는 짧은 시간 안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해, 상용차 운행에서 중요한 '공백 최소화'에 대응한다.

DHL과 협약을 맺은 기아 PV5. 사진=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DHL과 협약을 맺은 기아 PV5. 사진=나연진 기자


기아는 PV5를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이라 정의한다. 실제로 운전석 뒤편 공간은 단순히 화물칸이나 승객석에 그치지 않는다. 사무실, 휴식 공간이나 맞춤형 서비스 공간으로 변신이 가능해 이용자의 아이디어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는다.

실제 주행에서는 미래도시 한복판을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숙성과 가속 성능, 유연한 공간 활용까지 더해져 PV5는 단순한 전기 밴을 넘어 모빌리티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을 보여줬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