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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중국 7년 만에 급속 관계 개선…BRICS 결속 강화로 미국 전략 뒤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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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중국 7년 만에 급속 관계 개선…BRICS 결속 강화로 미국 전략 뒤흔들어

트럼프 '인도 50% 관세 vs 파키스탄 면제' 차별 정책 역효과
인도 모디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모디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에는 최대 50% 관세를 매기면서도 파키스탄은 오히려 관세를 낮춰주는 차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가 지난 25(현지시각)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이런 선택적 관세 정책이 뜻과 달리 BRICS(브릭스) 나라들끼리 더 단결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균열을 내고 있다.

◇ 인도만 50% 관세, 파키스탄은 19%로 낮춰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에 두 차례에 걸쳐 25%씩 모두 50%의 관세를 매겼다고 오일프라이스가 전했다. 첫 번째 관세는 인도가 농업 부문을 보호하는 정책 때문에 매긴 것으로, 인도 전체 일꾼의 46%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민감한 문제다. 두 번째 관세는 인도가 러시아산 기름을 사들이는 것을 막으려고 매긴 것이다.

반면 미국의 56번째 교역 상대인 파키스탄은 기존 29%에서 19%로 관세를 오히려 낮춰줬다. 지난 5월 인도와 다툰 때도 파키스탄이 "싸움을 키우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좋게 봤고, 6월에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을 백악관에 불러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매사추세츠대학 아마스트 캠퍼스 자야티 고시 경제학 교수는 지난 7일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중국도 러시아산 기름을 사고, 유럽연합도 러시아산 기름을 들여오며, 미국도 우라늄을 비롯한 여러 러시아산 원료를 수입하는데 인도만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파키스탄 70'거래' 관계 vs 인도 비동맹 정책

미국과 파키스탄은 1947년 파키스탄이 독립한 뒤부터 실리를 따지는 관계를 이어왔다. 파키스탄 건국 지도자 무하마드 알리 지나는 "미국이 파키스탄보다 파키스탄을 더 필요로 한다. 파키스탄은 세계 미래가 달린 요충지"라고 선언했다.

냉전 시대 파키스탄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1954년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 1955년 중동조약기구(CENTO)에 가입했고, 같은 해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맺었다. 소련을 감시하는 U-2 정찰기 기지를 제공했고, 1972년 미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역할도 했다. 1979~198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는 아프간 무자헤딘에게 미국 무기와 돈을 나눠주는 일도 맡았다. 20019·11 테러 뒤에는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에 군사기지와 보급로를 내줬다.

반면 인도는 냉전 시대부터 비동맹 정책을 폈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미국을 "반동 세력"으로 봤고, 어느 나라와도 줄을 서지 않겠다고 했다. 인도 외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는 최근 "네루가 '미국을 반대하고 중국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 1946년식 낭만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중국과 1070억 달러 무역 적자에도 관계 개선

미국과의 관계가 관세로 멀어지는 가운데 인도가 중국과 관계를 좋게 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주 인도를 이틀 동안 방문해 모디 총리와 아지트 도발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이는 모디 총리가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린다. 모디는 이달 말 중국을 찾을 예정이고, 올해 말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도를 찾는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인도와 중국의 무역 불균형은 심하다. 2023년 기준 인도의 중국 무역 적자는 1070억 달러(148조 원)에 이르며, 2019년부터 계속 늘고 있다. 중국은 주로 전자제품과 기계를 팔고, 인도는 해산물 같은 원료를 파는 구조다. 2000년 초부터 2025년 초까지 중국이 인도에 투자한 돈은 25억 달러(34700억 원)로 전체 외국인 투자의 0.3%에 그친다.

그런데도 인도가 중국과 손을 잡으려는 것은 트럼프의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액시오스는 지난 8"트럼프의 50% 관세는 공식적으로 인도와 러시아를 갈라놓으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갈라진 것은 미국과의 관계뿐"이라고 평가했다.

인도는 또 브라질과도 가까워지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8일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교역을 현재 120억 달러(166700억 원)에서 2030년까지 200억 달러(277800억 원)로 늘리기로 했다고 브라질 대통령실이 밝혔다.

"반미 조직" BRICS 위상만 더 높아져

트럼프 대통령은 BRICS"반미 조직"이라고 부르며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지난 8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BRICS는 우리를 해치려고 만든 것이고, 우리 달러를 기축통화에서 끌어내리려 한다"고 말했다. BRICS 회원국들에게 10%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지금 BRICS는 처음 만든 나라들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이란, 아랍에미리트까지 더해져 10개국이 됐다. CNN은 지난 10"BRICS는 대략 남반구가 주요 7개국(G7) 선진국에 맞서는 조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경제리포트는 지난 16"수년 동안 미국 정부는 중국에 맞서는 새로운 냉전에 인도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트럼프의 관세는 거꾸로 된 결과를 가져와 인도가 중국과 관계를 좋게 하도록 부추겨 BRICS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2023"BRICS 화폐" 만들기를 제안했고, 올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BRICS 정상회의에서는 "일방적인 관세와 비관세 조치가 늘어나는 것""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공동선언을 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무역 정책을 곧바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