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R&D 사회공헌의 첫 성과 사례…프로티나 산업화 단계 진입

삼성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추진해 온 ‘미래기술육성사업’이 연구 성과의 산업화라는 구체적 결과를 내고 있다. 해당 사업의 지원으로 출발한 항체 신약 개발 기업 프로티나가 최근 코스닥에 상장하고, 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국책과제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민간 연구지원이 실제 기술 창업과 국가 전략과제로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미래기술육성사업 2025 애뉴얼 포럼'을 개최했다. 해당 포럼은 2014년 시작된 연구 성과 공유 행사로, 올해 처음 외부에 전체 프로그램을 공개해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교류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대학 연구진, 연구기관 관계자, 산업 전문가 등 약 400여 명이 참석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의 대표적인 민간 주도형 연구지원 프로그램이다. 삼성은 2013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총 1조5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기초과학, 소재기술, ICT 융복합 등 다양한 분야 연구를 지원해 왔다. 지금까지 91개 기관의 약 1만60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880개 연구과제에 약 1조1419억원이 투입됐다. 연구비는 실험장비, 재료비, 연구 인력 지원 등에 직접적으로 사용돼 연구자들이 외부 성과 압박 없이 장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김현수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에 기여하고, 세계적인 연구자를 배출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올해 포럼은 첫 외부 공개 행사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단순 연구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과제 선정에서 연구 성과 확장, 기술 사업화, 스타트업 창업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육성 구조를두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65개 연구과제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중 대표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 항체 신약 개발 기업 '프로티나'다.

프로티나는 윤태영 서울대학교 교수가 연구자로 참여해 2014년부터 5년간 지원받은 고속 항체 스크리닝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연구 당시 해당 기술은 상업화 가능성보다 기초기술의 실험적 완성도가 우선되는 단계였지만, 장기 지원이 이어지면서 연구 기반이 강화됐다. 이후 기술은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했고, 프로티나는 지난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프로티나는 지금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국책과제 주관 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구 단계에서 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된 사례다.

윤태영 교수는 "상업성이 불투명하더라도 연구자가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지원이 결정적이었다"며 "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긴 호흡으로 연구자의 시간을 지켜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대표 연구사례 4건이 공개됐다. 전명원 경희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기존 표준 우주론이 설명하지 못한 초기 우주 은하 성장 현상을 분석 중이다. 김재경 KAIST 교수팀의 생체시계 연구는 수면 질환 원인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갤럭시 워치8의 AI 수면코치 기능으로 상용화됐다.

조용철 DGIST 교수 연구팀은 마비 환자의 신경 재생 가능성을 높이는 생명과학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김장우 서울대 교수 연구는 데이터센터 병목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반도체 기술로 이어졌으며, 스타트업 '망고부스트' 창업으로 확장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삼성은 단기간 성과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 주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