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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와 '의료재벌'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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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와 '의료재벌'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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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근연구위원]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23일 입법예고가 종료돼 집행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개정안이 의료민영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개정취소를 연일 요구하고 있으며, 국회의 보건복지위원회 또한 이 문제로 멈춰선 상태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불현듯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왜 정부는 부대사업 영역에서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를 차릴 수 있도록 허가했을까? 만약 이 영역이 사업성이 있다면, 자본금이 두둑한 사람들이 병원과는 별개로 혼자서 회사를 열어 사업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

문제는 이 영역에서의 수요자의 크기일 것이다. 즉 병원이 끼어 있어야 수요창출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병원이 환자들에게 자회사의 부대사업에 관련된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설득한다면 수요는 창출될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논리가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다. 사업주의 입장에서 자신이 사업을 하는데 정기적으로 소비자를 소개시켜준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을 없을 것이며, 그러한 병원을 많이 확보할수록 더 매력적이게 될 것이다.

어떻게? 방법은 간단하다. 자회사를 여러 개 만들고 각 자회사마다 연결된 병원을 확보하면 된다. 이 방법은 서로 간에 내부거래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건마저도 제시한다. A라는 자회사는 A*라는 의료법인과, B라는 자회사는 B*라는 의료법인과 연결된다. 따라서 한 사업가는 A, B, ..., Z의 자회사 네트워크와 더불어 동시에 A*, B*, ..., Z*라는 의료법인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두 네트워크는 서로 간에 암묵적인 내부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A 자회사는 B, C의 자회사와 연결된 B*병원과 C*병원에 물품을 대고 그 병원들은 환자에게 자회사 네트워크의 해당 회사를 소개한다. 자본능력이 있어서 의료법인을 세우고 이러한 법인이 한 지역 내에 여러 개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의료부터 시작해 의료기기나 보조기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고, 그야말로 의료네트워크재벌이 탄생하게 된다.
결국 핵심은 이러한 의료재벌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고객알선’이라는 병원의 역할이다. 외부자본이 혼자서 병원과의 연계 없이 사업을 한다면 고객 알선이 없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국가 중에 건강이 핵심적 관심사항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러한 높은 관심은 고객 알선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사업가의 입장에서 보면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은 바로 지속적인 판매를 보장하는 안전판을 세우는 것이며 자본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최상의 도구인 것이다.

현재 부대사업 확대와 자회사 설립은 이러한 조건 속에서 의료를 매개로 하는 제2의 이윤 창출을 내부거래, 고비용 처리, 불법 회계 등을 통해 자회사 네트워크에게 넘기고, 이를 통해 이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해방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환자의 주머니가 털리는 것은 결코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오늘의 작은 구멍은 내일의 큰 구멍, 모레의 둑 유실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자본에의 개방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됐다. 오늘의 자회사 설립 허용이 바로 그 시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