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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이야기(5)] 꿈과 희망을 파는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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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이야기(5)] 꿈과 희망을 파는 스토리텔링

이성래 (주)휴비온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이성래 (주)휴비온 대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란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유익하고 설득력 있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의사소통에 있어 스토리텔링은 항상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은 제품이 가진 특성을 스토리로 엮어 재미를 주고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몰입시키는, 브랜드를 우회적으로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마케팅에서는 드라마에서처럼 극적인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스토리까지는 필요 없다. 짧고 단순하지만 임팩트가 있으면서도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토리가 요구된다.

국내에서도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성공한 많은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초코파이, 국민 파이에서 글로벌 파이로


지난 1956년 창립한 동양제과 최고의 히트작은 역시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으로 초콜릿을 입힌 두 개의 원형 비스킷을 하얀 마시멜로로 접착시켜 만들었다. 지난 1974년 4월 탄생했으니 초코파이도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초코파이는 여전히 우리 국민들에게 상큼하고 정다운 이미지로 그대로 남아있다.

초코파이는 출시 당시 50원이란 가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건빵, 캐러멜 류가 전부였던 우리 국민들에게 지름 7㎝의 작고 둥근 케이크 스타일의 과자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그러자 롯데제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에서도 초코파이를 잇달아 생산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동양제과는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동양제과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고 시장은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품 수명 주기도 짧아져 오리온 초코파이는 한때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고 급기야 시장에서 철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게 됐다.

숨 넘어가는 초코파이를 되살린 것은 스토리텔링, 즉 ‘정(精)’을 강조한 CF광고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정(精)’이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우리 민족에게 정(精)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 CF에는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초코파이는 ‘정’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동양제과는 박스 단위 판매 전략을 구사했다. 낱개 단위로 팔아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채산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민족 정서에 ‘정’을 강조하고 ‘정’으로 이야기하면서 초코파이는 박스 단위 판매 전략으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미투 제품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탈바꿈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낀 오리온은 전사적인 차원의 마케팅 개혁을 감행하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하게 여겨지던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오리온은 한국이 공감하는 정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설정, 각박해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을 초코파이로 표현하자는 휴머니즘적 메시지로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이사 가는 꼬마가 경비원 아저씨에게 섭섭함과 고마움을 초코파이로 대신 전하고, 오랜만에 찾은 할머니 댁에서 머쓱해하는 손자에게 할머니는 먼저 초코파이를 건넸다. 오리온은 보통사람들의 이야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박하고 정감 어린 ‘이야기’로 우리 민족에게 가장 풍부하고 또 여린 정서인 ‘정’을 연출했다.

객관적 상품 특성을 그대로 나열하거나 자사 제품의 좋은 점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광고 속에서 스토리텔링을 통해 가족 간, 이웃 간 정을 나누는 ‘이야기’는 호감과 호의를 유도했고 이야
기를 통한 감성 소구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소비자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 결과 초코파이는 수많은 미투 제품과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제품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국민간식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오늘날 초코파이는 국민 파이를 넘어 해외 60여 개국에 수출되며 ‘한국인의 초코파이’에서 세계인의 초코파이, 글로벌 파이로 거듭나고 있다. 초코파이는 한국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국민 간식’이 됐으며 북미 지역에서도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카스 “젊음, 지킬 건 지켜야죠!”

장수 약품 중에는 약품 이름만 들어도 제품은 물론 광고와 기업까지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제품이 있다. 바로 동아제약의 박카스 이야기다. 박카스는 지난 1961년 정제된 알약 형태로 출시돼 1963년 병에 담아 마시는 드링크 류로 재탄생해 올해로 52세를 맞았다.

동아제약이 제약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게 해준 ‘효자상품’이며 지난 2012년 기준 총 판매량은 177억병. 길이로 환산하면 지구 53바퀴를 돌 판매량을 보유한 박카스 역시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박카스는 이른바 3M 전략으로 불리는 대량생산, 대량광고, 대량판매전략을 세워 월 평균 35만 병을 판매, 출시 1년 만인 지난 1964년에는 드링크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는 지난 1976년 정부가 오남용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자양강장 드링크 류의 대중 광고 금지로 박카스는 출시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게 되었다.

광고 규제 이후 정치 불안과 석유 위기까지 겹치면서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굴욕을 맛본 박카스가 지난 1993년 광고의 해금과 동시에 공격적으로 감행한 마케팅은 제품의 효능 효과를 자랑하는 문구를 과감히 버린,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었다. 이때부터 묵묵히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새 한국인 시리즈’가 시작됐다.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가 지배적이던 시절 상품이 아닌 박카스가 추구하는 건전한 철학을 판매한 동아제약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결과는 어떠했을까? 이성적 사실이 아닌 경험과 감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소비자 심리를 간파한 동아제약의 전략은 주효했다. 박카스의 광고는 경기불황으로 불안한 국민에게 긍정의 기운을 불어 넣는 광고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46년 동안 운전을 계속해 온 66세의 운전기사를 등장시켜 ‘이렇게 젊은이 못지않게 일 할 수 있는 것은 박카스로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풀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광고는 정부의 광고금지 조치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묵묵히 인내의 세월을 견디다 지난 1993년 화려하게 부활했다. 택시기사와 딸, 학생과 버스기사, 환경미화원과 아들 등 지난 1997년까지 총 13편의 새 한국인 광고 시리즈는 박카스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광고를 시작한 지난 1993년 대비 1994년 판매 신장률은 46%에 달했다. 광고가 만들어 낸 서민들의 애환을 어루만져 주고 희망을 갖게 한 스토리의 힘이었다.

박카스 광고는 시대적인 아픔을 희망적으로 이야기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가 몰아치자 ‘젊음’을 강조하며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광고를 전개했다.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

신검 때 시력이 나쁜 청년이 군대를 가기 위해 시력 검사 판을 외우고 “꼭 가고 싶습니다”, 첫 출근하는 길에 동네 아저씨가 “크기가 뭐가 중요해, 가서 크게 키워”, 옆 건물에서 열심히 일하는 상대방을 발견하고 힘껏 소리치는 주인공 “어이~ 힘냅시다” 등 희망적인 젊음으로 스토리텔링하며 박카스는 젊은 층까지 고객으로 사로잡았다.
이성래 (주)휴비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