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카콜라, “함께 하면 행복 두 배”
깨진 병 조각만으로도 브랜드를 알 수 있는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한해 약 47억 병이 판매되며 세상의 모든 브랜드 중에서 인지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브랜드다. 코카콜라는 지난 1886년 애틀랜타의 어느 약국에서 판매된 것을 시초로 모방 제품으로 골치를 앓기도 했으나 1915년 특허 받은 매력적인 실루엣을 자랑하는 병 디자인으로 경쟁업체를 쉽게 따돌리고 독주를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 퍼진 코카콜라 병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며 브랜드 인지도 연구에서 본질적인 주제가 되고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코카콜라의 ‘Happiness Factory(해피니스 팩토리)’ 즉 3D 애니메이션 캠페인이다. 해피니스 팩토리는 코카콜라 자동판매기 속의 세상을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어 코카콜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표현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2006년 선보인 해피니스 팩토리 캠페인은 브랜드와 제품을 감성과 이야기로 표현한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다.
코카콜라 해피니스 팩토리는 마치 지난 2008년 미국에서 개봉한 3D 애니메이션 ‘호튼(Horton Hears a Who!)’을 연상케 한다. 호튼은 ‘눌~루랄라 정글’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졌지만 티끌보다도 작고 여린 마음을 가진 코끼리 호튼이 민들레씨 속 먼지보다 작은 티끌 속에 존재하는 ‘누군가 마을’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코카콜라 자동판매기 속 세상이 호튼의 누군가 마을에 해당한다. 코카콜라의 캠페인은 한편의 영화를 다룬 듯한 짧지만 강한 임팩트가 있다.
프리허그(Free Hug)는 길거리에서 Free Hug라는 피켓을 들고 기다리다가 포옹을 요청해오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안아주는 행위다. 장난삼아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으나 요즘엔 주로 캠페인이나 홍보적인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본래는 포옹을 통해 삭막해져 가는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리허그 운동은 그 좋은 취지와 강한 전파성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서로 포옹을 하며 평화를 기원하고 함께 행복해지자는 것이니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코카콜라의 허그 머신(Hug Machine)은 만인이 행복해지는 프리허그를 연상케 하는 프로모션이다.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이 기획적인 부문에 해당한다면 ‘바이럴’은 확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면서 우리는 ‘인터렉티브(Interactive)’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또 사용하고 있다. 인터렉티브는 ‘상호작용하는’이라는 의미다. TV, 라디오, 신문 등이 주도했던 미디어 시대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시대였다. 이에 비해 인터넷은 인터렉티브 미디어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다. 이를 잘 활용한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스토리텔링, 바이럴, 인터렉티브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려는 듯 이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기획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Happiness Machine 캠페인’ 시리즈다. 앞서 언급했던 Happiness Factory도 이어 다룰 Hug Machine도 Happiness Machine 캠페인 시리즈물이다.
Happiness Machine은 단순한 상황 연출을 넘어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게 만드는 미션 수행형 바이럴 마케팅이다. 단순하지만 주제와 이야기가 있는 독특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떠들며 즐기게 된다. 코카콜라다운 발상의 Happiness Machine은 전 세계인을 즐겁게 만들었다.
“Hug ME~”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보통 때와 다름없는 이 고요한 학교에 “Hug Me”라고 적혀 있는 자판기가 등장한다. 머뭇거리던 학생들은 호기심에 자판기에 포옹을 시도한다. 포옹을 하자마자 코카콜라 허그 머신에서는 시원한 코카콜라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출구로 떨어진다.
와~ 자판기를 포옹했더니 코카콜라가 나온다! 학생들은 대박을 외치며 하나둘씩 포옹을 시작한다. 두세 명씩 짝을 지어서 단체로 포옹을 하기도 하며 “사랑해요~ 코카콜라”를 외친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학교는 순식간에 행복 가득한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얼마나 행복하고 평화로운 프리허그인가. 코카콜라는 이외에도 기발한 아이디와 스토리텔링으로 지구촌을 행복하게 만든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코카콜라 광고에서는 제품의 좋다, 나쁘다, 성분이 어떻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코카콜라 마케팅은 소비자 개개인에게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흥미진진하고 행복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 에비앙, 스토리텔링으로 물을 팔다
허무맹랑한 수단으로 남을 속여 먹는 일을 두고 우리는 흔히 ‘봉이 김선달 대동강 물 팔아먹기’라고 말을 한다. 물을 누가 사 먹겠냐는 시대도 있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동강 물은 아니지만 물을 사서 마신다. 세계 최초로 물을 상품화한 곳이 바로 ‘에비앙’이다. 에비앙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물을 팔아먹고 있다.
지난 1789년 프랑스의 한 귀족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서 요양을 하면서 몸을 고친 일이 있었는데 좋은 물을 마시며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 물의 성분을 분석해 보았더니 미네랄과 같은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었다. 이를 통해 에비앙은 단순한 물이 아닌 약수라는 스토리를 브랜드에 담았고 유럽에서 가장 건강에 좋은 그리고 비싼 생수로 팔리기 시작했다. 현재도 에비앙은 ‘신비스러운 약수’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에비앙의 ‘베이비 시리즈’도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다. 에비앙은 ‘젊음’을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는데 베이비 시리즈는 이를 잘 이야기하고 있다. 에비앙을 마시고 거울을 보니 거울에 웬 아기가 비친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광고지만 에비앙은 일관되게 젊음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사례를 만들어냈다.
물론 에비앙이 화려한 마케팅 기법으로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에비앙 생수는 알프스 산맥의 심장부에서 끌어올린 물로 만들어진다. 해발 4,800m에 있는 알프스 만년설이 15년간 빙하 최적 층을 일정한 속도로 통과하며 자연 여과되어 천연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에비앙은 물의 순수함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취수원 근처에는 농가 및 공장이 들어서지 못하게 보호하고 있으며 하루 200회의 자체 검사와 157개국 검역기관의 수시 검사를 통해 물의 안정성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994년 한보그룹 계열의 상아제약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되었으며 상아제약이 부도나자 1997년 잠시 수입이 중단되었다가 2004부터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다시 유통되고 있다.
“마음에 호소하는 연설이 머리에 호소하는 연설보다 우월하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에 대해 알아보았다. 오늘날 기업에서 스토리텔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기업의 성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단순한 이야기로 간과해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사람들 은 밋밋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우러져 소통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구매한다.
우리는 그냥 초코파이가 아니라 초코파이의 정을, 그냥 콜라가 아니라 코카콜라의 행복을, 그냥 생수가 아니라 에비앙의 젊음을 먹고 마시고 있다. 스스로도 모르게 매혹적인 이야기에 끌려 이야기를 구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엔센은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미래 사회는 이야기와 감성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야기꾼이 기업문화를 창조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기능적인 면에서 시계는 10달러에 불과하지만 이야기를 첨부하면 1만 5,000달러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물건을 팔지 말고 이야기와 꿈을 팔아라’고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 없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제각각 특별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특별한 기능은 10달러에 불과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을 더하면 1만 500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제품이 그냥 대중 앞에 보일 때는 제품에 지나지 않지만 제품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바로 제품의 가치가 재생산되는 것이다. 이 가치가 바로 제품이 갖는 브랜드력이다. 한 가지 제품이 생산될 때마다 기업에서는 마케팅을 위해 그리고 홍보를 위해 제품 생산 이전 기획 단계부터 혈안이 되어 있다. 과연 제품이 생산되어 시판될 때 소비자들의 마음에 어떻게 기억되며 얼마만큼 오래 기억되느냐에 따라 그 제품의 수명과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제 진부한 홍보 마케팅 시대는 지나간 옛날이야기처럼 흘러가버렸다. 새로운 이야기 중심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라. 고객은 브랜드와 가치, 가치가 갖는 문화까지 소비패턴의 변화에 민감하다. 이들의 욕구에 이제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의 문화를 팔아야 할 것이다.
이성래 (주)휴비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