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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으로] 소녀들, 주먹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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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으로] 소녀들, 주먹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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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툰 김성인 대표
가장 종속적인 고정관념을 꼽자면 아마도 성(性)역할이 가장 먼저 언급되지 않을까. 인간이 유성생식을 하는 이상, 남성과 여성은 우주만고의 법칙이자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절대 변하지 않는 이분법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베스트셀러의 제목처럼 남성과 여성에겐 신체적, 정신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누구나 이에 따라 어렸을 때부터 성역할에 따른 교육을 받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소꿉놀이를 하더라도 엄마, 아빠의 행동 양식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러나 차이가 있다고 해서 차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키가 크고 작은 것처럼, 눈이 크고 작은 것처럼, 단 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처럼, 단지 남성이고 여성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사회적인 차별이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최근 이슈가 됐던 여성혐오범죄는 이런 차별이 우리 사회에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고정관념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보여줬다.

피와 땀이 흐르는 액션 장르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만화부터 드라마, 영화 등 무수히 많은 콘텐츠에서 액션 장르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은 그저 남자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에 그치거나 심지어 보상의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복수를 위해, 생존을 위해, 존재의 증명을 위해 주먹을 든 소녀들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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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 플라워

짬툰에서 연재 중인 <독고 플라워>는 학원 액션 웹툰 중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히는 <독고>에서 비밀을 품고 있던 박한솔이라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 오프 웹툰이다. <독고>에서 잠시 언급되는 그녀의 과거를 소재로 한 <독고 플라워>는 제목 만큼이나 꽃다운 소녀들 간의 액션이 펼쳐진다. 소녀라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여느 액션 웹툰보다 더욱 다이나믹한 액션 연출이 돋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흔히 액션 장르에 등장하는 악당 역할을 이 작품에서는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소녀가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이 지닌 권력과 권모술수로 박한솔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자신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그 빼어난 미모와 품격을 유지하면서.

소녀더와일즈이미지 확대보기
소녀더와일즈


네이버웹툰 <소녀더와일즈>는 색다른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42년 전통의 격투 특화 여자 고등학교인 사립 와일즈고등학교가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는 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사실 클리셰가 많다.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이 외모, 재력, 능력 3박자를 갖춘 이성의 틈바구니 속에서 처음엔 괄시를 받다가 나중엔 사랑 받게 된다는 것. 마치 <꽃보다 남자>, <아름다운 그대에게> 등에서 봤던 순정만화의 공식이 남자 주인공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남녀 주인공에게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다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소녀더와일즈>는 주인공의 성을 바꿔 클리셰를 위트 있게 비꼬았다. 온갖 격투기에 능숙한 여고생들이 화려한 액션을 펼치면서 학교의 유일한 남자인 송재구를 차지하려 피 튀기는 결투를 펼친다. 그 중에서도 윤인귀는 재벌 2세면서도 학교에서 누구도 거스르지 못할 정도로 강한 격투 실력을 가져 '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반면 남자 주인공인 송재구는 이런 강한 소녀들 사이에서 마치 순정 만화 속 여주인공이 그랬듯이 연약미를 뽐내며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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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걸


코미코에서 연재 중인 <너클걸>은 본격적으로 여자 주인공을 원탑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현직 복싱 선수인 여고생이 길거리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동생을 짓밟은 범인을 경찰보다 먼저 찾아서 복수하기 위해 싸움에 이골이 난 일진들과 싸우는 선우 란의 고군분투가 애절하다 못해 잔인하게 느껴진다. 여자의 몸으로 자신보다 2배는 되는 남자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을 보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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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툰 김성인 대표
정통 액션 장르이면서도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가미돼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또한 그 동안 소홀히 대했던 여동생이 학교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과정에서 가족애를 떠울리게 만드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도 돋보인다.

이 밖에도 올레마켓웹툰에서 연재 중인 <그녀는 무사다>도 고리라는 가상의 역사를 바탕으로 무사 집단인 '백귀단'을 이끌었던 여자 무사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무사의 피를 이어 받아 전쟁터에서 검을 휘두르는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매력적이다.
김성인 짬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