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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발언대] KOREA AID, 한국형 국제원조의 민망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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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발언대] KOREA AID, 한국형 국제원조의 민망한 현실

KOREA Aid 란,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맞춰 현지에서 펼쳐진 한국 특유의 국제원조사업을 가리키는 정부의 슬로건이다. 의료기기, 영상장비, 음식을 실은 3대의 버스가 순방단과 함께 따라다니며 현지에서 의료 시술, 문화 전파, 식량 원조 등을 진행한다는 ‘이동형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번 정부에서 처음 시작된 형태로, 소외 계층을 직접 찾아가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는 반대로, 국내 국제협력 및 개발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보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분명 국제원조는 국가 이미지와 국격을 제고시키는 긍정적인 외교 방안 중 하나인데, 왜 이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일까.

첫째, ‘개발협력’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협력’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개발협력이란 말 그대로 현지에서의 개발을 주민들과 협력 하에 진행하여, 원조가 중단되더라도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기술을 이전해주는 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Korea Aid는 어떠한 협력이나 개발 계획도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홍보 활동으로, 물품을 싣고 온 차량이 이동한 이후에는 어떤 지속적인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이를 ‘원조 사업’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 자체가 한국 원조 사업의 가치를 평가 절하 시키고 있다는 것이 국내 관련 단체 대다수의 의견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홍보를 원조로 착각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둘째, 현지의 상황과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식량 원조’란 한국의 쌀로 만든 비빔밥을 제공하여 소외 계층의 영양 상태를 개선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쌀이 주식이 아닌 아프리카의 식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다. ‘문화 전파’ 활동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 홍보 영상 및 보건 위생 교육 영상 등은 조혼, 영양실조, 아동 노동 등에 시달리고 있는 현지 청소년들의 상황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의료 활동’은 임산부에게 태아 초음파 영상을 찍어주고 검진을 해주는 활동을 골자로 하는데, 당장 기초적인 예방 접종조차 불가능한 국가에서 초음파 사진과 일반적인 검진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리아 에이드에 관한 청와대의 관련 보도자료. 국제원조는 기본적으로 현지 주민들의 반응에 대한 관찰이 우선적이지만, 보도자료는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움직임과 각 정부부처의 만남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트위터
코리아 에이드에 관한 청와대의 관련 보도자료. 국제원조는 기본적으로 현지 주민들의 반응에 대한 관찰이 우선적이지만, 보도자료는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움직임과 각 정부부처의 만남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트위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가장 먼저, 국제 원조에 대한 인식 부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원조 사업을 현지에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의 부재 역시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맞춰서 빠른 결과를 보기 위해 부실한 정책을 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KOREA Aid는 아프리카 순방이 결정되기 전 어느 정책 기획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책이었다. 결국 정책은 이벤트성으로 끝났고, 현지인들의 공감은 전혀 얻지 못했으며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은 낭비되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인 분석과 그에 상응하는 대책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은 국제 원조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국제 원조는 공여국과 수여국의 쌍방 협력이 필요하며,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도와주었다’라는 홍보 효과 역시 반드시 필요한 다차원적 정책으로,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 원조는 협력보다는 홍보에 치중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홍보, 협력, 장기 목표 3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한다면 관련 문제는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관련 전문가에 대한 채용과 이들의 적합한 활용이다. 이번 정책 결정에서 현지 정보에 능통한 현지 활동가들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현지 업무를 담당한 KOICA 사무실 직원들은 관장과 부관장을 제외하고 전부 인턴 및 계약직 직원들이다.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가 한 명만 있었다면, 현지 주민들의 주식이 쌀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가 있었다면 같은 단기 원조 활동이라도 다른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지 문화와 환경에 익숙한 실무 중심의 인재는 원조 분야 뿐 아니라 외교 분야 전방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낸 ‘그들만의 잔치’는 국내에서만 통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으로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고쳐야 한다.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외교 활동이며, 국제 원조는 외교 활동과 동일시될 수 없다. 대통령의 현지 순방은 그것 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굳이 또 다른 원조 사업을 부차적으로 구상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그 결과에 부차적으로 하나라도 더 얹으려는 한국식 성과주의가 낳은 것이 이번 KOREA Aid 참사인 것이다. 근시안적인 성과주의를 고치지 못하는 이상, 한국의 국제 원조는 앞으로도 국제 사회에서 돈 주고 비웃음을 사는 형태가 될 것이 뻔하다.

정경진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학 석사
정경진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학 석사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제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국가이며, 이 문구는 국내 국제 원조 관련 보고서와 홍보 책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국 정부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경험과 전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수여국과 공여국 양 방향에서의 정책을 전부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잘 활용하여 현지와의 협력을 중점으로 하는 원조 정책을 만들어낸다면, 한국형 국제 원조는 홍보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며 이것이 국제 사회에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경진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