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개발협력’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협력’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개발협력이란 말 그대로 현지에서의 개발을 주민들과 협력 하에 진행하여, 원조가 중단되더라도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기술을 이전해주는 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Korea Aid는 어떠한 협력이나 개발 계획도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홍보 활동으로, 물품을 싣고 온 차량이 이동한 이후에는 어떤 지속적인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이를 ‘원조 사업’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 자체가 한국 원조 사업의 가치를 평가 절하 시키고 있다는 것이 국내 관련 단체 대다수의 의견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홍보를 원조로 착각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가장 먼저, 국제 원조에 대한 인식 부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원조 사업을 현지에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의 부재 역시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맞춰서 빠른 결과를 보기 위해 부실한 정책을 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KOREA Aid는 아프리카 순방이 결정되기 전 어느 정책 기획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책이었다. 결국 정책은 이벤트성으로 끝났고, 현지인들의 공감은 전혀 얻지 못했으며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은 낭비되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인 분석과 그에 상응하는 대책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은 국제 원조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국제 원조는 공여국과 수여국의 쌍방 협력이 필요하며,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도와주었다’라는 홍보 효과 역시 반드시 필요한 다차원적 정책으로,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 원조는 협력보다는 홍보에 치중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홍보, 협력, 장기 목표 3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한다면 관련 문제는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관련 전문가에 대한 채용과 이들의 적합한 활용이다. 이번 정책 결정에서 현지 정보에 능통한 현지 활동가들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현지 업무를 담당한 KOICA 사무실 직원들은 관장과 부관장을 제외하고 전부 인턴 및 계약직 직원들이다.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가 한 명만 있었다면, 현지 주민들의 주식이 쌀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가 있었다면 같은 단기 원조 활동이라도 다른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지 문화와 환경에 익숙한 실무 중심의 인재는 원조 분야 뿐 아니라 외교 분야 전방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낸 ‘그들만의 잔치’는 국내에서만 통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으로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고쳐야 한다.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외교 활동이며, 국제 원조는 외교 활동과 동일시될 수 없다. 대통령의 현지 순방은 그것 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굳이 또 다른 원조 사업을 부차적으로 구상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그 결과에 부차적으로 하나라도 더 얹으려는 한국식 성과주의가 낳은 것이 이번 KOREA Aid 참사인 것이다. 근시안적인 성과주의를 고치지 못하는 이상, 한국의 국제 원조는 앞으로도 국제 사회에서 돈 주고 비웃음을 사는 형태가 될 것이 뻔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제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국가이며, 이 문구는 국내 국제 원조 관련 보고서와 홍보 책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국 정부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경험과 전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수여국과 공여국 양 방향에서의 정책을 전부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잘 활용하여 현지와의 협력을 중점으로 하는 원조 정책을 만들어낸다면, 한국형 국제 원조는 홍보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며 이것이 국제 사회에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경진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