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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메타버스 근무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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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메타버스 근무제'인가

IT과학부 이원용 기자
IT과학부 이원용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가 최근 글로벌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재택 근무가 일반적인 근무형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원격근무 제한 정책에 불만이 있는 직원은 테슬라를 떠나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일상회복을 위한 엔데믹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원격근무를 더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애플은 각각 주 3일·2일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로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메타 플랫폼스 주요 경영진은 몇 달째 사무실에서 먼 곳으로 원격근무를 하는 등 '솔선수범'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실리콘 밸리 고급 인력 상당수가 원격근무를 중요한 이직·구직 조건으로 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통근시간 단축, 사무실 공간 축소, 근무 유연성 확장 등을 통해 회사의 생산성도 향상된다"며 "원격근무는 개인 만족도를 넘어 회사의 비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IT기업 네이버·카카오 등도 7월부터 원격근무 전면 확대 정책을 발표하며 세계 IT업계의 흐름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발표한 '메타버스 근무제'는 원격근무 중 꾸준히 음성채팅 프로그램에 접속해야 하며 특히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집중근무 시간'으로 정하고 이 시간에는 3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연차휴가를 써야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회사 내외부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원격근무의 본질은 직원들의 업무 자율성에 따른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이다. 여기에는 직원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일론 머스크의 발언과 카카오의 메타버스 근무제가 논란이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직원을 믿지 못해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카카오는 근무제 발표 하루만인 지난달 31일 "근무제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메타버스라는 미명 하에 경영진 입맛대로 원격 근무 환경을 통제하려 했다'는 의혹은 남아있다. 경영진은 과연 메타버스 근무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하고, 직원들과 적극적 소통을 통해 상호간 신뢰도를 높여 업무 자율성을 통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