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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유가 경제위기에도 석유탐사에 미온적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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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유가 경제위기에도 석유탐사에 미온적인 정부

노정용 편집국 국장 대우
노정용 편집국 국장 대우
미중 무역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많은 국제관계 문제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고착되는 경제위기의 상황에도 우리나라는 급함이 없다. 당장 크게 물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우리나라의 무역 적자 규모는 78억 달러에 달한다. 당연히 고유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고유가가 우리나라의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면 무역으로 지탱하고 있는 국가 경제가 타격을 면하기 어렵다. 유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무슨 일이든 해야 할 것이다.
동해와 남해 일부 해역에서 석유를 탐사하는 현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배정받은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서 석유탐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 에너지 위기를 해결해줄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내석유탐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서해와 동해, 남해에 상당한 석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찾지 못할 뿐이지 확실히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 해양관할권. 자료=해군사관학교
우리나라 해양관할권. 자료=해군사관학교


일본은 지난 1월 동해 경계수역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굴조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미 석유탐사를 추진했고 석유의 존재를 파악하여 뚫어본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중국의 서해 잠정수역 내 석유시추 설비 설치사건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2005년 우리나라가 군산 먼 앞바다에서 석유 시추를 시도했다가 중국의 반발로 중단한 사실이 있다. 중국은 시추 설비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낮다.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에는 상당한 양의 석유가 묻혀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인접 국가의 압력에 굴복하여 그동안 개발을 포기해오고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서 110달러로 낮아졌지만 50~70달러대로 낮아질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고유가의 영향으로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졌고 서민들의 가계에도 주름이 잡히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국내 석유 수요의 50% 정도를 자급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경제가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중일 EEZ 구역도.
한중일 EEZ 구역도.


상황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정부는 태평이다. 국내 석유탐사를 전담하는 석유공사 내부에서는 여전히 전년도에 배정받은 예산에 따른 남해와 동해의 탐사를 진행할 뿐이다. 예산타령으로 탐사의 확대는 안된다고 하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가 아직도 고유가에 대응할 수 없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인가 하고 반문한다.
이미 국내 탐사기술이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탄성파 조사의 영역은 취약하지만 서울대의 탄성파 처리(지하구조 영상화)기술이 상업화되었다. 한국지질지원연구원의 석유탐사선인 탐해 3호가 곧 완성된다고 하는데 최근 탄성파 탐사 장비를 해외에 발주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생활해야 하는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석유개발 정책에 대해서 더 적극적일 것을 주문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로 석유산업은 머지않은 미래에 일몰될 가능성이 크다. 빨리 개발하여 채굴하지 않으면 영원히 채굴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석유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확실히 석유가 있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 경계수역에서 석유채굴을 시도하는 행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5년간 5000억원의 예산이면 3만~4만㎢의 면적을 탐사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것으로 유명한 울산동해가스전의 사례를 보면 기관 간의 거래로 2조5000억 원 수준의 매출이 있다고 하나 당시의 국제 유가로 계산했다면 5조 원이 넘었을 것이다.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로 20년간 2조5000억 원의 매출이면 투자할만한 사업이다.
인펙스가 최근 공개한 지도
인펙스가 최근 공개한 지도


또한 대부분의 석유탐사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다.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국내에서도 상당한 사업적 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0년 정도 석유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석유탐사 기술의 개발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석유탐사기술이 고도화되면 탐사비용의 절감과 높은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에 몰입되어있는 국가R&D 정책방향도 현실화 되어야 한다.

국내 석유개발과 같이 기대이익이 큰 국책사업은 찾기 어렵다. 과거 해외 자원 개발의 실패에 따른 트라우마나 인접 국가와의 분쟁 가능성을 이유로 국내 석유개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면하기 어렵다. 추가경정예산을 받아서라도 빨리 국내 석유탐사에 돌입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에 비하여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