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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잭슨홀(Jackson Hole)과 슈퍼달러 환율대란 그리고 제롬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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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잭슨홀(Jackson Hole)과 슈퍼달러 환율대란 그리고 제롬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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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로 박사 경제읽기 잭슨홀 미팅과 슈퍼달러 환율 대란
미국 달러 환율이 심상치 않다.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달러 폭등에 뉴욕증시는 물론이고 코스피 코스닥 국채금리 국제유가등 거의 모든 금융상품이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 가상화폐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달러환율 대란은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 잭슨홀미팅에서 제롬파월 미국 연준의장이 강력한 긴축의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달러강세 폭탄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잭슨홀은 미국 와이오밍주의 티턴 국립공원에 있는 계곡이다. 티턴산과 빙하호수를 품고 있다. 지형이 움푹 파여 구멍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해서 잭슨홀(hole)로 불린다. 미국의 악덕 재벌 록펠러가 사들여 원시 자연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는 조건으로 기부한 곳이다. 이 휴양지가 유명세를 탄 계기는 폴 볼커 전 Fed 의장이다. 캔자스시티 Fed는 1978년부터 심포지엄을 열어왔다. 미국 연준은 해마다 한 번씩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뉴욕증시에서는 이 통화정책회의를 잭슨홀 미팅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 잭슨홀 미팅을 주관하는 곳은 캔자스시티 Fed이다. 캔자스시티 Fed는 지난 1982년 당시 Fed 의장인 폴 볼커를 초대했다. 볼커는 그때 미친 듯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고금리 정책을 펼쳤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0%를 넘었다. 수많은 사람이 빚더미에 오르고 일자리를 잃었다. 사회적 저항은 거셌다.볼커의 등장으로 잭슨홀 미팅은 일약 세계 경제의 초점이 됐다.

그때 이후 잭슨홀은 통화 정책의 중심무대가 됏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Fed와 ECB의 수장이 잭슨홀에서 중요한 통화 정책을 발표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잭슨홀에서 세 차례의 양적완화(QE) 방침을 밝혔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기 위기가 발생한 2007년도에 버냉키 의장은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한 뒤 이듬해 전격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섰다. 2010년과 2012년 미팅에서도 양적완화 계획을 시사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진정시켰다. 2014년 드라기 ECB 총재도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을 막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실제 그 이듬해 대규모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로 재정 위기에 시달리던 유로존 경제 구하기에 나섰다. 그런 역사에 비추어 올해도 중요한 통화정책이 발표될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플레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인플레 퇴치를 위한 강력한 긴축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리스크 관리'를 역설했다. 외환당국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글로벌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빠른 상승 속도는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이후 환율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23일 오전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달러화 강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경제의 재무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고 국제수지를 악화해서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잘 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외환당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원 달러 환율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당국이 공식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것은 우리나라 원화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달러화가 독보적으로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강한 긴축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는 유로·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 등이 달러 강세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에 비해 경제 체력이 떨어지는 비 달러 지역의 통화 약세 압력이 달러화 가치를 크게 밀어 올리고 있다. 달러화지수는 한때 109를 돌파했다. 달러화지수란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들 통화와 비교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이후 연준의 ‘매파’ 기조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오면서 달러강세를 부추겼다. 뉴욕증시에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확인하고 연준이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 마당에 연준위원들이 잇달아 강한 긴축 의지를 밝히면서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연준 내 대표적인 대표적인 매파로 불리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점에서 뉴욕증시는 오는 25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또다시 긴축 의지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있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유로화·위안화 약세 및 달러화 강세의 원인이다. 유로존 내 가장 큰 경제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은 에너지 가격 급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이 우려마저 나왔다.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7.2% 급등했다. 1949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소비 경기는 물론 독일 제조업 경기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마저 흔들린다면 유로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약해지면서 위안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제 충격, 부동산 시장 침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의구심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70%에서 3.6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인 통화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90.49포인트(2.14%) 떨어진 4,137.99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3.64포인트(2.55%) 급락해 12,381.57에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643.13포인트(1.91%) 하락한 33,063.61에 마감했다.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지난 6월 16일 이후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연준의 잭슨홀 회의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잭슨홀 회의는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여는 심포지엄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가상화폐도 금리인상 우려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잭슨홀 미팅을 바라보고 있다. 이더리움은 큰 폭의 하락세를 겪는 중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지난달부터 급격히 가격을 올리며 5월 테라-루나 사태와 6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연쇄 부도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이후 주말까지 급락장이 이어지며 그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잃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