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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새해 예산안 639조원 건전재정? 나라 곳간 넘쳐 썩어나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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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새해 예산안 639조원 건전재정? 나라 곳간 넘쳐 썩어나간다는데……

김대호박사 경제읽기, 국가채무비율 OECD 순위와 새해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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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경제읽기, 2023년도 새해 예산안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나왔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3년 예산 정부안을 확정했다. 이 예산안에 따르면 2023년도 새해 예산안은 639조원으로 편성했다. 이 같은 예산은 2022년도 본 예산 607조원에 비해 5.2% 늘어나는 것이다. 본 예산 총지출 증가율 5.2%는 2017년 3.7%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 본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포함한 올 총 지출 예산 679조5천억원 보다 적다. 내년에 추경을 하지 않는다고 전제할 때 총지출 기준 예산 규모가 감소하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건전재정으로 재정기조를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24조원 상당의 지출을 구조조정하기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 안전판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은 건전재정 기조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놨던 한시 지원 조치는 종료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중앙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되어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업무로 되돌렸다. 공무원 보수는 서기관(4급) 이상은 동결하고 장차관급은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정부의 건전재정 의지가 그대로 실현될 경우 내년도 우리나라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8조 2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예상치인 110조8천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한 관리재정적자의 비율도 2.6%로 올해의 5.1%보다 낮아진다. 정부 스스로 예산 규모를 줄이고 또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국가를 운영하다 보면 돈을 쓸 일은 참 많다. 각계 각층 국민들의 예산 요구도 쏟아진다. 선거로 심판 받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이 같은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은 눈앞의 인기를 잃더라도 국가재정을 바로 세우겠다는 구국의 의지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내년도 국가채무 잔액은 1134조8천억원으로 올해의 168조8천억원보다 늘어난다. 국가채무증가속도는 다소 둔화되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8%로 올해 49.7%보다 살짝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가채무비율이 30%대 였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5년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무려 1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 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나라 살림의 건전도를 크게 악화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채무비율을 더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목은 평가할 만하다. 그래도 절대액 면에서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나도록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때 정치권 일각에서는 나라 곳간이 넘쳐나는데 바로 쓰지 않으면 썩을 것이라며 지출을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고민정 의원 등이 지출 확대론에 앞장을 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OECD 평균 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재정을 더 써야한다는 논리를 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OECD 평균 보다 낮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국전쟁 때문에 베이비 붐이 8년 늦게 시작된 한국의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1945년 2차 대전의 종식과 함께 바로 베이비붐이 시작된 다른 나라들은 한국보다 먼저 노령층 부담을 겪었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출산 감소를 겪고있다. 세수 기반의 급격한 붕괴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속도도 단연 세계 최고이다. 노령층에게 들어갈 연금지출과 복지수요를 감안하면 세출 증가 속도도 매우 가파를 수 밖에 없다. 재정 지출 확대론자들은 이러한 한국의 구조적 문제를 애써 외면한 채 일단 돈을 쓰고 보자는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이러한 논리에 따라 너무나 쉽게 예산을 증액하고 추가경정예산 즉 추경 편성을 남발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금의 속도로 가면 우리나라의 채무 비율이 2030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80%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있다. 2030년은 겨우 8년 후다. 2022년 현재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OECD 평균 이하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미래 재정 파탄의 폭탄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현재의 국가채무비율 비교만을 근거로 ‘펑펑 써도 된다’는 주장은 진짜 양심이 없는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것이다

나랏빚은 중앙·지방정부의 회계·기금 채무를 현금주의의 기준으로 파악한 국가채무(D1)와 일반정부 부채(D2),그리고 공공부문 부채(D3) 등 세 가지 측면에서 판단한다. 발생주의로 따지는 인 D2와 D3는 현금이 들어오고 나간 것만 파악하는 D1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이 중 국제 비교 기준으로는 흔히 D2가 쓰인다. 이 D2에는 국민연금 부채와 사학연금 부채가 빠져 있다. 금융 공기업 채무도 누락돼 있다. 건강보험은 국가 재정 범위에 들어있지도 않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부채 그리고 금융 공기업 채무까지 합하면 우리나라의 나라 빚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G7, 선진 7개국들이 한 나라의 빠짐도 없이 지난해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줄였다. 7개국(G7) 모두 일반정부 채무 비율(general government debt of GDP)을 줄인 것이다. 코로나19 첫해 비상 상황에서 가동한 긴급 지원조치를 회수하며서 재정 정상화에 착수한 것이다. 대조적으로 한국은 61조원이나 되는 초과세수를 걷고도 채무비율이 상승했다.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 비율이다. 이탈리아는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지난해 175.0%로 2020년(185.5%) 대비 10.5%포인트나 줄였다. 캐나다는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9.6%포인트(126.9→117.3%) 감축했다. 프랑스는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7.9%포인트, 미국은 6.5%포인트, 그리고 영국은 6.0%포인트 줄였다.국가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도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0.4%포인트 줄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45.4%에서 47.9%로 오히려 2.5%포인트 올라갔다. 채무비율의 상대적인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남들이 모두 채무를 줄일 때조차도 나 홀로 재정 엑셀을 밟은 셈이다. 비교 대상을 OECD 39개 회원국으로 넓혀도 한국의 재정엑셀은 심각하다. OECD 회원국의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2020년 130.5%에서 2021년 125.0%로 5.5%포인트 낮아졌다. 코로나19 위기의 정점인 2020년에서 경기 회복 첫해인 2021년 사이 국가 채무비율이 늘어난 나라는 39개국 중 7개국뿐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일반정부 채무비율이 늘어난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라트비아 그리고 한국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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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지금이라도 건전 재정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다행이다. 지난 5년 간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 상태가 크게 악화되어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많은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윤석열 후보에 표를 몰아준 데에도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해 달라는 국민적 바램이 담겨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