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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판단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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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판단 기준은?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직장 내 성추행은 대부분 집단 내부의 권력관계에 의해서 발생하며 피해자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관련한 규정이 성폭력처벌법 제10조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이다. 본죄는 업무, 고용이나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나 위력으로 추행하는 것이다. (법정형: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위력이란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일체의 세력을 말하며, 폭행·협박(강제추행보다는 약한)은 물론이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피해자 의사가 현실적으로 제압될 것을 요하지 않는다. 또한 위력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가 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피해 입증이 곤란하며 가해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로 인해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문제 삼으면 불이익을 당하거나 퇴사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2018년 미투 운동을 계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규정이다. 당시 미투 피해자의 고백은 대부분 업무상 위력 추행·업무상 위력 간음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고위 공직자나 직장 상사가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여 부하직원이나 하급자를 간음 추행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 동의가 있었다면 성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황상 피해자 동의가 있어 보여도, 위력의 행사가 있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면 위력에 의한 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

간호사를 세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사건이 있었다. 1심은 얇은 벽의 방음 되지 않은 간호사실에서 강제로 추행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사건 이후 오히려 간호사가 병원장의 전담간호사로의 근무 변경을 희망하여 10개월 이상 함께 근무한 것이 납득할 수 없으며, 간호사는 임금체불로 병원을 그만두면서 강제추행으로 병원장을 고소한 것이어서 고소 경위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근무 시간과 장소를 변경하게 된 경위는 일관성 없이 진술했어도 추행 행위 자체에 대한 진술은 대체로 일관성이 있고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만한 별도의 자료가 없는 한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며 항소심의 유죄 선고를 확정하였다.

업무상 위력 등에 추행은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서 추행하는 것이다. 겉으로 봐서 피해자가 성적 접촉에 동의한 것처럼 보이면 가해자는 상호 간의 호감, 교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력의 존재가 인정되면 피해자가 동의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제압된 것이라는 증거가 된다. 이는 위력의 ‘존재’ 자체가 ‘행사’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2018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온 정무직 공무원의 위력 추행·간음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위력의 존재와 행사는 구분된다.”라고 하여 따가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그러자 2심과 대법원은 “위력의 존재 자체가 행사다”라고 판시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 이후 피의자의 지위 자체를 위력의 행사라 보는 견해가 줄곧 유지되고 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무척 애매하다. 겉으로 드러난 폭행·협박이 없고 피해자의 거부도 없으므로 동의한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판례의 동향을 보면 피해자와 피의자 간에 서열이나 위계가 존재하면 위력이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당사자의 지위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의자와 피해자가 애정 관계처럼 보여도 사용자와 피용자 관계, 지휘 감독 관계라면 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여부는 지위나 권력의 유무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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