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의 근본 원인은 연준의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연준 FOMC는 2003년부터 물가를 잡는다며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까지 올라갔다.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세가 폭락하자 모기지 대출 연체가 급속히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모기지 취급이 많았던 리먼 브러더스부터 무너지게 된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 새벽 2시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을 당시 부채 규모는 6130억 달러였다. 그 부채 규모가 당시 세계 17위 경제 국가인 터키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리먼 브러더스가 쓰러지며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요즘 뉴욕증시에서는 다시 리먼 브러더스가 회자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오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가 야기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연일 '상업용 부동산이 주도하는 은행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한국 시간 7일 새벽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나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NYCB 주가는 또 급락했다.
특히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을 포함해 대출 2건을 대손 처리하면서 총 1억8500만 달러(약 2500억원)를 상각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상업용 부동산발 지역은행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했다. 반면 금리는 상승하면서 재융자한 사무실 임대인들이 더 큰 비용을 내게 됐고, 대형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더 많이 내준 지역은행 위기론이 터져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 지역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위험노출액은 대형 은행보다 약 5배 많다. 다른 지역은행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소재 M&T뱅코프의 규모가 NYCB와 비슷하고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위험 노출 정도가 비슷하다”면서 “최근 수익보고서에서 문제가 있는 부동산 대출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파월은 4일 CBS 인터뷰에서 “부동산이 주도하는 또 다른 은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로 인해 문을 닫거나 합병해야 하는 은행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는 연일 급락하고 있다. 미국 지역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신용등급마저 떨어지면서 기업가치가 며칠 새 반토막 났다. 이 와중에 위험 관리를 담당하던 임원이 주가 폭락 직전에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돼 도덕성 논란에도 휘말렸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NYCB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춘 여파로 주가는 더 떨어졌다. 피치는 등급을 하향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결과 NYCB가 두 개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해 대손충당금을 높여 잡으면서 해당 분기 2억5200만 달러(약 3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NYCB 경영진이 부실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9년부터 NYCB 최고위험책임자(CRO)를 맡아온 니컬러스 먼슨이 지난달 초에 돌연 사임했다. 사임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것을 알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미리 짐을 쌌다는 해석이 나온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NYCB 사태가 2008년도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금융시스템 마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방심할 상황도 아니다. 고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그 여파로 대출 연체가 늘어나면서 금융기관 부실이 야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NYCB 사태는 16년 전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닮았다. 고금리 앞에 장사는 없다.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