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1일 대선 '사기'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회에 난입하도록 유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콜로라도 대법원은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을 반란 가담 행위로 보고 콜로라도주의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에 따라 트럼프는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른 주에서도 헌법 14조 3항을 적용해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트럼프로서는 대선에 아예 출마할 수도 없는 위기 상황에 빠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연방 대법원에 상소를 하기에 이른다.
자격 시비를 넘어선 트럼프는 슈퍼 화요일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도 헤일리 후보에게 압승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슈퍼 화요일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대의원을 모두 장악했다. 아직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당내 경선 일정이 일부 남아있지만 슈퍼 화요일을 지나면서 미국의 대선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양자 대결 구도로 사실상 확정됐다. 미국의 대선은 11월 5일 치러진다. 아직도 7개월여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현재 판세로는 트럼프가 앞선다. 뉴욕증시의 여론을 잘 반영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월 21~28일 미국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대선이 오늘 열릴 때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와 바이든의 양자 대결 질문에 트럼프가 47%, 바이든이 45%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다자 대결에서는 트럼프가 40% 지지율을, 바이든은 35%로 격차가 확대된다. 무소속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9%), 무소속의 코넬 웨스트(2%),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1%) 등이 뒤를 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여성과 흑인, 라틴계 등 유색인종 계층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3년 초부터 대통령이 되면 할 일을 하나씩 '어젠다 47'이란 이름으로 자기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어젠다 47이 바로 트럼프 2기의 새 트럼프노믹스라고 볼 수 있다. 어젠다 47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에너지 정책이다. 미국인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기를 제공하겠다고 트럼프는 밝히고 있다. 그는 2008년 유럽연합 경제가 미국보다 컸으나,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세우며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그 결과 미국에 뒤처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와 재생에너지 보조금 철폐, '액체 금' 자원개발을 막는 환경규제 등 각종 장벽을 없애겠다고 했다. 특히 혁신적 소형 모듈 원자로에 투자해 재임 중 사상 최고치의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드노믹스의 친환경정책을 모두 갈아엎겠다는 선전포고다.
트럼프는 놀라운 개발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미국 토지의 거의 1/3이 연방정부 소유다. 이 땅의 0.5%를 활용해 10개 신도시를 지정, 본격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 신도시를 통해 미국의 상상력을 다시 일으키고 젊은이들에게 값싼 주거를 제공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선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무역 공약이다. 그는 1조 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며 외국과 똑같은 관세를 규정한 '상호무역법' 제정을 공약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또다시 한미FTA 개정 요구 등 압박 가능성이 높아 비상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막대한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 폐지된 행정부의 '압류(Impoundment)' 권한을 복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트럼프의 재선 공약인 '어젠다 47'은 미국 우선주의가 핵심으로 무역과 외교·국방 등 국정 전 분야에서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비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 견제를 지속할 방침을 예고했다. 에너지와 자동차 부문에서는 전통산업으로의 회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해 실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을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변화는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오직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원하는 전기차로의 이행을 바이든 행정부가 강제하고 있다며 10만 개가 넘는 자동차 제조 일자리가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은 미국 소비자를 죽이고 있으며, 미국 제조업도 죽이고 있다"며 "바이든의 전기차 정책은 미국 자동차 제조 관련 일자리를 약 11만7000개 없앨 것이며 미시간·인디애나·오하이오 근로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전기차 정책이 되돌려지면 한국 배터리 업체와 현지 관련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업체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우선주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로 대변되는 트럼프의 기조는 2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 분야는 미국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다.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가 곧 트럼프의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될 트럼프노믹스의 총체적인 기조는 ‘미국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트럼프노믹스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로 대변되는 트럼프의 기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트럼프는 재선 공약으로 ‘어젠다 47’을 제시하며, 집권 1기보다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예고했다. '어젠다 47'은 무역·외교·국방 등 국정 전 분야에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정책 목표다. 세금 감면과 규제 철폐, 보호무역 등이 핵심 키워드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한 트럼프노믹스 대응 전략 "플랜B"와 "플랜C"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