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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일 좀 하자" 했더니 "마크롱 탄핵"…佛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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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일 좀 하자" 했더니 "마크롱 탄핵"…佛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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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금융부 기자
주요 시중 은행원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인 주 4.5일제 도입에 총대를 메는 모양새다.

주 4.5일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주된 논리는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는 것이다.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을 웃도는 건 사실이다. 또한 2004년 주 5일제 도입 당시 주 5일제가 실시되면 언론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별다른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 당시와 비교하면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경제 위상은 크게 높아졌지만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파도를 만났다. AI발(發) 산업혁명이 성공적으로 끝나 노동 수요가 급감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도권 싸움 중인 현재까지는 기술 혁신을 위한 노동력 투입이 필수라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질을 높이거나 양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줄고 있지만 일할 능력이 있어도 일할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 청년이 40만 명대에서 줄지 않고 있다.

주 4.5일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근로시간이 줄면 저출산이 해결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대부분 대학 교육까지 받은 청년들까지 일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더 '놀자 판'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OECD 평균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도 매우 위험하다. OECD는 38개 회원국 중 유럽이 27개국으로 프랑스 등 쇠락해 가는 국가들의 통계다.

프랑스는 과도한 달콤함으로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 근로시간이 최저 수준이지만 "더 놀자"만 주장하고, "일 좀 하자" 목소리가 나오면 거리에서 번번이 파업과 시위를 벌인다.

프랑스는 법정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이지만 주 35시간도 일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넘쳐나자 2019년 특별한 예외가 아니면 주 35시간을 채워 근무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휴일을 이틀 줄이자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17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사실상 국가를 마비시켰다.

현재 주 5일 일하면서 주말을 온전히 쉴 수 있는 달콤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과거 힘들게 살면서 경제 성장을 이룩한 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무리한 실험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 번 쥐여준 달콤함을 다시 빼앗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