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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망월사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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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망월사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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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사의 봄 / 백승훈 시인
하루가 다르게 봄빛이 짙어지고 있다. 도봉산 자락에 깃들어 산 뒤로 도봉산은 눈만 뜨면 보이는 산이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넘치는 산이다. 정다운 이웃 같고 든든한 배후가 되어주는 산이라서 자주 찾는 산이기도 하지만 그 산 어딘가에 있다는 망월사는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다. 망월(望月)이란 말에 스스로 마음에 발목을 잡힌 것일까. 그동안 생각만 했을 뿐 감히 망월사를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올봄을 특별하게 기억할 궁리 중에 망월사를 떠올리곤 곧장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망월사역에 내려 산을 향해 걸으며 온몸으로 봄기운을 느낀다. ‘자연은 신이 갈아입는 옷’이라고 했던 영국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처럼 자연은 우리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 어느새 칙칙한 겨울빛을 벗어던지고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산사 가는 길에서 만나는 자연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법문과도 같다. 산을 오르는 길은 자신이 매 순간 살아있음을 오롯이 느끼며 자각할 수 있는 도(道)의 길이기도 하고, 새로 피어난 꽃과 나무들의 새잎은 그대로 시가 되는 서정 넘치는 길이기도 하다. 화창한 봄 햇살의 간질임을 견딜 수 없다는 듯 산기슭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수줍게 피어나 산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요즘은 절집들도 자동차 도로가 연결돼 있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도 많은데 망월사 오르는 길은 집채만 한 바위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어 두 발로 걷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 땀을 흘리며 산길을 오르다 보면 욕심도 번뇌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어느덧 산과 하나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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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사의 봄 / 백승훈 시인

나무 그림자 내려앉은 산길은 적요해 산객의 발소리나 계곡의 여린 물소리로는 무거운 산의 적막을 깨기엔 역부족이다. 굽어지고 휘어진 산길을 따라 중생교를 지나고 극락교를 지나니 고요한 산속 자체가 이미 법당이다. 자운봉·만장봉·선인봉·주봉 등의 암봉이 수려하고 빼어난 도봉산에 자리 잡은 망월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8년(639년)에 해호 스님이 여왕의 명을 따라 왕실의 융성을 기리고자 창건한 절이다. 망월사(望月寺)의 이름과 관련해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월성·月城)를 바라보며[望] 왕실의 융성을 기원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대웅전 동쪽에 있는 토끼 모양의 바위가 남쪽에 있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설이다.

망월사는 여섯 개의 좁은 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해탈문·통천문·자비문·여여문·월조문·금강문은 모두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높이도 낮다. 마음을 내려놓고 고개 숙이고 문을 지나다 보면 사찰 입구에 쓰여 있던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란 글귀가 가슴에 와 얹힌다.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한 조각 구름 같은 게 인생일진대 굳이 소란스럽게 흔적을 남길 까닭이 있겠느냐는 꾸짖음처럼 들리는 건 나뿐이었을까. 절 마당을 쓸고 가는 바람처럼 흔적 없이 다녀가도 온 산을 어루만지며 나무에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봄 햇살처럼 세상에 온기를 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은 망월사에 봄꽃보다는 바람이 주객이지만 산기슭을 점점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붉은 봄이 곧 자리바꿈을 할 것이다. 망월사를 오르내리며 보았던 꽃들의 이름을 가만가만 되뇌어 본다. 개나리, 진달래, 백목련, 살구꽃, 왜현호색, 산괴불주머니, 노랑제비꽃, 제비꽃 올괴불나무꽃… 일일이 호명할 수 없는 많은 꽃을 보았지만 다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온 마음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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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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