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산사 가는 길에서 만나는 자연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법문과도 같다. 산을 오르는 길은 자신이 매 순간 살아있음을 오롯이 느끼며 자각할 수 있는 도(道)의 길이기도 하고, 새로 피어난 꽃과 나무들의 새잎은 그대로 시가 되는 서정 넘치는 길이기도 하다. 화창한 봄 햇살의 간질임을 견딜 수 없다는 듯 산기슭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수줍게 피어나 산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요즘은 절집들도 자동차 도로가 연결돼 있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도 많은데 망월사 오르는 길은 집채만 한 바위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어 두 발로 걷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 땀을 흘리며 산길을 오르다 보면 욕심도 번뇌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어느덧 산과 하나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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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나무 그림자 내려앉은 산길은 적요해 산객의 발소리나 계곡의 여린 물소리로는 무거운 산의 적막을 깨기엔 역부족이다. 굽어지고 휘어진 산길을 따라 중생교를 지나고 극락교를 지나니 고요한 산속 자체가 이미 법당이다. 자운봉·만장봉·선인봉·주봉 등의 암봉이 수려하고 빼어난 도봉산에 자리 잡은 망월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8년(639년)에 해호 스님이 여왕의 명을 따라 왕실의 융성을 기리고자 창건한 절이다. 망월사(望月寺)의 이름과 관련해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월성·月城)를 바라보며[望] 왕실의 융성을 기원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대웅전 동쪽에 있는 토끼 모양의 바위가 남쪽에 있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설이다.
망월사는 여섯 개의 좁은 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해탈문·통천문·자비문·여여문·월조문·금강문은 모두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높이도 낮다. 마음을 내려놓고 고개 숙이고 문을 지나다 보면 사찰 입구에 쓰여 있던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란 글귀가 가슴에 와 얹힌다.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한 조각 구름 같은 게 인생일진대 굳이 소란스럽게 흔적을 남길 까닭이 있겠느냐는 꾸짖음처럼 들리는 건 나뿐이었을까. 절 마당을 쓸고 가는 바람처럼 흔적 없이 다녀가도 온 산을 어루만지며 나무에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봄 햇살처럼 세상에 온기를 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은 망월사에 봄꽃보다는 바람이 주객이지만 산기슭을 점점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붉은 봄이 곧 자리바꿈을 할 것이다. 망월사를 오르내리며 보았던 꽃들의 이름을 가만가만 되뇌어 본다. 개나리, 진달래, 백목련, 살구꽃, 왜현호색, 산괴불주머니, 노랑제비꽃, 제비꽃 올괴불나무꽃… 일일이 호명할 수 없는 많은 꽃을 보았지만 다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온 마음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백승훈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