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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썰'] 중대재해, '안전'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 생존'의 변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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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썰'] 중대재해, '안전'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 생존'의 변수 되다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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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최근 지방 정가를 뒤흔든 한 지자체장의 사례는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서늘한 경종을 울렸다. 참사 이후 중대재해 책임론에 휩싸이며 당내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라는 절벽 끝까지 몰렸던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운수 소관으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이는 단 한 번의 안전사고가 공직자의 수십 년 정치 인생을 단숨에 끝낼 수 있다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서막이다.

과거의 사고가 행정적 과실이나 정무적 부담에 그쳤다면, 이제 중대재해는 리더의 정치적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고의 화살은 현장의 실무자를 지나 가장 높은 곳, 바로 의사결정권자의 자리를 정확히 겨누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칼날이 산업 현장을 넘어 중대시민재해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민간 기업보다 훨씬 치명적인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핵심 문제는 책임은 무한하되 시스템은 공백인 현실이다. 법은 기관장에게 강력한 안전보건 의무를 부과하고 무거운 책임을 묻고 있지만, 실제 행정 현장은 여전히 담당자의 주의력이나 요행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구조에 머물러 있다.

도로·교량·공공시설 등 시민의 일상이 영위되는 모든 인프라가 잠재적 사고 현장이라는 점은 지자체장에게 피할 수 없는 압박이다.

관리 시설물에서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만 발생해도 기관장은 법적 처벌과 정치적 타격이라는 이중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더욱 엄혹한 사실은 법 구조상 위험 요소를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관리의무 태만으로 간주되어 유죄의 증거가 된다는 점이다.

최근 대한민국을 뒤덮은 대형 사고들을 복기해 보면 공통된 비극의 패턴이 보인다. 물류센터 화재부터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까지 사고 유형은 갈수록 진화하고 파괴력은 커지는데 대응 방식은 여전히 사후 수습에 머물러 있다.

사고가 터진 뒤 현장을 방문해 고개를 숙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관성적인 방식으로는 리더의 자리를 결코 담보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고 이후의 수습이 아니라 사고가 참사로 번지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내는 골든타임 시스템이다.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전용 소화기와 화재 덮개인 세이프돔이 현장에 즉각 투입됐다면 어땠을까. 현장 관리자가 초기 3분 이내에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초기 진압에 성공했다면, 그것은 참사가 아닌 단순한 해프닝으로 기록됐을 것이고 기관장의 정치적 입지 역시 굳건하게 보존됐을 것이다.

중대재해는 결코 운이 나빠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다. 정보의 격차, 초기 대응 시스템의 부재,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현장의 취약성이 결합돼 만들어지는 구조적 실패의 산물이다.

특히 선거와 정기 인사를 앞둔 시기일수록 공직자들은 자신의 행정력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관할 공공시설에 실질적인 초기 대응 설루션이 갖춰져 있는지, 직원들이 서류상 점검표가 아닌 실제 현장을 통제할 역량을 갖췄는지를 묻는 일은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기관장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직결된 리스크 관리다.

안전은 이제 선택 가능한 시혜적 서비스가 아니라 리더 자신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다. 유권자는 사고가 터진 뒤 뒷수습에 급급한 시장보다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고 위기 순간에 완벽한 초기 대응으로 시민을 지켜낸 준비된 리더에게 다시 한번 표를 던진다.

초기 3분의 대응이 운명을 가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특수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실전 중심의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소모적 지출이 아니라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정치적 보험이다.

결국 중대재해는 누군가의 책임을 묻는 행정 절차를 넘어 반드시 누군가의 자리를 바꾸게 될 것이다. 다음 사고의 당사자가 자신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관행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구조적 결함을 걷어내고 실질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화려한 수사로 가득 찬 공약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현장의 안전 설루션과 빈틈없는 시스템만이 당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준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재해는 심판이 되지만 준비된 자에게 안전은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